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2019도11766 특가법위반(뇌물)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상환)이 2019년 11월 28일, 피고인 박근혜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특별사업비의 집행과 관련하여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점과 ‘피고인이 2016년 9월 경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별사업비 2억 원을 수수한 것은 뇌물수수’라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특별사업비 집행과정에서 직접 그 사용처, 지급시기와 지급할 금액을 확정함으로써 지출원인행위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특별사업비를 실제 지출하도록 함으로써 자금지출행위에도 관여하는 등 실질적으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했다고 봤다. 이로써 특별사업비 집행에 관해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점이 최초로 명확히 판시됐다. 하지만 이들이 횡령 범행에 의해 취득한 돈을 공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이기 때문에 “뇌물수수 무죄라는 결론에는 잘못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2016년 9월 경 수수한 금액은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피고인이 자금 교부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이후에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피고인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교부한 부분은 횡령금의 내부적 분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횡령금의 내부적 분배에 해당하는 경우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법리가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대법원 2017다14895 손해배상(기)- 어린이 수영장 사고
대법원(주심 대법관 권순일)이 2019년 11월 28일,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중상해를 입은 어린이 측에서 수영장을 위탁운영하는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피고에게 공작물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하나의 수영조에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같이 설치하고 수영조 벽면에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수영장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어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다.
원심은 “어린이용 구역과 성인용 구역을 반드시 물리적으로 구분하여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이를 수영장 설치·보존상 하자라고 볼 수 없고, 수영조 벽면에 수심 표시를 하지 않은 것과 원고에게 발생한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이 말하는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의 정도, 위험이 현실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침해되는 법익의 중대성과 피해의 정도,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피해법익의 중요성과 사고방지비용 등을 비교형량하는 기준으로는 법경제학의 ‘Hand Rule(미국 핸드 판사가 제시한 공식)’을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Hand Rule에 따르면 사고 방지를 위해 사전 조치를 하는 데 드는 비용(B)이 사고가 발생할 확률(P)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의 정도(L)를 곱한 값보다 작은 경우(B<P*L)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위험방지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공작물 관리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이) 법경제학에서 논의되는 핸드 공식을 실제로 재판에 적용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하는 한편 “수영장 관리자에게 어린이 사고 방지를 위한 위험방지조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그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며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 대법원 2019도5892 특가법 위반(뇌물) 등- 박찬주 전 육군대장 사건
대법원이 2019년 11월 28일, 피고인 박찬주에 대한 특가법 위반(뇌물) 등 사건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유죄, 뇌물수수 및 특가법 위반(뇌물) 무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피고인은 2017년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사회 이슈를 일으킨 바 있으나 당시 공관병 갑질 행위(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이 내려지고 뇌물수수, 특가(뇌물), 청탁금지법 위반의 공소사실로만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청탁금지법 위반죄 성립 여부, 뇌물죄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인정 여부 외에 ‘군사법원이 사건을 일반법원에 이송하고 일반법원이 기존의 수사절차 및 공소제기 효력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후속절차를 진행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도 문제됐는데,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2019도12572 공직선거법 위반- 하유정 충북 도의원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상옥)이 2019년 11월 28일, 피고인 하유정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 상고를 기각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벌금 100만원)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직선거법 제264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 하유정은 제7회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25일, 보은산악회 행사 관광버스 안에 탑승하고 있던 보은군 선거군민 약 40명에게 보은군 충북 도의원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보은군수 선거에서는 공동피고인인 김상문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함으로써 사전선거운동을 했다.
대법원 판단의 쟁점에는 ‘배심원 과반수의 양형의견과 달리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1심의 양형판단을 유지한 원심의 양형판단이 국민참여재판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는 것은 아닌지’가 포함됐다. 1심에서 배심원 과반수(7명 중 5명)는 벌금 90만원으로 양형의견을 제시했는데(나머지 2명은 벌금 150만원 제시), 과반수 양형의견과 달리 법원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대법원은 “배심원 과반수의 양형의견과 달리 선고형을 정했다고 하여 국민참여재판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국민참여재판법은 배심원으로 하여금 양형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고 배심원 평결과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으며, 법원은 다수결이 아닌 배심원 전원의 양형 의견을 참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건과 같은 사안의 경우 벌금 100만원~450만원을 권고형량 범위로 정하고 있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피고인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254조 제2항 등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였는데,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함께 이 위헌제청 신청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