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주심 대법관 노태악)이 9월 3일, “고용노동부장관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원노조법 시행령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근거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 시행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파기됐다.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이 있고, 원심 판결을 수긍하는 대법관 이기택·이동원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노태악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 사건의 개요
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교원 노동조합이 허용되지 않던 1989년 5월, 전국의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교원을 조합원으로 하여 설립됐다. 설립 당시 전교조 규약 제6조 제2항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재단의 부당한 처사에 의하여 해직(파면, 해임, 직권면직 등), 임용제외된 교직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후 1999년 1월, 법률 제5727호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 제정됨에 따라 실정법상 교원 노동조합의 설립이 허용됐다. 교원노조법은 교원 노동조합에 관하여 일부 특례를 규정하면서,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의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바에 따라 교원 노동조합에 해직 교원 등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교원노조법(2020. 6. 9. 법률 제17430호로 일부개정되기 전) 제2조도 본문에서 법상 ‘교원’을 ‘현직 교원’으로 한정하고, 다만 “해고된 사람으로서 노동조합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고 단서를 규정했다.
전교조는 1999년 7월 피고 당시 노동부장관에게 설립신고를 했고,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개정규약을 기초로 설립요건에 위배되는 점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다음 날 신고를 수리해 원고에게 신고증을 교부했다. 하지만 이후 피고 노동부장관은 원고의 규약 부칙 제5조 제1항이 “규약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부당 해고된 교원은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제2항이 “종전 규약에 의거 조합원 자격을 갖고 있던 해직교원 중 복직되지 않은 조합원 및 이 규약 시행일 이후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규약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피고는 2010년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3월 원고의 규약 중 제9조, 부칙 제5조 등이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된다고 의결했다. 피고는 이에 따라 해당 규약에 대한 ‘1차 시정명령’을 하였고, 원고가 2010년 8월 규약을 개정하면서 부칙 제5조의 제1항을 삭제하고 제2항을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규약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라고 개정하자 또다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여 동 의결에 따라 2차 시정명령을 했다.
이 사건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피고의 법외노조 통보는 이와 같은 두 차례 시정명령을 거친 후인 2013. 10. 24.에 이뤄졌다.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및 교원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근거하여서다. 이에 따라 교육부장관은 2013. 10. 25. 각 시·도 교육청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노조아님 통보’에 따른 휴직사유 소멸 통보 및 후속조치 이행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고, 그 주요 내용은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에 따라 원고가 노동조합 명칭 사용, 단체교섭 등과 같은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 및 권한을 상실하게 되었으니, 각 시·도교육청은 ①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휴직허가 취소 및 복직 발령 ②원고에게 지원한 사무실 퇴거 및 사무실 지원금 반환 요청 ③기존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 상실 및 현재 진행 중인 단체교섭의 중지 ④조합비 급여 원천징수 금지 ⑤각종 위원회 위원 중 단체협약에 의하여 원고 조합원이 위원으로 참여한 경우 단체협약의 효력 상실로 인한 위원 자격 상실 등과 같은 후속조치를 이행하고, 그 이행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하라는 것이다.
■ 다수의견의 판단
“법률유보원칙에 반하는 무효인 시행령에 근거하여 위법”
다수의견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과 행정입법의 한계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침익적 처분으로서,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전제했다. “행정입법으로 이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이 밝힌 구체적 근거로는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게 설립되어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하여 더 이상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아님을 확정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인 바, 법상 노동조합에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 사건 법률 규정에 의하여 곧바로 법외노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유로 한 법외노조 통보가 있을 때 비로소 법외노조가 된다는 점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에 대하여 특별한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노동조합은 실질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이는 단순히 ‘법상 노동조합’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립된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아직 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에 대한 설립신고서 반려에 비하여 그 침익성이 더욱 큰데,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본래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가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라는 제도의 연혁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
“법문언대로 해석하여 부당한 결론 도출된다면, 법원은 정당한 결론 위해 넓게 해석해야”
김재형 대법관은 이 사안을 로널드 드워킨의 표현을 빌어 ‘어려운 사건(hard case)’으로 분류했다. “그 어려움은 법령의 난해한 문언이나 복잡한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명확한 규정을 그 문언과 구조에 따라 해석할 때 상식에 반하는 결과가 야기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김 대법관은 문제의 핵심을 다수의견과 다르게 짚었다. “문제가 제기될 부분은 시행령의 위법성이 아니라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에 해고 근로자가 한 사람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법률이 정당한가?’이며, ‘법령의 문언에 따른 해석과 적용에 의하면 6만 명의 조합원 중 단 9명이 해직 교원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당하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타당한가?’