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한인섭, 이하 ‘연구원’)이 지난 6일, 2019년도 연구사업 성과발표회를 개최했다. 양재 엘타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이번 발표회는 연구원이 2019년도 한 해 동안 일궈낸 총 29개 주제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정책 제언을 발표하는 자리로써 마련됐다.
한인섭 원장은 “(지난 한 해 연구원은) 우리나라 형사정책과 범죄 현상의 주요 쟁점인 야간·심야조사, 대체복무제도 등 사법개혁 현안 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안 또는 시행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 한편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의 그루밍, 소비자 ‘갑질’ 폭력 등과 같이 최근 이슈화된 범죄 현상을 포착해 주의를 환기하는 선도적 역할을 견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연구 성과와 정책 제언들이 우리 사회 발전을 한층 추동하는 동시에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학문적 관심도 촉발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자로는 박미숙 선임연구위원, 허황 부연구위원, 김재현 부연구위원, 강석구 선임연구위원, 박성훈 연구위원, 김영중 부연구위원, 권수진 부연구위원, 김정연 부연구위원, 연성진 선임연구위원, 김민영 부연구위원, 장다혜 연구위원, 윤지영 연구위원, 박학모 연구위원, 윤정숙 연구위원, 김유근 연구위원, 황지태 연구위원, 홍영오 선임연구위원, 이승현 선임연구위원,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최민영 연구위원, 박형민 연구위원, 유진 부연구위원, 박준휘 선임연구위원, 김대근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 야간 및 심야조사의 범위와 인권보장
검찰의 야간 및 심야조사에 따른 헌법상 수면권과 휴식권 등의 인권 침해 문제가 야기되는 가운데, 통계에 따르면 2016년도에 1,459명, 2017년도에 1,086명, 2018년 6월까지만 682명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심야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연구원은 야간 및 심야조사가 갖는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규범적·비교법적으로 분석하고, 인권침해사례 현황을 분석하는 한편 전문가 의견 분석을 토대로 인권침해방지를 위한 정책 제언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야간·심야 시간대를 밤 8시 이후로 하여 10시 이후 수사는 전면 금지하고, 8시 이후 야간조사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만 할 것을 제언했다. 이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유를 명확히 해야 하며, 당사자 동의는 자발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시간 조사 시 휴식권 및 음용권도 보장할 것을 제언했다. (연구책임자: 박미숙 선임연구위원)
■ 대체복무제도 시행 방안 연구
헌법재판소가 2018년 6월 28일, 병역법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선입법을 이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31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연구원은 헌재 결정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합리적 대체복무제 도입과 시행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한바 있다. 연구원은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국내외 인권규범에 어긋날 소지가 있는 단일한 대체복무제도 시행 방안을 성급하게 도입하기보다는, 인권 친화적 대체복무제도의 다양한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제언한 주요 내용은 △현역복무기간의 1~1.5배 범위 내의 기간 동안 비군사적인 사회복지 및 공익 분야에서 합숙 복무 원칙 △대체복무 적격 심사의 공정성·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 등이다. (연구책임자: 강태경 부연구위원)
■ 피의사실공표죄의 합리적 적용방안 연구
지난해 피의사실공표죄가 세간에 화두가 되면서, 연구원은 형법 제정 이후로 지금까지 피의사실공표죄가 한 번도 본죄로 처벌된 적이 없다는 점에 착안, “이것이 피의자의 권리가 잘 보장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피의자의 법익 침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되지 않았던 것인지 진지하게 물음을 던져봐야 했다”고 연구배경을 전했다.
이어 “피의사실공표죄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피의자의 인격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상호 충돌하는 기본권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연구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국가기관의 내부규율에 해당하는 준칙이 피의사실 공표행위 금지라는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을 조각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훈령의 지위를 갖는 관련 준칙을 법령으로 승격시킬 필요가 있음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특별한 위법성 조각사유 신설 필요 △실제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지고 기소가 되도록 피의사실공표죄의 규범력 강화 △수사사건 공개를 해당 검찰청의 장이 승인하기에 앞서 수사공보자문위원회로 하여금 자문을 받게 하는 제도 신설 △수사공보 대상자의 반론권 등 권리보장 제도 마련 등을 제언했다. (연구책임자: 김재현 부연구위원)
■ Human Rights and Criminal Justice Issues of “Accountability” in North Korea
지난해 5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대상 제3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 회의가 열렸다. UPR은 유엔 회원국들이 약 5년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서로의 인권 상황을 심사하는 제도로 북한은 2009년에 1차 심사, 2014년에 2차 심사를 받은 데 이어 2018년에 3차 심사를 받았다. 심사에 참여한 약 90개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262개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북한은 이 중 132개를 수용하고 130개를 거부했다.
