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가 지난 17일, “채용 차별 시정을 위한 법 적용의 모색- 면접에서의 젠더·장애 차별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사말을 전한 박종우 회장은 “면접위원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면접위원의 차별적인 질문은 그 자체로 면접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위법한 행위가 되기는 어려울 것인데, 이것이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기업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만 이야기될 때, 우리는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무엇을 주장하고 입증할 수 있을지 이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차별은 장애와 ‘정상성’ 또는 ‘표준’이 경합하는 형태로 이뤄져”
첫 번째 발제인 ‘한국의 채용 면접에서의 성별·장애 차별 실태 및 문제점’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이 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입사지원서에 나이나 출신학교, 신체조건 등을 적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채용의 최종 관문인 면접에서의 차별적 질문과 그로 인한 차별적 결과를 규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면접과정에서 지원자의 가족관계나 성장환경, 정치적 견해, 결혼 여부, 임신 여부 등 차별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질문이 어떠한 제재도 없이 면접관의 재량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러한 차별은 면접과정의 비공개성으로 인하여 가시화되기 어렵고 면접 질문과 불합격 간 인과관계도 밝히기 어려워 고용차별로 명명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 또한 면접위원의 재량권을 넓게 인정하는데, “면접전형에서 임용신청자의 능력이나 적격성 등에 관한 판단은 면접위원의 고도의 교양과 학식, 경험에 기초한 자율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으로서 오로지 면접위원의 자유재량에 속하고, 그와 같은 판단이 현저하게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97누11911)한 바 있다.
박 연구위원은 성차별과 장애 차별에 대해 “성차별은 주로 성역할 고정관념에 근거해 이뤄지는 반면 장애차별은 장애와 이른바 ‘정상성’ 또는 ‘표준’이 경합하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봤다. 즉 장애자나 고령자 차별에는 ‘강한 인간’, ‘생산력 위주’, ‘능력주의’가 표준으로 작용하는데, 그 근저에 ‘능력 있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서열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장애 차별의 해결도 문제 해결은 성차별과 같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표준을 만드는 사람의 특권을 문제시하고 해체하는 것”이다.
면접과 관련해서는 “장애를 전제로 정상성 또는 표준 기준과 비교하는 질문이나, 장애로 인해 업무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 해결을 당사자에게 요구하는 듯한 질문은 차별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 사건에는 특별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두 번째 주제인 ‘고용기회에서 장애인 차별: 캐나다의 채용 차별 시정을 위한 법해석과 적용’에 대해서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이수연 연구교수가 발제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장애인차별 규율과 법원의 접근 방식이 갖는 한계에 대해 개괄적으로 검토하고, 캐나다 사례가 주는 시사점을 살펴봤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전체 응시자 61명 중 청각장애인 응시자 한 명이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고 탈락한 사건이다. 탈락한 지원자는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수원지방법원 2018구합70937)은 ‘채용권은 사용자 재량에 속한 권한’임을 확인하면서 ‘채용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이 되지 않는 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하여 이 교수는 “차별 사건에 민법 법리를 적용하여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 차별에 대한 해석과 법리의 적용은 민법상 원칙에 기초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특별법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기초해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철저하게 국민 개인의 보편적 권리보장과 개별 법령이 목적하는 바에 따라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이 같은 차별 사건을 ‘인권법’에 따라 판단하며 인권법이 추구하는 법목적적 관점, 즉 피해자 구제의 관점에서 차별사건이 해석되고 적용된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차별의 개념도 다른 국가들에서 확립된 개념들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확장하여 ‘직접차별, 불합리한 결과적 차별, 구조적 차별’ 등 세 가지로 인정된다고 했다. 나아가 차별의 정당성 항변은 ‘메이오린 3단계 기준’이라는 통합적 기준을 적용하여 다소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독일 일반평등대우법 제정이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채용과정 차별의 시정”
세 번째 주제 ‘독일의 고용 차별 시정을 위한 법 해석과 적용’은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황수옥 연구위원이 발표했다. 황 연구위원은 “독일에서 일반평등대우법을 제정할 당시 노동시장 위축과 그로 인한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 차별을 이유로 한 소송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적인 큰 문제없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서 “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늦게 일반평등대우법을 제정한 독일은 법 제정 전후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가 ‘채용과정에서의 차별이 시정된 점’이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독일이 2006년 일반평등대우법을 제정함에 따라 차별금지 적용 범위에 구직과 채용과정이 포함됐다. 이 법은 직업생활의 모든 과정, 즉 일상적인 직업생활과 승진, 해고뿐 아니라 채용과정에서의 차별도 금지한다. 이로써 근로관계를 맺지 않은 구직자나 지원자들도 차별로부터 보호받고 차별이 발생한 경우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법 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황 연구위원은 “국가와 사용자단체들은 각 기업에 일반평등대우법 준수를 위해 필요한 항목들을 꾸준히 홍보하고 교육시켰으며, 각 기업 차원에서도 차별 관련 내부 교육을 강화하며 대비했다”고 했다. 또 구직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걸어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이들(AGG-Hopper)에 대처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회사들이 채용 단계에서부터 법률 자문을 받는다고도 전했다.
황 연구위원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 문화를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차별피해 구제를 실현해야 차별을 줄여나갈 수 있다”면서 “독일의 사례처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고, 제정과 아울러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국가 및 사용자단체 차원의 철저한 대비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