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2017다211559 손해배상(기) (가) 파기환송- 소속 장병 자살 사고 발생 시 군부대의 자살예방의무 사건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5월 28일, “각급 부대의 관계자가 자살예방 관련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속 장병의 자살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사고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관계자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이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어 국가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국가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파기됐다.
사안에서 원고는 망인의 가족으로, 망인은 2012년 7월 해군 기초군사교육단에 입소하여 같은 해 9월 하사로 임관, 2013년 1월부터 해군 제2함대 A함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중 같은 해 5월 목을 매어 사망하였다. 망인은 앞선 2012년 9월, 교육사에서 인성검사를 받았는데 ‘부적응, 관심(앞으로 군생활에서 부적응이나 사고 가능성이 예측되지만, 적극적인 관심이나 도움을 통해 극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살예측’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원심은 소속부대 담당자들이 망인의 사고에 대하여 직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자살예방법과 장병의 자살예방 대책과 관련한 부대관리훈령 등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파악·관리·처리의 책임이 있는 각급 부대의 지휘관 등 관계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자살 등의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그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교육사에서 실시된 인성검사에 자살예측의 결과가 나타난 이상, 망인의 자살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는데도 망인에 대한 신상관리에 인성검사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 파악·관리·처리의 책임 있는 관계자가 직무상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것이고,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 대법원 2020다211085 자동차인도등청구의 소 (차) 파기환송 (일부)- 자동차 소유권자가 사용·수익자에게 반환 등 청구를 한 사건
대법원(주심 이동원 대법관)이 5월 28일,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로부터 자동차 포기각서와 함께 자동차를 넘겨받은 A가 다시 각서와 함께 자동차를 피고에게 인도하여 사용·수익하게 한 사안에서, 원고 회사는 피고에 대하여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甲은 A에게 원고 회사 소유의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하였는데, 그 당시 ‘이 사건 이후부터 자동차는 소유자의 점유물이 아닌 채권자의 점유물로 간주하고, 매매, 양도, 기타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자동차 입고 및 운행을 허락하면서 자동차 내부 귀중품은 일절 없으며 오늘 이후부터는 어느 누구든지 운행하여도 무방하다’는 내용이 담긴 자동차포기각서를 작성하여 함께 교부했다. A는 곧이어 이 사건 자동차를 위 자동차포기각서와 함께 피고에게 인도함으로써 그 뒤로 피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운행하며 사용·수익했다.
이에 대해 제1심과 원심은 “피고에게 자동차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만한 정당한 점유권원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자동차에 대한 인도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가 취득한 채권적 권리는 그것이 그대로 유지·존속하는 한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소유물반환청구권에 대항할 수 있는 점유권원에 해당하고, 원고 회사는 이러한 권리가 1차적으로 귀속된 A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별도 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점유·사용하게 된 피고에 대해서도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법 제213조에 따르면 점유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에는 임차권, 임치, 도급 등과 같이 점유를 수반하는 채권도 포함된다. 대법원은 “소유자에 대해 이러한 채권을 갖는 자가 소유자의 승낙이나 소유자와의 약정 등에 기초하여 제3자에게 점유할 권리를 수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부터 점유 내지 보관을 위탁받거나 그 밖에 점유할 권리를 취득한 제3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에게도 점유할 권리가 있음을 들어 소유자의 소유물반환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대법원 2015도8490 세무사법 위반 (다) 상고기각- 무자격 세무대리 사건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5월 28일,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단체가 직접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서를 작성한 후 대여 받은 세무사 명의로 신고를 한 사안에서, 해당 행위에 관여한 단체의 대표자가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 처벌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대리’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세무대리’란 세무사가 납세자 등의 위임을 받아 세무사법 제2조 각 호의 행위 또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세무대리’에는 조세에 관한 신고·신청·청구 등의 대리가 포함된다(세무사법 제2조 제1호).
피고인은 A사단법인 지회의 지회장으로서 부가가치세 신고에 필요한 세무회계 프로그램의 설치 및 명의를 대여할 세무사들과의 고문계약 체결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등으로 이 사건에 관여했다. 피고인이 이끄는 단체의 직원들은 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작성한 다음, 대여받은 세무사들 명의로 홈택스에 접속하여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변환·전송함으로써 세무사들을 세무대리인으로 하여 매 과세기간에 약 1,0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대신하여 행했다. 이 과정에서 명의를 대여한 세무사들은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를 지휘·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됐고, 피고인은 지회장으로서 직원들의 이 같은 업무수행을 독려하는 한편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건수를 보고받고 결재하기도 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세무사법 위반죄의 간접정범이 아닌 직접정법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을 수긍하는 한편, 정당행위와 위법성 인식 결여 등을 주장한 피고인 입장을 물리치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