연구원은 북한의 3차 심사로 인해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인권문제가 주목을 받기에 앞서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의 토대’를 2019년도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한 통일부의 입장을 고려해, “남북평화협력과 현 북한인권법 체계 속에서 지속가능한 남북인권대화 의제로서 인권증진적 형사사법개혁 논의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정부의 지속가능한 남북 평화협력 틀 안에서,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 주요관심사인 북한인권 논의를 선도하는 데 (우리 정부가) 기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인권을 빙자한 북한정권 비난이나 국제형사재판의 일방적 추진이 정치적 갈등이나 동북아 지역 긴장을 초래한다면, 북한주민 인권상황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연구책임자: 김한균 연구위원)
■ 형사사법 분야의 법왜곡 방지를 위한 입법정책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으로 인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독일식 법왜곡죄 신설 추진 움직임이 일어났다. 넓은 의미의 법왜곡행위 또는 사법일탈행위를 방지하고, 향후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들이 범할 수 있는 권력남용적 수사·재판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법왜곡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연구원은 형사사법 분야 법왜곡 행위유형을 검토하고, 이러한 법왜곡 행위들에 대한 현행법적 대응과 한계를 분석하는 한편 주요 외국의 법왜곡 대응법제를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왜곡죄는 연혁적으로 민주주의 산물이 아니며 악용 가능성 있는데다 독일은 기소법정주의를 취하는 등 우리와는 제도적 차이가 있어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함 △법왜곡죄 신설보다는 사법부와 법관의 실질적 독립을 지향하는 근본적인 사법개혁이 필요 △직권남용죄 규정을 실질화하고, 성과지향적 승진제도나 계급정년 제도는 폐지하며, 전관예우를 철폐할 것 등의 정책 제언을 했다. (연구책임자: 강석구 선임연구위원)
■ 소년원생의 안정적 사회정착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지원 방안 연구 Ⅲ
소년원생이 출원한 후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하는 것은 사회재통합뿐 아니라 재범예방에도 관련되어 있어 형사정책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국제적으로도 UN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소년사법의 궁극적 목표를 재통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소년사법운영에 관한 UN 최저 표준규칙에서도 재통합을 위해 모든 단계에서 청소년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연구원은 “소년원생의 사회정착을 돕는 정책들은 이들의 개인적·환경적 특성을 파악하고, 소년원생의 특성 및 필요에 부응하여 이루어질 때 보다 효과적”이라면서 “소년원생의 특성 및 변화과정을 파악하고 실증적 자료에 기반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지난 2017년부터 3년에 걸쳐 연구를 수행해 왔다”고 전했다. (연구책임자: 전영실 선임연구위원)
■ 형사사법기관의 인권보장역량 종합평가 연구 Ⅱ- 행형기관의 인권보장 역량 평가
경찰, 검찰, 법무부 및 형사법원 등의 형사사법기관이 우리 사회의 인권 수요에 부응하고 국제 인권규범을 준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법령을 제정·개정하고 조직기구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각 형사사법기관의 인권보장 역할과 기능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연구원은 인권 친화적 행형제도 설계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분석 틀로써 제도적 역량, 물적 역량, 인적 역량에 따른 평가 틀 및 분석 결과를 제공하면서,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하는 데 유익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책임자: 강태경 부연구위원)
■ 소비자 ‘갑질’ 폭력에 대한 피해 조사 연구-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피해를 중심으로
2013년 전후로 ‘갑질’이라는 단어가 우리사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판매 및 서비스 종사자가 소비자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하는 영상이 언론에 종종 공개됐다. 이는 자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지만 실태조사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원은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시민대상 갑질예방교육, 소비자 갑질 대응매뉴얼 제도화, 소비자 윤리성 확보, 소비자 갑질 피해 치료 프로그램의 제도화 및 활성화, 갑질을 묵인하는 조직문화 개선 등을 정책 제언으로 제시했다. (연구책임자: 연성진 선임연구위원)
