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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입법포럼-국회입법조사처] “신속 입법과 숙의(熟議) 민주주의 균형 이룰 제도 보완 필요하다”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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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와 한국입법포럼(대표 최대권 명예교수),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지난 5월 20일 공동으로 20대 국회 평가와 제21대 국회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논의는 크게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우영 교수가 국회법의 개정 방향을 발제했고국회입법조사처 김준 사회문화조사실장은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을 제21대 국회 과제로 제안했다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종철 교수는 의회주의의 관점에서 제20대 국회를 평가하고 제21대 국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최대권 대표는 개회사에서 의회민주주의 원칙은 민의 대변과 국정 운영의 구심점으로서의 숙의이고 대화와 타협이라면서 국회법 개정과 입법영향분석제도 도입을 통해 신뢰받는 국회일하는 국회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하중 처장은 국민을 위한 좋은 입법을 만드는 데 기여할 입법학이 학문으로 잘 정립되어서 입법 과정입법 원칙입법 평가입법 기술 등이 활발히 연구될 필요가 있다며 좋은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국회선진화법도 숙의 민주주의 반영 결과

 

숙의 민주주의란 숙의(熟議)가 공동체 의사결정의 중심적 방식과 요소가 되는 민주주의다이우영 교수는 이를 입법과정에 대입한다면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다수와 소수찬성과 반대를 망라하여 정제된 여론으로 형성하고이를 토론과 숙의를 통해 입법 및 정책결정에 반영하여 최대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이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의사결정의 질과 절차적·실체적 정당성 제고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수결 민주주의와 대비된다.

 

이 교수는 이러한 숙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입법의 질 제고와 정당성 강화를 어떻게 이룩할 것인지가 국회법 개정의 핵심 방향이라고 주장했다아울러 제18대 국회(2008~2012)에서 있었던 개정 국회법(법률 제11453)을 숙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18대 국회는 2012년 5월 2임기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이뤄냈다그 내용에는 안건신속처리제도의안자동상정제도위원회안건조정제도무제한토론제도(필리버스터등이 포함된다이 교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은기존 다수결주의를 통한 효율성적시성 확보에 더하여 소수정당 또는 국회 내 소수의 입법과정 참여와 입법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숙의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즉 다수결주의와 숙의주의의 절충안이라는 것이다.

 

■ “20대 국회의 안건신속처리제도신속입법에 치중한 나머지 숙의 간과해

 

이 교수는 특히 안건신속처리제도를 깊이 있게 언급했다국회법 제85조의2에 규정된 이 제도는 원칙적이고 통상적인 국회 의사절차에 대한 예외로서입법이 필요한 주요 법률안의 과도한 처리 지연을 막고 신속한 입법을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하지만 특정 법률안을 최소한 국회의 회의 안건으로 검토해 입법할 여지를 두기 위한 제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따라서 안건신속처리제도를 통한 입법이 부실입법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뿐 아니라향후 제도 보완을 통해 본래 취지에 맞게 효율적 입법과정에 따른 실질적 숙의 통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되어 입법된 최초의 예는 2017년 12월 제정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는 2019년 4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수처 설치 제정법률안’,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됐다이들 입법을 위한 본회의 표결 단계에서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신청 및 진행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20대 국회가 보여준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이후의 입법과정은 숙의를 통한 입법을 저해한 요소가 컸다고 평가했다. “안건신속처리제도가 신속한 입법을 위해 효율적인 의사진행을 담보한 것은 궁극적으로 숙의를 통한 법률안의 실질적 심사를 이루라는 데에 그 취지가 있음을 간과한 듯한 제도 운용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위해 미국 연방의회의 신속입법절차로부터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먼저 의안목록 구별과 각 의안목록별 적합한 의사일정 운영 방식을 도입해 입법교착 내지 입법지연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나아가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이후 다음 단계로의 진행 조건으로 법정 심사기간과 함께 해당 법률안의 최소 심의 횟수를 의무화하는 안도 제시했다또 특정 법률이 규정대상의 내용과 성질상 특별히 신속한 개정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할 시에는 그러한 개별 법률에서 당해 법률 개정을 신속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도록 규정하는 입법방식도 제안했다.

 

■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법 개정의 방향

 

이우영 교수가 제시한 국회법의 개정은 큰 틀에서 일하는 국회’, ‘질 높은 입법’, ‘의원의 전문성 제고와 과도한 정당기속 탈피로 압축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국회법 차원에서 임시회의 충실한 개회와 법률안심의를 위한 상임위원회 및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의무적 자동개회 강화 입법의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하는 의원에 대한 불이익 내지 제재 규정 마련 고려 제정 및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 청취의 장이 될 수 있는 공청회와 청문회를 최대한 확보하는 규정 마련 의사일정 방식과 관련하여 의장과 교섭단체대표위원의 합의로 변경할 수 있는 사항에 한계를 설정하는 등의 방안이다.

