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2016다244224(본소), 2016다244231(반소) 임대보증금반환 (가) 파기환송- 임대차기간이 끝난 뒤 약 14년이 지나 보증금반환을 청구한 사건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7월 9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임대차 기간이 끝난 후에도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대차기간이 끝난 뒤 약 14년이 경과한 시점에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원고의 권리를 인정했다. 이와 달리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때로부터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여 이 사건 소제기 당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이미 시료호 소멸했다고 본 원심의 본소 청구 부분은 파기 환송됐다.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를 임대인으로 하여 1998년부터 2년을 기간으로 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증금 2,500만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 102호에 입주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날 무렵 피고는 원고에게 102호를 인도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원고는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인도를 거부했고,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계속 거주했다.
원고가 2008년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기본적인 가재도구만을 남겨둔 채 2013년 무렵까지 원고의 모친 등에게 우편물 정리와 집기류 확인 등을 위해 이 사건 102호에 출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점유했고, 피고는 2014년 이 사건 102호를 타인에 매도하여 다음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새로운 소유자에게 2015년 6월 이 사건 102호를 인도했지만, 점유를 상실하기 이전인 2014년에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구하는 본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되어야 하지만 채권을 행사하여 실현하려는 행위를 하거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행위 모습이 있으면 권리를 행사한다고 보는 것이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전제하면서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것은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에 기초한 권능을 행사한 것으로서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는 계속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 분명하게 표시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만일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여 적극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보면, 임차인은 목적물반환의무는 그대로 부담하면서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만 상실하게 된다”면서 “이는 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자신의 권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증금반환채무만을 면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과 마찬가지 정도로 강하게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는 동안 위 규정에 따라 법정임대차관계가 유지되고 있는데도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그대로 시효가 진행하여 소멸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 대법원 2017다217847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의 소 (아) 파기환송- 유명 명품가방에 눈알 모양 도안을 부착해 판매한 사건
대법원(주심 박정화 대법관)이 7월 9일, 유명 명품 가방인 에르메스의 버킨 백 및 켈리 백과 동일한 형태의 가방에 자신들이 창작한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하여 판매한 한국 회사인 피고에 대하여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의 성과물 도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이와 달리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구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이 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피고들이 원고들과 동일한 종류의 상품인 피고들 제품을 국내에서 계속 생산·판매하게 되면 원고들 제품에 대한 일부 수요를 대체하거나 원고들 제품의 희소성 및 가치 저하로 잠재적 수요자들이 원고들 제품에 대한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타인의 동의 없이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에 스스로 창작한 도안을 부착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핸드백을 비롯한 패션잡화 분야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약 등을 통해 제휴나 협업을 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들 제품이 이 사건 상품표지를 동일한 출처로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부분을 배척한 것에 대하여는 수긍했다.
■ 대법원 2019도13328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카) 파기환송-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
대법원(주심 노정희 대법관)이 7월 16일, “현직 경기도지사인 피고인 이재명이 과거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하여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대해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진술하지 않은 답변을 한 것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원심은 당초 기소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친형 관련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사칭 전과 관련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업적 관련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사실 중 ‘친형 관련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중 피고인의 강제입원 절차 관여 부분’에 대하여만 유죄로 판단했는데, 다수 의견은 이 부분도 파기했다.
이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발언은 단순한 묵비나 부작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체적 사실을 들어 해명한 것으로, 그 전체적 취지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하고, 이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대법관 박상옥, 이기택,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의 반대의견이 있다.
다수의견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후보자토론회에서 설령 후보자등이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의 표현을 하더라도, 토론과정에서의 경쟁과 사후 검증을 통하여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그 토론과 후속 검증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정한 한계를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지만, 그에 앞서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과 ‘사실의 왜곡’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일부 사실을 묵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하고, 토론 중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