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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코로나 직격탄 맞은 세계 스포츠, 각국 불가항력 법리 검토해 보니...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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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회장 임상혁 변호사)가 지난 5월 2093회 월례발표회를 갖고 코로나19가 국내외 스포츠에 미친 법적 영향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이날 대한체육회 박선예 변호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계약불이행 책임의 불가항력을 사유로 한 면책 가능성한국프로축구연맹 이종권 변호사가 코로나19 사태와 프로스포츠의 법률적 쟁점을 발표했다토론자로는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단의 김정화 변호사서울이랜드FC 프로축구단의 김은영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124년만의 올림픽 연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12일 전 세계적 대유행병 경고인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스포츠 분야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은 도쿄올림픽의 연기 여부다코로나로 인해 유럽과 미국 등 각국에서 프로스포츠 일정과 아마추어 국제스포츠 대회를 잠정 중단한 상황에서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정상개최 의사를 끝까지 고수하고 있었는데확산세가 지속되자 고심 끝에 일본 정부는 올림픽 연기 의사를 전달했고 이로써 당초 올해 7월 24일 개막 예정이던 대회가 내년 7월 23일로 연기됐다. IOC는 연기된 올림픽이 내년에도 개최되지 못할 경우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박선예 변호사는 가장 큰 문제는 IOC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유행에 대한 대책이나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짚었다올림픽 개최국인 일본만 해도 당장 경기장과 선수촌 등 시설 유지비인건비 등으로 수천억 엔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각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도 마찬가지로 추가비용문제를 떠안게 됐다대한민국의 NOC 역시 이미 체결해 놓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대회 기간 중 숙박식사공간 임대차 등 계약의 취소 또는 연기 문제를 검토하는 상황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이 검토가 계약상 면책사유인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하는 한편 불가항력은 나라마다 그 해석 및 적용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각종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하여 그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코로나 19, 불가항력으로 볼 수 있을까

 

박 변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1호 가목에서 말하는 자연재난이 천재지변을 뜻한다면코로나19의 경우 같은 호 나목에서 말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상 사회재난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다만 보다 넓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용역계약 일반조건 제24조 제1항은 불가항력을 태풍·홍수 기타 악천후전쟁 또는 사변지진화재전염병폭동 기타 계약 당사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사태가 발생하여 용역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로서 계약당사자 누구의 책임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어 포함될 여지가 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 판례는 불가항력 면책에 대해 소극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법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유사한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도 불가항력을 이유로 한 채무자 면책을 인정하지 않았으며천재지변조차 불가항력으로 인한 면책을 인정한 사례가 많지 않다다만 면책이 아닌 감경의 여지는 조금 더 넓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인데실제 법원은 과거 IMF 사태로 수입자재 가격이 폭등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채무를 불이행한 수급인의 지체상금 책임을 약 40% 수준으로 감액한 사례가 있다.

 

한편 ‘KIKO’ 사건에서 우리 법원이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환율급등 등 예측하지 못한 사정이 벌어졌더라도 계약 해지를 인정할 만한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판결에 비추어 보면이번 코로나19 사태도 계약해제 사유인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박 변호사는 내다봤다.

 

■ 각국의 불가항력 법리는?

 

박 변호사는 준거법을 외국법으로 하는 계약은 계약관계에 적용될 법이 어느 나라 법인지해당 준거법에서는 불가항력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준거법 국가의 정부 정책은 어떠한지 등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영국프랑스독일인도중국아랍에미리트(UAE), 미국일본에 더하여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UN 협약(CISG)’을 검토했다.

 

영국의 경우 불가항력은 법률에 명시된 개념이 아니다따라서 당사자가 불가항력을 주장하려면 계약 내용에 불가항력 면책조항이 계약 조건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이러한 규정이 없는 경우 원용할 수 없다.

 

프랑스는 불가항력 법리의 발생국으로서 계약서에 불가항력 규정이 없더라도 프랑스 민법상 불가항력 정의 기준에 따라 동 조항의 원용이 가능하다프랑스 민법(FCC) 1218조는 불가항력에 대하여 당사자가 계약 당시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없고 적절한 수단을 통하여 회피(방지)할 수 없는 등 통제 불가능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로서 채무자의 의무이행을 저지하고 있는 사유라고 정의한다.

