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 교수)가 지난 9월 17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방안”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7월 27일, 법무부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전국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하고 법무부장관이 고등검사장에게 구체적 사건에 관해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함에 따라, 형사사법 전문가들이 관련 내용을 함께 검토하고 검찰개혁의 옳은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로서 마련됐다.
■ 문무일 총장 당시 검찰개혁위원회 권고 내용 살펴보니...
경북대 법전원 김성룡 교수는 현 정권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 총장 재임 시 설치·운영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부터 언급했다. 2017년 9월 19일 발족한 위원회는 학계 4인, 법조실무 8인, 사회단체 2인, 언론 2인, 검찰 내부 2인으로 구성되어, 한해 동안 총 38회의 회의를 개최하고 16회의 권고 및 의견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특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확보 방안이 담긴 ‘2018년 3월 5일 발표 제8차 권고 사항’을 소개하며, “현 정권 초기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법무부장관이나 민정수석이 수사에 개입하는 기존의 행태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스스로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 권고는 그러한 취지를 반영하여 나온 내용”이라고 전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관련 외압의혹 사건과 검사의 수사기록유출 사건 등도 이 권고의 배경이 됐다.
권고안의 골자는, 검찰 수사에 외부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지침을 제정·시행하고,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는 반드시 서면으로 하며, 각급 검찰청의 장이 법무부 장관에 수사보고를 할 때는 대검을 경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수사보고에 대한 부분은 당시 현행 검찰보고사무규칙 제2조가 “각급 검찰청의 장이 상급검찰청과 법무부장관에게 동시에 보고하되,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한 후 상급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정한 것에 대한 개선이었는 바, 해당 규칙은 제5공화국 정권이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제도로 지적되면서 개선 요구가 높았다.
■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은 글로벌 스탠다드”
유럽회의·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지난 2020년 3월 20일 “2019년판 회원국가들의 검찰·검찰청의 독립성과 중립성(the independence and impartiality of the prosecution services)”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는 유럽검찰자문위원회(CCPE)가 제시한 유러피언 스탠다드가 담겼다. 김성룡 교수는 “‘유럽검찰자문위원회(Consultatie Council of European Prosecutors: CCPE)’의 자료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의 검사·검찰 제도의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 핵심 내용이 “행정권, 입법권 그리고 다른 권한 가진 자들로부터의 검찰청의 조직적 독립성” 그리고 “검사의 임명과 정년보장에 대한 기능적 독립성”이라고 풀이하면서, “결국 검찰·검사 제도가 법의 지배 및 법치주의, 민주주의의 성숙에 부합하고, 인권의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치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적 지위 및 기능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유러피언 스탠다드이자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일반적 지휘이든 구체적 지휘이든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은 검찰의 업무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한편 “검찰총장을 정무직이 아닌 장기 임명직으로 하고,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지향점”이라고 주장했다.
■ 영국과 달리 일찍이 검사제도 확립한 미국, 검찰총장 독립성은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
조선대 법과대학 김종구 교수는 미국의 검찰제도 분석을 통해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을 고찰했다. 김 교수는 먼저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들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영미법계 국가의 차이를 짚었다. 범죄를 국가에 대한 법질서 위반행위로 보아 국가형벌권의 대상으로 삼는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들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범죄를 개인의 개인에 대한 불법행위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권리구제도 개인 몫이었으며, 이는 사인소추제로 이어졌다.
하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영국의 이러한 사인소추 전통과 다른 검사제도를 일찍부터 정착시켰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은 독립 이전에 이미 미국 고유의 지방검사제도(district attorney)를 확립하면서 공소제도, 즉 검사제도가 자리를 잡았는데, 이러한 미국 검사제도에 영향을 미친 제도로는 영국의 Attorney General, 프랑스의 검사(procureur public), 네덜란드의 schout 제도가 거론된다. 김 교수는 “결국 이들 모두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미국 검사는 네덜란드 schout처럼 지방정부의 관리이자, 프랑스의 검사(procureur public)처럼 완전한 기소권을 가지고, 영국의 Attorney General처럼 사건을 종결시킬 권한도 가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검찰 제도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나 양국 모두 ‘검찰총장의 독립성’이 중요한 관심사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했다. 다만 미국에서 검찰총장(연방법무부장관)의 독립성은 주로 검찰총장(연방법무부장관)과 대통령 간 관계의 문제로 다루어지는데, 국내에서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간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다.
