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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악의적인 기업 불법행위 막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전면 도입되어야”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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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현)1223,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전면 도입세미나를 개최했다.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20165월 결성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을 전신으로 하는 단체로, 지난 1028일 변호사 209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창립됐다.

 

김현 대표는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과잉 처벌이나 일부 소비자의 소송 남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책임 한도를 손해액의 3배 수준으로 하는 등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 정도 법안은 통과되어야 소비자 피해사건에서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일부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특별법으로 도입해야

 

이날 발제는 법무법인 제하 대표인 전세준 변호사가 했다. 전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의 또는 악의를 가지고혹은 무분별하게재산 또는 신체상 피해를 입힐 경우, 가해자의 비도덕적·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일반적 손해배상을 넘어선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가해자 처벌과 동일 행위 억제 등의 예방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불법행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연혁적으로 가장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한 국가는 영국이고 현재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 여러 영미법계 국가들이 오래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대륙법계 국가들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러시아는 2008년 손해액의 2배를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고, 중국은 소비자권익보호법과 식품안전법, 권리침해책임법 등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 중이다. 전 변호사는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찬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개별 법률에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배수 증액방식에 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데 이어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대리점법 등에서 같은 취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일부 개별 법률에 삽입된 형태로 도입된 현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일반적인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하고 그 이외의 부분에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배출가스조작 사건, BMW 차량화재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국민 대다수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각 개별 법률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규정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것은 법원과 판사들의 소극적인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입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다수의 시민에게 행한 불법행위 사안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를 수집하거나 위자료를 높게 판결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사 손해배상 과소하기 때문에 형사절차 의존도 높아져

 

토론자로 참여한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확대에는 미국 법원의 특징, 즉 민사 배심, 성공 사례금, 높은 변호사 수임료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사 배심 제도도 없고 변호사들의 높은 성공보수 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발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송 논설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또한 대륙법계에서 형사법으로 다루는 많은 사안을 미국에선 민사로 다루는 것도 차이라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확대는 우리 소송제도 전반에 부정합성을 야기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기태 변호사는 우리 개별 법령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주관적 요소로서 고의나 과실을 요하고 배상액은 실손해의 3배 범위 내에서 법원이 정한다는 점에서, 미국 커먼로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기초로 한 위에 성문법상 배액배상제도를 가미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형사벌과의 관계에서 이중처벌이라는 의견이 있는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 내지 일반화하는 경우 배상한도와 그 적정성, 운용방식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천경훈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가장 전통적인 반론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준별되므로 손해배상의 형태로 징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데, 우리는 민사상 손해배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오히려 민사책임으로 해결할 사안을 형사책임으로 묻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무에서는 증거 확보나 원고적격, 배상액수, 인과관계 등 판단이 엄격한 민사책임보다 형사책임을 묻기가 더 용이한 까닭에 불법행위 사안을 형사절차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실질적 구제제도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의 준별이 흐려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증거개시 제도와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형 제도의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확대 등을 통해 민사상 구제의 실효성을 늘려야 민사사건의 과도한 형사사건화를 제어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소송이 인정되는 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인정할 경우에는 과다배상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두 제도의 중복적용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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