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을 한달 여 앞둔 지난 6월 19일,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 교수)가 정책현안 세미나를 갖고 공수처법의 해석과 운영 방향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학회장인 정웅석 교수가 공수처법의 해석 및 운영방안을 비롯하여 추후 후속 법령 등을 통해 논란 여지를 봉합해야 할 부분을 짚어보는 주제발표를 했고, 토론자로는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전 수원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윤동호 교수(국민대학교, 공수처설립추진단 자문위원), 장혜진 기자(세계일보, 전 법조팀장)가 참여했다. 특히 공수처법의 위헌성을 총망라하여 저서 「2020 검찰개혁법 해설」을 출간하기도 한 이완규 변호사와, 공수처의 첫 입법청원자로서 지난 23년 간 공수처 위헌 논란을 적극 해명해 온 임지봉 교수는 이날도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 “정치권 속성 생각할 때, 아무리 중립적으로 설계했어도 안일한 믿음 안돼”
정웅석 교수는 “검찰개혁을 위해 출범시키려는 공수처가 개혁 대상이 된 검찰의 속성 중 하나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개혁론자들이 “검찰 통제를 위해 수사권은 경찰에 부여하고 검찰은 기소권만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 모순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공수처 역시 또다시 개혁 혹은 통제 대상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현재 경찰과 검찰 사이에 나타나는 수사권 다툼과 동일한 문제를 필연적으로 노정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수사 대상인 부패 공직자와 뇌물공여자인 민간인이 서로 공수처 혹은 검찰을 향해 “(공수처는 혹은 검찰은) 우선관할이 아니다”란 주장으로 각 기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수사의 교착상태에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인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검찰이 부패하여 개혁 대상이 된 원인은 정치권에 있다”면서 “그동안 정치권이 검찰 조직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주지 않고 오히려 이용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고 해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자연스럽게 지켜질 리는 만무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지금 검찰 조직의 구조를 개선하여 운영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데,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고도 반문했다.
정 교수는 “정치권은 공수처 조직을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안일한 믿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부패한 속성을 경계하면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규정의 해석과 제도 운영을 최대한 헌법에 합치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수처장 임명절차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이미 점화된 상태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새로 출범하는 공수처가 중립적이려면 여야 합의 속에 원만하게 인적 구성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후보 추천권을 분산하여 규정했는데, 지금과 같은 여야 대치 상태에서 야당이 후보 추천을 하지 않을 우려가 감지되자 여당 쪽에서 법을 개정해서라도 출범을 가능케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공수처법, 조목조목 따져 논의되어야 한다”
정 교수는 공수처법상 논란이 될 부분을 차례차례 짚어갔다. 먼저 공수처법이 공수처에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부여할 경우 영장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는 헌법 제12조 및 제16조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검사의 영장청구는 인권옹호기관이라는 검사의 법적 지위에서 도출되며, 명칭이 ‘검사’라고 하여 모두 헌법이 정하는 공소권을 행사하는 ‘검사’라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공수처법에서도 영장청구와 관련하여 별도의 의제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이상,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 교수는 위의 점을 바탕으로 “공수처 검사의 지위는 이중적”이라는 주장을 전개했다.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을 가진 범죄에 대해서는 소추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검찰에 송치할 범죄에 대하여는 (특별)사법경찰관과 유사한 지위라는 것이다. 그는 “공수처법에서는 공수처 수사관을 사법경찰관으로 보고, 공수처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내부관계일 뿐 형사소송법이 적용되는 외부관계에서는 공수처 검사를 특사경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이 대통령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도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과 관련하여 논의가 필요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소추는 불가능하지만 임의수사는 물론 강제수사도 가능한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밖에도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임기 규정에 따르면 출범과 함께 임명된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 직을 유지함에 따라 공수처 자체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기구로 지속될 우려 ▲공수처장이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수사에 대하여 검찰 등에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검찰 등이 이에 응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행사요건을 검토할 필요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는 법 제24조 제2항의 올바른 해석 ▲공수처 검사의 수사종결 가능 범위 및 공수처에서 검찰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공수처장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한 경우, 이에 불복하여 공수처장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한 규정의 검토 및 남발 우려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한 대안으로서 “별도의 수사청을 설치하여 수사를 전담하게 하자”는 안 및 “집권세력 견제를 위해 기관장 임명을 야당이 추천한 자로 하는 것이 공수처의 진정성을 확인받는 한편 순탄한 출범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가 비판을 받는 만큼, 공수처 검사의 기소에는 기소배심 내지 대배심을 설치하여 시민 위원들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사법에의 국민 참여’라는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한편 국민의 압도적 찬성을 발판삼아 출범하는 공수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강력한 권한 가진 공수처, 위헌성 제거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 될 것”
이완규 변호사는 “공수처를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게 아니라, 180석 여당의 힘으로 위헌 논란을 해소한 뒤에 출범시켜 운영해 달라는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행정권을 행사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공수처를 정부에 소속되도록 구성하여 위헌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수처가 출범하기 전에 결론을 내서 위헌 논란을 매듭지어줘야 했다”며 헌법재판소를 향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지난 2월 미래통합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 새로이 입성한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지난 5월 11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가 합헌이라는 측에서는) 헌법에 근거 없이 설치된 기관의 예로 국가인권위원회나 특별검사를 거론하며 공수처도 합헌이라고 하는데, 가장 강력하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권력기관인 공수처를 인권위와 같은 비권력적 기관이나 특검처럼 일시적인 기구와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공수처는 소규모이기 때문에 더 권력에 예속될 위험성이 크다”고 하는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식적 법치주의의 폐해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을 생각할 때, 헌법적 근거 없이 강력한 권력기관을 설치한다는 것은 권력 조직에 민주적 정당성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이념에도 맞지 않으며, 이것은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더 강력한 기구 설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 “이제는 위헌 논의보다 출범과 운영에 힘 모아야”
임지봉 교수는 “헌법에 근거가 없어 위헌이라는 주장은 헌법학계에서는 이제 많이 해체된 도그마라고 볼 수 있는 몽테스키외의 3권분립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국가 권력을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기초하여 배분하는 것이 헌법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에, 독립된 기구로서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이 헌법 위반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예로 들어 위헌 논란에 반박하는 것은, 우리 헌법을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따라 해석할 때 가능한 기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이제는 위헌 주장을 중단하고 공수처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논의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인 규정 해석과 관련하여, 먼저 별도의 수사청을 설립하자는 정 교수의 주장에는 동의했다. 임 교수는 “검찰개혁을 위해 경찰에 수사권을 주지만 경찰은 거대한 조직인 만큼 정보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여 권력의 비대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하는 한편 “검찰의 직접수사가 불가능해지면 검찰 수사관 5500여명이 갈 곳이 없게 될 수 있는데, 국가수사청을 설립해 수사경찰과 함께 검찰 수사관 인력을 흡수하여 수사를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장청구에 대한 헌법 규정 해석은 정 교수와 달리 했다. 임 교수는 “헌법 제12조 제3항의 핵심은 ‘영장 청구를 검사가 한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있는 것”이라면서 “공수처법에서 공수처 검사가 인권옹호기관이라는 규정을 두지 않아도 공수처 검사가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영장청구를 검찰청법상 검사만 할 수 있다는 해석은 너무 좁게 보는 것”이라며,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에 대한 위헌 논란을 해명했다.
공수처장 임명을 야당이 추천한 자로 하게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제안”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기소배심 혹은 대배심을 거치게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할 땐 거치지 않는데 공수처에서 기소할 때만 거쳐야 한다고 하면 역차별이 될 측면이 있다”며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