이다”고 했다. “원고가 법상 노동조합인지 아닌지, 즉 법외노조인지 여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법관은 문제의 초점을 이 사건 법률규정으로 좁힌 뒤,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간주규정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의 문언대로 해석한다면,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이 해직자를 단 한 명이라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에서 말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이러한 결과는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헌법은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법은 이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하여 존재하는데, 이 사건 법률은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위한 근본적 토대를 허물어 버리는 것으로서 노동조합법의 존재이유에 배치된다”며 “이 경우 법원은 헌법 규범과 법의 원리에 따라 정당한 해석을 통하여 이러한 부당한 결과를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즉, “법을 해석한 결과가 심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법원은) 그러한 해석을 배제하는 방안으로써 문언적 해석 외에 논리적·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등 여러 해석방법을 동원해야 하고,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불합리와 부당함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법원은 법의 문언을 넘어서는 해석, 때로는 법의 문언에 반하는 정당한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전혀 새로운 입장이 아니다”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선례로 78도246 전원합의체 판결, 95다36466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들었다. 나아가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국회의 입법은 수년째 답보 상태에 있고, 정부도 원고가 법외노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제는 대법원의 판단만이 남은 상황"이라는 현실도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근거로 거론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노동조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조합원 가입은 허용할 수 없고 한때 근로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으나, 헌법상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의 의미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이를 이유로 해당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면서 “원고는 교원과 무관한 제3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거나, 모든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 없이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을 뿐이어서,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 법률 규정이 원고의 이러한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헌법 규범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는 주장이다.
■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
“설립신고 수리처분 철회의 성격을 갖는 ‘법외노조 통보’의 타당성이 문제의 핵심”
안철상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문제를 정면으로 대처하여 해결하지 않고 ‘헌법 원칙으로 도피’한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시행령이 위법하다는 다수의견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헌재의 합헌 결정에 의해 교원노조법 제2조가 위헌이 아닌 이상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법률위반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수의견이 법외노조 통보의 중대한 침익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헌법상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한다’고 한 점에 비추어 보면, 법외노조 통보가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됐어도 다수의견은 이를 허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기서 다수의견의 난점이 드러나는데, 문제는 시행령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법관은 먼저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의 성격에 대하여 “행정청이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수리하는 처분을 하였다가 법이 정한 노동조합의 요건을 결여했다는 이유로 그 처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새기면서 “그 실질은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직권취소 또는 철회”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본다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 아니라,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 철회의 ‘절차’를 규정한 조항에 해당하게 되고, “결국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유·무효 문제가 아니라 이와 같은 철회의 적법성 문제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정리했다.
그는 나아가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에 불가침의 절대적 효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다수의견처럼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폐지한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을 직권취소·철회할 수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노동조합 설립신고의 수리는 수익적 행정처분이므로, 수익적 행정행위 직권취소·철회 제한 법리에 따라 일정한 제한이 가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에서 “과연 어떤 경우에 수리처분을 철회하는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고 볼 것인지인 ‘통보의 타당성’이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안 대법관은 결과적으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해 주어야만 분쟁이 해결된다”고 하는 한편,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달리 “수익적 행정처분인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사후적 철회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서 무효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온당한 태도”라고 했다.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본다면 오히려 위와 같은 시정요구 절차가 제거됨으로써 노동조합에 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사건의 쟁점은 “법외노조 통보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 필요와,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할 때, 과연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한지 여부”로 옮겨가게 됐다. 즉, 비례의 원칙에 따라 원고 내 해직 교원의 수와 그 해직 교원들이 원고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 원고가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헌법 질서에 반하거나 노동조합의 본질을 훼손하는지 여부, 원고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 법외노조 통보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법관은 “원고가 해직 교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즉시 법외노조 통보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안 대법관은 구체적으로 “원고의 위법사항이 과연 원고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박탈할 정도의 것인지”에 대하여 ▲세계 보편적 기준은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립되어 있고 이는 교육의 중요성과 교원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불허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 ▲원고가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할 것은 아니라는 점 ▲원고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정당성은 그 활동에 따라 평가할 문제이지 해직 교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원고의 위법사항에 비하여 과도한 것이기 때문에 원심의 판단에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철회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