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일반법원(General Court of the European Union)이 지난 7월 15일, EU 행정부 격인 유럽집행위원회(the European Commission, 이하 ‘집행위원회’)가 애플에 명한 세금 감면 이익 상당 지원금(이자 포함 총 143억 유로, 한화 약 20조)의 회수 결정을 취소했다. 이 금액은 아일랜드 세무당국의 세법 회신으로 애플이 납부 부담을 덜었던 금액인데, 이번 판결로 애플은 한시름 놓게 됐다.
집행위원회는 앞서 2016년 8월 30일,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애플과 합의한 두 번(1991년 1월 29일, 2007년 5월 23일)의 세법 회신(tax ruling)이 “TFEU(유럽기능조약) 제10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지원’에 해당된다”면서 “애플은 아일랜드에서 부당하게 받은 지원을 반납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집행위원회가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요건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TFEU 제107조 제1항은 “본 조약에 별도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회원국에 의해 승인되거나 국고로 지급하는 모든 형태의 지원은, 특정 사업자 혹은 특정 상품의 생산에 이익을 부여하여 경쟁을 왜곡하거나 혹은 그럴 위험이 있는 경우 회원국 간의 무역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내부시장과 양립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 이 규정을 반경쟁적 국가 지원 규정이라고 한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홍대식 교수는 이에 대하여 “회원국이 특정 사업자를 지원하는 행위가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경우, 그 회원국과 해당 사업자를 제재하는 근거가 되는 규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집행위원회가 아일랜드 세무당국의 애플에 대한 세법 회신에 대하여 반경쟁적 국가 지원 규정을 적용한 것은, 아일랜드의 다국적 IT 회사에 대한 조세정책이 애플의 조세 회피에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집행위원회가 애플에 반환을 명한 근거는?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3년부터 애플이 아일랜드를 조세피난처로 삼아 역외탈세를 행했다는 의혹을 가지고 조사에 들어갔다. TFEU 제108조 제2항에 따른 공식조사절차는 2014년 6월 11일의 결정으로 개시했다.
1976년에 설립되어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본사를 둔 애플 그룹은 애플사와 애플사가 지배하는 모든 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애플 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본사 경영진들에 의해 중앙에서 관리되고 미국으로부터 지시되는 주요 기능 영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애플 그룹의 자회사인 ‘Apple Sales International(ASI)’과 ‘Apple Operations Europe(AOE)’는 아일랜드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 법원에 따르면 상당수의 ASI와 AOE의 이사회 멤버들은 애플사에 고용되어 쿠퍼티노에 기반을 둔 이사였다. 또한 애플과 ASI 및 AOE는 비용분담협정을 맺은바, 양 당사자는 애플 그룹의 제품 및 서비스, 무형 자산에 관한 연구개발과 관련된 비용과 위험을 공유하는 관계였다.
조사 결과 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합의한 세법 회신이 ASI와 AOE의 세금 책임의 감소를 수반하는 한 아일랜드는 국가 자원의 손실을 초래한 세수 포기를 한 것이라는 점 △ASI와 AOE가 모든 회원국에서 운영되는 애플 그룹의 일부이기 때문에 EU 회원국 상호간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세법 회신이 ASI와 AOE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선별적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아일랜드 법인세의 통상적 규칙에서도 벗어난 점 △세법 회신이 ASI와 AOE의 조세 책임의 감소를 수반한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러한 지원은 두 회사의 경쟁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따라서 경쟁을 왜곡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집행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1. 1991년 1월 29일과 2007년 5월 23일 아일랜드가 1년 단위로 ASI에 유리하게 세금부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세법 회신은 조약 제107조 제1항의 ‘지원’에 해당한다. 그 지원은 조약 제108조 제3항을 위반하여 불법적으로 시행되었으며 내부 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
2. 아일랜드는 1991년 1월 29일과 2007년 5월 23일에 AOI에 유리한 세법 회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아일랜드는 연간 기준으로 세금부담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지원은 조약 제108조 제3항을 위반하여 불법적으로 시행되었으며 내부 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
■ “TFEU 제107조 제1항이 말하는 ‘지원’으로 보기엔 집행위원회 입증 부족하다”
EU 일반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ASI와 AOE가 선별적 경제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TFEU 제107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지원을 제공받았다는 집행위원회의 판단은 잘못됐다”며 위원회 결정을 뒤집었다.
일반법원은 먼저, 집행위원회가 아일랜드 세법에 따른 이전가격 과세와 관련하여 ‘The arm’s length principle (정상가격 원칙)’을 평가도구로 사용한 것은 승인했다. 이 원칙은 아일랜드 세무 당국이 보증한 부과 가능한 이익 수준이 시장 상황에서 획득된 이익 수준과 일치하여 정상가격의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용됐는데, 집행위원회는 애플 그룹의 지적재산권에서 도출된 이익을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ASI와 AOE의 지사에 배분하지 않아 연간 부과 가능한 이익을 감소시킨 행위가 정상가격 원칙 위배라고 파악했다.
하지만 “애플 그룹이 북미와 남미 이외의 지역에서 올린 모든 매출과 관련된 소득을 ASI와 AOE의 아일랜드 지사에 귀속하지 않도록 한 아일랜드 세무당국의 행위는 두 회사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는 집행위원회의 주장에 대하여는, “그 소득이 아일랜드 지사가 스스로 수행한 활동의 가치라는 것을 집행위원회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나아가 “아일랜드의 세법 회신이 불완전하고 모순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의 세법 회신이 갖는 방법론적 오류를 입증하는 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위원회가 주장하는 정도의 결함만으로는 TFEU 제107조 제1항에 해당하는 불법적 지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홍대식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해외의 모회사와 국내 자회사 간 거래에 적용되는 이전가격이 적정한지를 ‘정상가격 원칙’에 의해 판단하여 과세조정을 하는 이전가격 과세제도에 대한 사안”이라면서 “집행위원회는 정상가격 원칙에 맞지 않는 과세이기 때문에 애플 자회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보았는데, 법원은 경제적 이익 제공에 대한 입증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경제적 이익 제공을 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정을 적용할 때, 계열회사 간 거래가격이 정상가격 범위 내에 있는지 논란이 된 사안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자문 및 검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홍대식 교수>
** 판결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