
한국법학원 학술연구부 민법팀이 지난 11월 21일 한국법학원 회의실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민법팀은 올해 법무부 연구용역으로 ‘독일 주택임대차관계에서의 차임 규제(상)와 우리법제로의 도입가능성(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포럼은 임대차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여 연구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포럼의 기획자이자 연구 책임자인 홍윤선 연구위원은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차임증액 청구 시 5%의 법정 제한이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임대차시장 및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차임증액 비율에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임차권의 존속보호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차임증액 비율 제한의 구체적 방식과 기준 마련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의 최근 임대차법 차임규제 입법을 검토하여 우리법으로의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제완 교수가 참석해 ‘주택임대차에서 임차권의 존속보호와 차임규제(차임 등의 증액비율 제한)의 관계’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임차인의 주거복지는 우리나라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 중 하나”라며 “임대차 안정화 정책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임차인의 존속 보호와 차임 규제 간의 관계가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은 법정 최단 임대차기간을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갱신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주거 기간을 안정화하는 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주택 임대차 안정화 정책을 위한 출발점이 되는 것 역시 적어도 1회에 한하여 임차인에게 갱신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안정화 제도는 ‘계약 갱신→표준(공정)임대료→임대료 분쟁조정위원회→인상률 상한제’의 유기적 연관체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제완 교수의 발표에 토론자로 참여한 법무법인 덕수의 이강훈 변호사는 ‘인간의 얼굴을 한 주택임대차 제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100여년에 걸쳐 주택임대차와 관련한 사회실험을 해왔던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한국과 영국의 주택임대차 제도는 최소보장기간을 한국이 2년, 영국이 6개월로 하는 점 외에는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극단적인 시장자유주의에 기반한 체제”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영국의 100여년에 걸친 사회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극단적인 시장자유주의를 주택임대차 영역에 유지하는 경우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복지 부담이 매우 커져서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에도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면서 “주택임대차의 계약 기간이 연장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두 번째 토론자인 단국대 법과대학 최성경 교수는 전체적으로는 김제완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몇 가지 의문을 던졌다. 최 교수는 먼저 “오늘날 모든 임차인이 저소득층이라는 전제는 항상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아가 사회초년생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특별한 정책적 배려와 임대차 관련 특별법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갱신청구권과 차임규제에 대한 입법을 통해 임차인을 강하게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지를 질문했다.
최 교수는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장기로 임대차 기간을 보장하는 것은 소유권 취득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사실상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행사하는 것과 같아지므로 임대차 기간의 보장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즉 주택 임차권의 지나친 강화는 소유권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법리상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윤선 연구위원의 발표에 대하여는 명지대 법과대학 김수정 교수, 헌법재판연구원 이재희 책임연구관,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경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한국법학원 총무이사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의 경우 임대사업자인 사례가 많으니 보고서 앞부분에서 실태와 관련해 다뤄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법제와 상황이 다른 입법례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데에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므로 그 나라의 특수성도 보고서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