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연구원과 한국공법학회, 한국헌법학회가 공동주최하고 헌법재판소가 후원한 제6회 모의헌법재판 경연대회가 지난 2월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예비 법조인 60개 팀이 참가신청을 했던 이번 대회는 1차 예심을 거쳐 49개 팀,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8개 팀이 선발되어 본심에 진출했다. 최종 여덟 팀은 고려대, 서울대(2팀), 중앙대, 연세대(2팀), 강원대, 성균관대 학생들로, 한 팀당 세 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제시된 설문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로 경쟁하던 여야 후보 사이에서 한쪽으로부터 대가를 약속받고 허위 내용으로 밝혀진 기사를 블로그에 올려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끝에 해당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언론사 팀장(박광석)을 중심으로 한 사안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해당 사실들이 거짓임이 밝혀졌고, 이런 사례를 규제할 필요성을 절감한 여야 의원들의 합의로 「가짜정보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박광석은 이 법에 따라 자신의 글이 삭제요청을 받자, 서울행정법원에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한편 이 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한편 박광석은 ‘가짜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유통하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고, 소송의 계속 중에 이 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이에 박광석은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기각된 이 법 일부 조항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기각된 이 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려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설문에 대하여 참가자들은 아래 어느 하나의 입장을 선택한 뒤 변호사인 대리인의 자격으로 서류를 작성(두 헌법소원심판은 병합심리된다는 가정 하에 하나의 서류로 통합하여 작성)하도록 요청받았다.
1. 박광석을 위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작성
2. 이해관계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을 위한 의견서를 작성
참가자들은 위헌 의견 4개 팀(박광석 입장), 합헌 의견 4개 팀(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입장)으로 나뉘어 헌법적 쟁점들에 대해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인 끝에 총 네 팀이 최종변론 진출팀으로 선발됐다.
최종변론 진출팀 간에는 △가짜정보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하여 기존의 대안이 충분한 상황에서 새로운 법률로 규제해야 하는지 △(블로그 글 삭제를 요청한) 이 사건 위원회의 구성에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관여한다고 해서 중립성이 담보된다고 할 수 있는지 △가짜정보에 대한 시정요구가 국가중심규제로 이루어지는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는지 등의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하여 각 팀은 ▲기존 법률로 적절히 규제하지 못한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의 경우처럼,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가짜정보의 다양한 양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률조항이 반드시 필요함 ▲독일과 같은 민간주도입법을 채택하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는 국가가 직접 시정요구를 하는 것보다 침해의 정도가 작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국민이 민간에 의한 진위판단 및 그에 따른 규제를 신뢰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정보통신망 내 정보에 대한 불신이 실재한 상태에서 민간영역에 그 해결을 맡기는 것은 오히려 정보통신망 이용환경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에 국가중심 규제가 필요하다는 등의 답변을 주고받았다.
이번 모의헌법재판 경연대회의 재판장이자 심사 강평을 맡은 서기석 前 헌법재판관은 “오늘 모의헌법재판 경연대회에 활약을 해준 학생들이 1학년이라고 들었는데, 우선 그 실력에 놀랐고 다음은 논리적 구성에 고심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이 주제로 변론을 했었다면, 여러분의 의견에 수긍하는 재판관님도 분명히 계셨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사 결과 대상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수민, 오용훈, 길한솔 씨의 팀(팀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게 돌아갔다. 특히 오용훈 씨는 가장 우수한 변론을 펼친 참가자에게 수여되는 ‘우수변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수상자들은 “이번 대회의 쟁점인 가짜정보법에 대하여 팀원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구되는 가짜정보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기회를 계기로 헌법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법조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