 

독일에서의 불가항력 면책은 대체로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된 경우에만 인정되고 그밖의 상황에서 원용되는 개념은 계약의 좌절’ 법리다. ‘계약의 좌절이 인정되려면 계약체결 이후의 중대한 사정 변경계약이 그러한 상황을 예정하고 있지 않을 것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일방 당사자의 계약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형평의 관점에서 불합리할 것이 요구된다.

 

인도에서는 통상적으로 거래계약서에 계약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 상황에서 계약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 발생을 대비한 조항을 두고 있는데동 조항이 없는 경우에도 인도 계약법상 사정변경의 원칙 등을 통해 이행불능에 대한 권리의무 관계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

 

중국은 민법총칙 제180조 제2항 및 계약법 제117조가 불가항력을 규정하고 있다이에 따르면 불가항력이란 예측불가능회피불가능극복불가능한 객관적 상황으로중국 법원은 사스 발병 시 이것은 인류가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었으며 극복할 수도 없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법률상 불가항력 사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도 민법 제249273282조 등 법률을 원용할 수 있다249조를 근거로 법원에 채무 경감 조정을 요청하거나 제282조를 근거로 하여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어느 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지에 따라 불가항력의 법적 취급에 차이가 있는데계약서에 불가항력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면 불가항력을 원용하여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책받기는 어려우며미국 법원은 대체로 불가항력 조항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

 

일본은 불가항력 법리가 우리와 가장 유사하다일본 개정 민법(2020. 4. 1. 시행)의 시행 전후에 따라 불가항력으로 인한 계약 해제권 행사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개정 전 민법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채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의 귀책사유가 있는 때에만 채권자가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됐는데개정 민법에 따르면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 양 당사자 모두에게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채권자는 유효하게 계약해제를 할 수 있다.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UN 협약(CISG)은 협약가입국끼리 국제적인 물품매매를 하거나 준거법이 CISG 가입국 중 한 곳의 법인 경우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 대체로 일반 민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CISG는 당사자의 고의·과실을 불문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데불가항력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당사자의 통제가능성이나 결과의 회피가능성보다는 계약체결 당시 손해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 코로나19 극복하고 개막한 우리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세계인의 관심 받았지만...

 

이종권 변호사가 개괄한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프로스포츠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먼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정규리그 기간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5월까지로 동일한데프로농구는 팀당 42~43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3월 24일 리그를 조기종료했고프로배구는 팀당 31~32경기(여자부는 26~27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3월 23일 조기종료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하여 11월까지 144경기를 치를 예정이던 프로야구와지난 3월부터 시작하여 11월까지 1부 38경기·2부 36경기를 치를 예정이던 프로축구는 한 차례 개막을 연기한 뒤 각각 지난 5월 5일 및 5월 8일 개막했다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스포츠리그가 중단된 상황에서 개막을 한 우리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는 장점도 있다프로야구는 미국 최대 스포츠방송사 ESPN에 중계권을 판매했고프로축구는 전 세계 36개국에 중계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정을 들여다 보면 금전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프로야구는 144경기를 유지하되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고 있고프로축구는 1,2부 모두 27경기로 축소한 뒤 무관중 경기로 진행 중이다이 변호사는 “1경기당 평균 입장수입이 11,921만원이던 프로야구의 경우 무관중 경기 진행으로 인해 1경기당 약 1억원의 입장수입 손실을 보게 됐고프로축구는 경기 축소로 인해 연맹 및 22개 구단 합계 약 575억원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전했다.

 

프로축구의 경우 경기수 감소와 각 구단 재정 손실 문제로 인하여 선수 연봉 삭감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이 변호사는 규정이나 표준계약서에 연봉 삭감 관려 근거가 없어 선수계약의 당사자인 구단과 선수의 자발적 의사에 기한 계약변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연맹과 선수협회 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일종의 권고안 내지 가이드라인 이상의 강제력 있는 결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밖에 스폰서 계약과 중계권 계약 감액 요구가 불가피하게 되어 협의 과정이 필요하며시즌 티켓 자체의 환불 요구도 있을 수 있다시즌 티켓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시즌티켓 환불에 위약금 10% 공제가 가능한지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이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조차 프로스포츠업종에 관한 품목별 기준이 없고 천재지변 및 불가항력적 사유에 대한 해결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구단들을 위해 경기장 임대료 감액 등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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