■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형사사법적 대응 및 발전방안 Ⅱ-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제조업 등 생산 방식의 변화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발생 양상이나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와 인터넷 상용화 초기에 등장했던 신종범죄 및 그에 대한 형사법적 대응 연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첨단기술로 인해 변화될 범죄 양상이나 형사사법적 대응 방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원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형사사법적 대응 및 발전방안’의 2년차 과제로서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의 기술적 이해와 특징을 파악하고 범죄 발생 양상의 변화 가능성을 살피며, 관련법 정비 현황 및 그 한계를 지적한 뒤 대응 방안을 형사실체법적, 형사절차법적, 형사정책적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연구책임자: 윤지영 연구위원)
■ 아동·청소년의 성범죄에서 그루밍의 특성 및 대응방안
아동대상 성범죄에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길들이는 이른바 ‘그루밍’은 전통적으로 아동을 착취·유인하기에 유리한 직업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계층(예; 종교지도자, 교사, 스포츠코치 등)에서 빈번히 있어왔고,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SNS상에서 아동과의 성적 접촉을 목표로 하는 성인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다. 피해자 측에서는 이를 신뢰관계로 인지한 채 유인되는 경우가 많아 성폭행 결과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이에 연구원은 그루밍의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수법들을 분석해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탐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그루밍 사건들은 지속기간이 몇 년 이상인 것이 상당하였는데, 그루밍을 범죄화하지 않는다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은 요원할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는 한편 “성적 그루밍에 대한 적절한 규제방식과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연구책임자: 윤정숙 연구위원)
■ 형사소송법 편장체계 개편방안 연구- 수사절차를 중심으로
연구원은 “현행 형사소송법 편장 영역 중 규정의 공백이 많은 수사절차를 중심으로 보다 형사절차 흐름에 부합하고 국민 기본권 보장에 충실한 개편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연구 목적을 밝혔다. 그 동안 영미법계 당사자주의 요소의 도입과 국민참여재판 등을 통한 국민 참여 확대 등 형사소송 체계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편장체계는 여전히 일본법을 계수했던 제정 당시와 거의 같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이 형사절차 흐름에 따라 수사절차부터 사건처리 흐름 순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형사절차의 당사자인 피의자 등 국민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실무가나 학자 등 법률전문가들조차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 편제는 총칙에 있는 내용 중 수사와 재판에 공통되게 기술된 사항만을 총칙에 남겨두고, 재판절차에 해당하는 사항은 제4편 재판절차로 이동한 뒤 제2편 수사절차, 제3편 공소 등으로 구분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책임자: 이승현 선임연구위원)
■ 한국형 자치경찰제 시행 및 정착에 관한 연구 Ⅰ
2019년 3월, 전국적으로 국가경찰-자치경찰의 2원화된 경찰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연구원은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그 시범실시 과정에서의 문제점 및 성과를 분석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기획했다.
연구원은 현재 자치경찰제에 대한 논의가 일반 시민들의 이해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전문가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시간을 두는 것보단 국민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법률의 개정과 시범실시를 단행하는 쪽을 제언했다. 연구원은 이 연구가 경찰제도 운영에 있어 분권과 통합의 조화를 모색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등 일련의 사법개혁과의 연계성을 통한 형사사법체계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책임자: 박준휘 선임연구위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한 연구
정부 차원에서는 1999년부터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공수처 설치 법안이 지난해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뒤, 우여곡절 끝에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20대 국회에 제출됐던 공수처 관련 법안만 10개에 이르는데, 연구원은 공수처에 대한 쟁점이 많은 만큼 실제 제도 운영 상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제도 안착에 기여할 수 있는 세밀한 연구를 기획, 진행했다.
연구원이 제시한 정책 제언은 △공수처 소속 직원의 비리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함 △공수처의 도덕적 해이 예방을 위해 기소시민위원회, 기소법정주의, 재정신청권 확대 도입 등을 고려 △공수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퇴임 후 2~3년 정도까지 수사권 인정 △공수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되 균형을 위해 공수처 내부 부서를 수사부와 공소부로 나누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 등이다. (연구책임자: 박준휘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