 

나아가 입법수요와 필요성체계정합성과 합헌성을 신중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여 의원입법 발의에 반영하게 하는 입법지원체계 또는 제도의 국회법상 도입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 법률이나 위헌결정이 나온 법률들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입법 및 다른 법안 발의에 반영하는 시스템 마련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 법제와 관행을 존중하고 원내 다수와 소수의 협의가 담보될 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을 법제화 개별 의원의 위원회 배정에 있어 전문성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숙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 등도 주장했다.

 

또한 상임위원회 소관 규정을 상응 정부부처별 대신 실질적 쟁점의 내용별로 개정하는 방안 최대한 복수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운영하여 입법적체를 해소하는 방향의 개정 개헌과 통일을 염두에 둔 양원제나 지방자치제도 등 중요 쟁점 발굴 및 논의 진행 진정한 숙의를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의원들의 과도한 정당기속 현상 시정 등을 중요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 의회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20대 국회 입법활동 성적표는?

 

김종철 교수는 의회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지난 20대 국회를 평가했다의회민주주의란 권력분립에 입각한 민주적 법치주의를 국민대표기관인 의회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이념·원리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먼저 의회의 정당한 구성이란 측면에서 선거제 개혁의 공과를 짚었다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은 국민대표성 강화라는 목적은 충분히 정당했지만 지역대표제에 기반한 상대다수대표제를 유지함으로써 국민대표성 확충이 절대적으로 미흡했고거대정파가 위성정당을 통해 오히려 의석수를 불린 데 대한 입법적 대비가 부족했던 점이 과오로 지적됐다.

 

선거제와 선거구획정을 선거 직전에야 행한 위법은 이번에도 반복된 고질병으로 지목됐다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년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김 교수에 따르면 계속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 문제점이 부각되지도 않는 심각한 고질병이다다만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된 것은 바람직한 개정으로 꼽혔다.

 

20대 국회에서 제1야당에 의한 국회 보이콧이 무려 20차례 넘게 진행되면서 국회부재가 일상화된 것은 이성적 토론에 따른 국정 운영을 해치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원인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김 교수는 이번 4·15 총선 결과로 인해 지난 20대 국회와 같은 국회 부재의 위험성이 해소되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패스트트랙 대치상태로 상징되기도 하는 제20대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동물국회를 또다시 재현했다는 점에서도 부정적 인상을 남겼다더욱이 19대 국회에서 도입된 몸싸움방지법으로 인해 의원들에 대한 무더기 고소·고발이 뒤따른 결과 국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까지 야기했다김 교수는 이러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형사사법절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절차에서도 심화되고 있다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입법활동 성적도 역대 최악이라는 딱지가 붙었다절대 건수에서는 평균치 수준을 보였지만 법안 폐기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데다 법률반영비율도 낮고이마저도 단순한 건수 늘리기 발의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김 교수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입법실적 과시나 민원인을 위한 선심성 입법발의 남발재탕 발의” 등을 거론했다또 야당이나 소수정파의 중요한 입법전략의 수단이 되는 비쟁점법안 연계 문제 또한 부정적 요소로 언급했다국정 효율성을 과도하게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입법절차 지연과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권을 입법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이들은 소수자 보호라는 의회주의의 가치를 위한 제도이지만우리 정치 문화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여건에서 오용됨으로써 의회주의의 본질적 기능인 입법활동을 저해하게 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 “21대 국회입법과정 효율과 국정통제권 강화가 균형 이뤄야

 

김 교수는 먼저 견제적 민주주의에의 공감대를 통한 민주공화적 의회 개혁을 주장했다. ‘견제적 민주주의란 국민이 선거권을 통해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치과정에 참여해 정부와 의회를 비롯한 국가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민주주의다.

 

정치적 실용주의에 따른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도 제시했다직접민주제에 대하여 의회주의가 본연의 우위성을 내세울 수 있는 정당화사유인 합리적 의사소통에 매개한 정책결정과정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의회의 정당한 구성의 측면에서는 선거제 개혁과 의원 정수 증원을의회주의에 충실한 국회 운영을 위해서는 자율적 자정체계 정비와 입법활동의 효율성 및 민주성 강화를 언급했다.

 

한편 김 교수는 현대 민주공화체제에서 의회주의의 중점은 입법활동보다 국정통제에 주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특히 국회상설화와 입법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은 역으로 소수파나 야당을 무시하는 독선적 국정운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국정통제권 강화를 통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그는 고위공직자나 법관에 대한 탄핵인사청문제도의 부작용 해소 등도 국정통제의 측면에서 요청되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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