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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경제학회] 공정거래법 올바른 집행 돕는 ‘경제분석’, “재판실무서 신뢰도 높이는 것은 과제”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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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경제학회(회장 김두얼 교수)가 지난 8월 21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와 공동으로 온라인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공정거래법 집행에서의 경제분석의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제1부에서 공정거래 사건의 경제분석 회고2부에서 경쟁법상 경제분석의 활용 전망을 다뤘다이날 발표자는 서강대 전성훈 교수대전지법 천안지원 강우찬 부장판사가천대 윤경수 교수, KIEP 장영신 부연구위원이 참여했고토론자로는 남재현 고려대 교수황태호 공정위 경제분석과장노상섭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심경보 KDI 부연구위원이 참여했다.

 

■ 합리적 경제분석, “공정거래법 집행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

 

1960년대부터 독과점 폐해가 문제될 때마다 도입이 논의되던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된 이후초기에는 주로 불공정거래행위 적발을 중심으로 적용됐다하지만 오늘날 공정거래법 집행의 추세는 시장경쟁에 미치는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른바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근거로 하면서 경제분석의 중요도가 높아졌다전성훈 교수는 이를 두고 법조항의 단순한 자구적 해석에 의하지 않고경쟁제한 및 효율제고 효과를 분석하여 내린 판단에 따라 법 집행을 하는 합리화’ 혹은 선진화의 경향을 띠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이 과정에는 산업조직론 및 반독점 경제학적 연구성과들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전 교수는 이처럼 경제학자들이 공정거래 사건에 관한 경제분석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라고 소개했다당시는 한국의 경제학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로펌 및 클라이언트에 경제분석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시작한 시기인 한편, 2003년부터 3년간 공정위를 이끈 강철규 당시 위원장이 2005년 공정위 내 경제분석팀을 신설한 때다법원에서는 2004년 서울 고등법원이 무학-대선 기업결합 사건 판결에서 경제분석 결과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여 주목받기도 했다.

 

전 교수는 올바른 공정거래법 집행의 방향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강조했다가격규제 수단으로 이용되지 말 것 산업정책 목적에 타협하지 말 것 자국기업 보호정책으로 활용되지 말 것 자구적 해석에 의한 외형 기반 법집행을 피할 것 비효율적 경쟁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 말 것 등이다그는 나아가 이처럼 공정거래법 집행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합리적 경제분석이라고 주장했다.

 

■ 화제 됐던 기업결합 사건들어떤 경제분석 활용했나

 

전성훈 교수는 직접 경제분석에 참여한 사건이자 사안에서 경제분석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 대표적 사건들을 소개했다.

 

2003년 무학-대선 기업결합 사건은 관련 지리적 시장의 범위가 부산-경남 지역으로 한정되는가 아니면 전국으로 확대되는가가 경쟁제한성 판단의 관건이 된 사안으로여기서 임계매출손실 분석(Critical Loss Analysis)이 활용됐다전 교수에 따르면 임계매출손실 분석은 이미 미국과 EU 등에서는 시장획정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자리잡은 경제분석이다국내에서는 이 사건 이후 공정거래 사건에서 시장획정의 주요한 방법으로 임계매출손실 분석이 인정받게 됐으며이후 2006년 하이트-진로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의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축약형 계량분석(Reduced-form Econometric Analysis)’이 시도된 사건은 2006년 이랜드-까르푸 기업결합으로, 2000년대 후반 이마트-월마트홈플러스-홈에버 등일련의 대형소매 유통업자들 사이 결합을 선도한 사건이다여기서 축약형 계량 분석은 여러 지역에서의 대형소매유통점의 진입·퇴출의 역사적 자료를 활용하여 기업결합 후의 가격인상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는 역할을 수행했다전 교수는 이 분석에 대해 논란이 많은 시장획정에 직접 의존하지 않고기업결합 경쟁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나아가 대형마트백화점슈퍼마켓 등의 유통점들 사이의 기업결합 관련 지리적 시장획정에서 중첩원의 합집합(union of overlapping circles)’ 방법이 적용된 것도 의미가 깊다.

 

2009년 옥션-지마켓 기업결합은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하는 것을 공정위가 합리적 재량권을 행사하여 일시적인 몇 가지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여 조건부 인용한 실질적인 첫’ 사례다여기서 경제분석은 양면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관련 상품시장의 획정소비자와 판매자 양 측면에서의 경쟁제한 효과동태적 경쟁의 중요성을 분석하는데 활용됐다전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반독점 경제학의 프론티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업결합 시뮬레이션(Merger Simulation)을 시도하여 판매자 측면의 경쟁효과를 평가한 것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2016년 SK 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이 있다. SK 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은 수평·수직·혼합 결합을 포괄하는 복합적 성격을 지녔으나경쟁제한적 우려의 핵심은 전국적 IPTV 사업자인 SK 브로드밴드와 ‘23개 권역의 케이블 TV 사업을 하는 MSO인 CJ헬로비전’ 사이의 유료방송서비스 시장에서의 수평적 결합에 집중됐다이 사건에서는 일종의 축약된 merger simulation인 ‘UPP(Upward Pricing Pressure, 가격인상압력)’가 활용됐다이는 마진율과 전환율의 곱으로 간편하게 기업결합에 의한 가격인상 압력을 측정하는 경제분석이다.

