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정신착란성 방위(Insanity Defense) 폐지가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미연방대법원 판결”
- Kahler v. Kansas, No. 18-6135 사건 판결 (2020. 3. 23. 선고) <출처: 사법정책연구원>
‘정신착란성 방위(Insanity Defense)’란 정신병으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우리 형법 제10조(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와 유사한 개념이다.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이보경 판사(미국 UCLA대학)는 캔자스를 비롯한 Idaho, Alaska, Utah, Montana 등 다섯 개 주는 정신착란성 방위 규정을 폐지한 상태고, 캔자스는 정신병 증세를 형량 감경사유로만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안에서 피고인 James Kahler는 캔자스에 거주하면서 2009년 이혼한 전 부인 및 10대인 두 딸, 부인의 할머니를 살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원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사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피고인이 결혼 실패로 인한 심한 우울증 및 강박장애로 살인의 고의를 인식하지 못하였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주 검사는 피고인이 여전히 살인을 계획할 능력은 가지고 있었고, 이혼 당시 엄마 편에 서지 않았다고 생각한 아들은 살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심 법원인 Osage County 법원은 2011년 8월 말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피고인은 항소했다. 이 사건은 ‘Capital murder(사형선고가 가능한 살인사건)’에 해당하여 캔자스법에 따라 바로 캔자스주 대법원에서 진행되었는데, 위 법원에서도 정신착란성 방위를 폐지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리에 반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결국 피고인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범행 당시 캔자스 주가 정신착란성 방위 규정을 폐지한 것은 수정헌법 제14조 및 제8조에서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2019년 3월 28일 상고가 허가됐고, 같은 해 10월 7일 구술변론을 거친 후 2020년 3월 23일 선고됐다.
6인의 다수의견은 “‘형사책임능력(Criminal Culpability)과 정신병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주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 헌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캔자스에게 헌법에 의해 정신착란성 방위를 반드시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캔자스 주는 정신능력에 따른 형량감경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착란성 방위를 폐지한 것으로도 볼 수 없고, 이는 헌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범위이며 따라서 캔자스법에는 여전히 형사재판 중에 피고인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주장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3인의 대법관들은 “캔자스가 수백년간 존재해왔던 주요 방어방법, 즉 정신병으로 인하여 그가 한 행위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으려면 정신적인 능력(책임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삭제해버렸다”면서 “이는 정신착란성 방위를 단순히 수정한 것이 아니라 형사책임능력의 주요 요건을 삭제해 버린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보경 판사는 “위 판결로 인해 미국에서 형사법상 정신착란성 방위를 유지할지 여부는 각 주 의 결정에 따르게 되었다”면서 “다수의견에 따르면 형벌감경사유 등으로는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정신병이 있는지 여부, 그 정도 등은 재판에 제출하고 판단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 대만 등 개 식용 문화를 가진 국가들의 관련 입법 동향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가 지난 7월 22일 “대만의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동물보호법 개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유제범, 편지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개 식용 금지를 위한 대만의 국가적 노력으로 추진된 동물보호법 개정의 배경과 연혁을 짚어보고 시사점과 향후 과제를 도출하는 한편, 개 식용 문화를 가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개 식용 금지 조치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1990년대부터 유기견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요구가 강해졌다. 이에 1998년 동물보호법이 최초로 제정됐고,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의 개 도살 금지와 경제적 목적을 위한 특정 동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2001년에는 경제적 목적의 반려동물 도살행위 금지, 2007년에는 개·고양이 도살과 동물 사체 판매 금지를 규정하였으며, 2015년에는 처벌 수준을 강화해 개·고양이 도살 행위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TWD(한화 약 408만원)~100만(한화 약 4,080만원)TWD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가장 최근에 개정된 법(2017년 4월 26일 공포·시행)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식용하는 행위 등을 전국적으로 금지하면서 처벌조항을 뒀다.
필리핀의 경우 ‘THE ANIMAL WELFARE ACT OF 1998’ Section 6.에서 소, 돼지, 염소, 양, 가금류, 토끼, 물소(필리핀 산), 말, 사슴, 악어 이외의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반시 6개월 이상 2년 이하 징역이나 1천 페소(한화 약 2만4천원) 이상 5천 페소(한화 약 12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마닐라 동물보호 조례’에서는 개를 죽이거나 개고기를 저장 및 보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중국도 최근 개 식용 금지를 위한 일련의 조치가 시행 중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 24일 제13차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제16차 회의에서 ‘불법 야생동물 거래 전면 금지, 야생동물 남식(濫食) 폐습 철폐, 인민 생명건강안전의 확실한 보장에 관한 결정’을 의결한 데 이어 4월 8일 중국 농업농촌부가 법적으로 인정하는 가축 범위에서 개를 제외하는 수정계획을 밝히고 국무원 비준을 거쳐 5월 27일 공표했다.
농업농촌부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면서 “인류문명의 진보와 동물보호에 대한 민중의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개는 이미 전통가축에서 반려동물로 분화되었으며,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인 가축으로 간주하지 않으므로 가축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장식 식용개 사육이 억제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한편, 광둥성의 선전과 주하이를 비롯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개 식용 금지가 조례로 제정되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법률에 개 식용 금지를 직접 명시하고자 한 입법 시도는 없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13958, 2018. 6. 20. 표창원 의원 대표발의)’이 동물 도살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을 어렵게 하여 식용 개 유통을 방지하고자 시도한 바는 있는데,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개 식용 문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찬반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으며, 개 도축 행위와 관련된 ‘축산물위생관리법’ 적용 문제, 개 사육과 식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동물보호법’ 적용 문제, ‘축산법’ 상 개를 가축의 범위에 계속하여 포함시킬지의 문제 등의 개선과제가 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