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2019도9756 사기 등- 동산 양도담보 채무자가 제3자에 담보제공된 동산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문제된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노정희)이 2월 20일, 회사의 대출금 담보를 위해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회사 운영자가 이를 타에 매각하여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종래 판례가 채무담보를 위해 동산이나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 그 채무자를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판결들을 모두 변경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면서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점유개정에 따라 담보목적물을 직접 점유하는 채무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그가 임의로 제3자에게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하고, 이 사건의 경우에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김재형·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과, “담보권이 설정된 이후에는 담보를 제공한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으므로 종래의 판례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으며,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 대법원 2019두52386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의 취소소송 중 정년이 된 경우 소의 이익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조희대)이 2월 20일, 원고가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후 제1심 소송 계속 중 정년에 도달한 사안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에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이와 달리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 포함되는 점, 근로자가 미지급 임금에 관해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이 있는 점, 민사소송과 별개로 신속·간이한 구제절차 및 이에 따른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로 입은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점”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한편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뒤 원직 복직 대신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에 따른 금품지급명령을 구하는 것으로 신청취지를 변경했는데, 대법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는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에 따라 금품지급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시했다.
■ 대법원 2019도9651 병역법 위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이 2월 13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씨에 대한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현역 입영을 거부했다”는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날 다수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하여 함께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사안에서는 피고인의 입영거부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2018년 11월 1일 선고된 2016도10912 전합체 판결이 있기 전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위 전합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진정한 양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이번 판결은 위 전합체 판결의 판단기준에 따라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원심 무죄판결을 수긍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2019년 12월 31일 병역법이 개정되어 병역의 종류로 ‘대체역’이 신설됨에 따라 피고인은 대체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