 

■ 포스코퀄컴 사건은 경제분석의 측면에서 기념비적이고 선도적

 

굵직한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이하 시지남용’) 사건에서도 경제분석은 빛을 발했다대표적인 사례로는 단연 2001년 포스코 공급거절 사건이 꼽힌다사안에서 공정위는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강판 생산에 필수적인 열연코일의 공급을 부당하게 거절한 행위가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시지남용이라고 의결했다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공정위 의결을 지지한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시지남용 사건에서 부당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립해 기념비적 판결이 됐다전 교수는 이 판결이 공정거래법 사안 중 최초의 전합체 판결이라고 전하기도 했다이 사안에서는 AIDS(Almost Ideal Demand System) 모형의 추정을 비롯해 가격 시계열의 상관관계인과관계 검증 등을 통한 경제분석이 이뤄졌다.

 

2008년 인텔 리베이트에서는 관련 시장 획정경쟁배제 효과효율성 항변 등 다양한 이슈들이 다뤄졌으나특히 조건부 리베이트의 경쟁배제 효과를 검증하는 방법으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동등효율 경쟁자(AEC, As Efficient Competitor)’의 유효가격-비용 검증(Effective Price-Cost Test)이 시도됐다는 데 의미가 깊다전 교수는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명백한 배타조건부 거래에 대해서는 동등효율 경쟁자의 유효가격-비용 검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2017년 EU 최고법원도 AEC 검증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2017년 퀄컴 사건은 공정위가 1조 300억원이라는 초유의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여 화제가 된 사건이다그러나 전 교수는 이 사건은 막대한 과징금 때문이 아니라이후 대만 FTC와 미국 FTC 결정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사례라고 평했다이 사안에서는 일본 FTC나 중국 NDRC보다 포괄적으로 사업모델 전반에 대한 심층적 경쟁제한성 평가가 이뤄졌는데퀄컴의 칩셋 공급 및 관련기술 라이선스 사업모델의 구성요소들이 서로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순환적 상승작용을 하면서 경쟁자비용인상(Raising Rival’s Costs, RRC)의 경쟁제한 효과를 야기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 재판실무는 경제분석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강우찬 부장판사는 재판실무에서 경제분석은 단연 손해배상소송의 손해액 산정에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이날 발표의 초점을 공정위 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에 주로 두었다.

 

강 부장판사는 공정위 처분을 다투는 소송에서 경제분석은 증거방법 중 하나에 해당하는데중립적 감정인이 아닌 어느 당사자측 감정인의 감정서라거나 당사자가 각각 제출하는 전문가 의견서인 경우 그에 대한 법관의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판사들은 경제분석이 어느 한 쪽의 유리한 결과를 위해 맞춤형으로 제출된다고 인식하게 되는데이 점은 극복되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지가 감정과 같은 통상의 감정과 비교했을 때공인되고 합의된 분석틀과 정형적 감정방법이 정해져있지 않은 점전문가 개인의 가치관에 좌우될 우려가 있는 점어느 한 측이 아닌 중립적 감정인을 법원이 선정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아닌 점 등이 재판실무에서 경제분석이 낮은 신뢰도를 얻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강 부장판사에 따르면 포스코 판결 이후 법원에서 공인된 경제분석 방법으로는 시장획정에 대한 ‘SSNIP(Small but Significant and Non-transitory Increase in Price)’가 있다다만 법원에서는 폭의 이론을 활용하여 일종의 판단 여지’ 내지 요건 재량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법원의 이 같은 태도는 판결문에서도 분명히 확인되는데통상의 판결문이 원심 판단에 위법이 있다” 혹은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라는 문장을 쓰는 반면 폭의 이론을 취한 판결문은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라는 문장을 쓴다.

 

강 부장판사는 손해배상소송의 손해액 산정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경제분석이 사용되는 경우로 부동공동행위 사건을 들었다직접증거가 없을 때 담합을 인정 또는 부정할 간접증거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다만 자진신고와 직접 증거들이 일부 존재했던 라면 담합 사건과 같은 경우 경제분석의 활용도가 제한적이게 되고사안에 법률적 쟁점이 중요 쟁점으로 끼어있다면 더욱 경제분석의 운신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한편 2019년 7월 25일 선고된 퀄컴Ⅰ 사건(201755077) 판결에 대해서는 경제분석에 사용된 백데이터의 신뢰성 문제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비용 및 원가 구조 관련 데이터는 증명책임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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