■ “검찰청법 제8조, 법무부장관의 적극적 지휘·감독권 행사의 근거로 볼 순 없어”
김종구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검찰총장(연방법무부장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는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닉슨 대통령은 특별검사 Archibald Cox의 해임을 거부한 당시 법무부장관과 부법무부장관을 해임하는가 하면, 197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거액을 기부한 IT&T에 대한 공정거래 위반 사건 항소를 철회하라는 명령을 법무부장관에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는 검찰총장(연방법무부장관)의 독립성 문제가 대두되었고, 미의회는 법무부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처럼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기관으로 만들고자 시도하였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검찰총장(연방법무부장관)과 법무부의 독립성이 급속도로 약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정치적 불충을 이유로 한 해임, 정파적 이해에 바탕한 임명, 우호세력에 대한 불기소결정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검찰총장(연방법무부장관)은 사실상 대통령의 측근이자 정치적 보호자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검찰총장(연방법무부장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제기된 방안들로는, 대통령이 갖는 해임권을 의회가 통제하고 제한하는 방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처럼 독립기구화 하는 방안, 주 법무부장관처럼 선출직으로 하는 방안,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방안 등이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검찰과 검찰총장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명권자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사실, 즉 임명권자의 업무 개입으로부터의 자유”라면서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이 의견제시에 그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마치 일반적 상급공무원이 하급공무원에 대해 행사하는 지휘·감독권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의 적극적 지휘·감독권 행사의 근거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규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검찰총장의 선출직화’와 ‘국민의 사법절차에의 참여’도 생각할 수 있는 검찰개혁의 방법”이라면서 “국민의 사법절차 참여는 사법기관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 “형사사법제도 구조 변개에 앞서, 검찰과 경찰의 정체성부터 분명히 해야”
성균관대 법전원 이경렬 교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검경 간 ‘협력 관계’와 ‘검찰의 지휘’는 절대 양립불가능한가?”와 “개정법대로 실현되는 경우 검찰은 여전히 준사법기관인가? 경찰은 수사기관인가 아니면 준사법기관이 되는 것인가?”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또는 검찰개혁과 같은 형사사법제도의 구조 변개에 앞서, 우선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런 뒤에라야 이들 권력기관을 본연의 자리에 되돌려 놓기 위한 방향 논의와 입법이 진행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생략되면서 논의의 본질이 변질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 교수는 “검사의 권한을 검찰 권력으로 집적한 것이 이른바 ‘검찰공화국’ 탄생의 단초가 되었고, 그 권력을 견제하고자 검사의 기능을 제한함으로써 검사의 정체성에 혼동을 야기한 것이 현 정부의 권력기관 개편방안이 안고 있는 첫 번째 문제점이라면, 검찰 권력을 통제한다는 이유로 검사의 권한을 제한하고 이를 경찰에게 부여하는 것은 앞의 것보다 더욱 심각한 두 번째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형사사법절차에서 수사권 조정은 검경 간 권한 배분이나 검찰 권력에 대한 억제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지금껏 검찰권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의 수족처럼 여겨지던 것으로부터 탈피하여 검찰 인사에 대한 청와대 등 권력 집권층의 간섭을 어떻게 배제할 수 있도록 입법화 하는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검찰은 그 정체성을 생각할 때 직접 수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경찰은 모든 사건에서 1차 수사를 전담하되 수사보고 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통하여 모든 사건에 대해 검사의 철저한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면서 “경찰수사의 모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대륙법계 검찰제도와 검사의 기능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 “검찰권, 준사법적 성격은 강화시키고 재량적 속성은 약화하는 방향이 바람직”
이화여대 법전원 이창온 교수는 “우리 검찰제도에서 직접 수사의 문제점과 검찰권 남용 위험성이 부각된 것은 대륙법계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수용한 우리 검찰제도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국가가 과도하게 형사사법제도를 국가정책과제와 정치적 이해관계의 조정에 사용한 점 및 독립 초기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검찰의 직접 수사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점에 기인한 역사적 우연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대륙법계 국가의 검찰제도는 미국과 달리 검찰의 재량권 자체가 억제되어 있고, 위계적 통제구조와 사법심사제도가 갖추어져 있으므로, 조직의 부패나 검사 개인의 이해관계 충돌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을 과도하게 강조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장관의 지휘, 감독권으로 인해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약화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통상 대륙법계 국가와 우리나라 검찰권은 법관의 재판권과 유사한 준사법적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미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조사와 법률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재판과는 달리, 증거를 수집하여 사실을 구축하고 법리를 형성해가는 수사와 기소의 영역에서 ‘누구를, 무엇을, 언제, 얼마나’라고 하는 재량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검찰이 가진 재량권 측면을 크게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검찰권에 내재된 이 재량적 요소가 위험하다고 하여 이를 경찰이나 법원으로 넘기겠다는 발상은 해답이 될 수 없다”면서 “그렇게 하는 순간 경찰국가 또는 사법부의 재량권 확대 및 정치화의 문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검찰개혁의 방향은 우리 제도가 기초하고 있는 대륙법계 사법제도의 특성에 맞도록 그 준사법적 성격을 강화시키고, 재량적 속성은 약화시키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은 약화시키고, 검찰권 행사에 관한 사법심사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했다.
■ “미국의 검찰 논의, 시사점은 크지만 무비판적 이식은 경계해야”
이창온 교수는 “검찰의 독립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검찰 독립은 검사의 중립적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의 독립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독립성 보장은 검사를 외부의 정치적, 당파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켜서 검사의 의사결정이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혹은 중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외부에서 인정하도록 제도화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조직적 독립을 보장한다고 하여 검사의 의사결정의 중립성이 반드시 보장된다고 볼 수는 없고, 검사의 의사결정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직의 내외부에 견제와 감독장치를 둘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의 중립성을 상실하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 즉, 검찰의 독립성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론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그리 쉽게 결정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 교수는 “대륙법계 국가나 우리 검찰에 비해 훨씬 더 광범위한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검찰은 검찰권의 재량적 요소와 사법적 요소 간 관계, 그리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사이의 길항관계가 우리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미국의 검찰제도에 대한 논의는 우리 검찰 제도에 주는 시사점이 분명히 크다”고 했다.
그러나 “형사절차 시스템의 측면과 문화적 측면의 차이가 분명한 미국의 논의를 우리 검찰제도에 곧바로 적용하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이면서 “미국은 검찰 재량권을 당연시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명백한 절차상 비위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개개 사건의 결과가 실체진실과 공평성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크게 따지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동질성과 결과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미국 사법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이식하려 할 때에는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