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학술위원회(협회장 이찬희·학술위원장 남형두 교수)가 지난 10월 15일, 제1회 대한변협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전환기를 위한 법률적 대응 방안의 모색”을 대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그 세부 논의로 △이혼의 자유와 이혼 후 부양에 관한 검토- 파탄주의로 전환을 위한 부부간 부양의무의 재해석 △데이터 3법 시대,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목적합치원칙과 가명정보특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관련 산업에 대한 합리적 규제방안 검토 △암호화폐 관련 범죄에 대한 형사법적 고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에서의 적극 행정과 그 한계- 공적자금 지원과 행정 강제를 중심으로 등 총 5개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가졌다.
남형두 위원장은 “법학을 실용 학문 정도로 치부하거나 나아가 학문 정체성까지 의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비 사(士)자를 쓰는 변호사는 본디 공부하는 직업”이라며 “(이찬희 협회장이) 공부에 관심 있는 변호사들을 모아 협회 내 학술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협회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평했다. 또한 “변호사의 공부는 가깝게는 의뢰인을 위한 것이지만, 그 연구 결과가 치열한 법적·법정 공방을 거쳐 판례로 형성되면 법학 논의의 소중한 재료가 되고, 학계의 논의는 또 역으로 변호사들의 서면 공방과 구술 변론을 통해 법정으로 전달된다”면서 “이는 변호사 개인을 넘어 법조·법학계 전체에 큰 자산이 되는 것이며, 따라서 법학은 대학에 있는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했다.
■ “혼인 해소의 자유 가로막는 대법원의 유책주의는 인간존엄성에 反”
대법원은 1965년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줄곧 엄격한 유책주의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15년에는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사건을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회부하여 판례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 나타난 대법관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7명의 다수의견은 유책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유지했고, 6명의 반대의견은 파탄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다수의견은 “해외 입법례와 달리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고 봤다.
다만 ①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②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유책주의의 예외를 확대하는 결론을 취했다.
법무법인 가족의 엄경천 변호사는 다수의견에 대해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도 그 파탄에 책임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혼인관계의 유지를 강요하면서 혼인해소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방법일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혼인관계의 창설인 결혼이 인격권·행복추구권에 근거한 자기운명결정권의 행사이기 때문에 국가나 제3자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면, 혼인관계의 해소인 이혼 역시 같은 관점에서 개인의 의사와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창설의 자유는 인정하면서도 해소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유책주의는,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유책주의 도그마(dogma)로 인하여, 이혼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을 유책배우자로 만들거나 상대방의 유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상호간 사적 사항을 과도히 공개하고, 상대에 대한 허위 사실이나 과장·왜곡된 사실의 무분별한 폭로가 행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혼 후 부부 간 부양의무 실현의 방법은?
이혼의 자유와 이혼 후 생존의 보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부터 시행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청구는 이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재산분할 실무를 보면, 혼인 전에 형성한 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시킴으로써 현실적으로는 이혼 및 재혼의 자유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는 게 엄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혼인의 자유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재산분할을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의 문제로 순화하고, 이혼 후 부양에 대하여 실질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혼인이 해소되어도 부부일방이 부양을 받을 기대권 또는 이익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면, 이혼 후 부양의 형식으로 보전되어야 한다. 민법을 기존 ‘재산법/가족법’으로 양분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혼인에도 계약법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엄 변호사는, 이를 임대차계약에 빗대어 설명했다. “계속적 계약인 임대차에서 임차인의 사정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면 남은 임차기간의 차임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임대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혼인계약 해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 민법상 부양의무를 실현하는 기술적인 방법은 민법 제4편 친족 중 제7장 부양의 규정을 모든 부양의무와 부양을 받을 권리에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전면적 적용설을 전제로 한다. 이혼을 하는 부부가 이혼에 즈음하여 이혼 후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 협의(협정)를 하고, 협의(협정)를 할 수 없는 때에는 당사자가 가정법원에 이혼 후 부양에 관한 청구를 하며, 가정법원은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이혼 후 부양의무를 명할 것인지와 명할 경우 그 정도와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한다.
엄 변호사는 “실체법상으로는 민법 제839조의2 단 하나의 규정만 두고서 나머지는 판례에 의존하고 있는 재산분할청구권의 경우처럼, 이혼 후 부양에 관해서도 부부간 부양의무를 규정한 민법 제826조 제1항과 민법 제975조 이하 규정만의 해석을 통해서도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으로 법에 명문화된 암호화폐, 법제 정비는 “아직”
법률사무소 편 곽지현 변호사는 “현행 법제가 범죄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암호화폐 범죄”라며, 법제 정비가 미비하여 발생하고 있는 암호화폐 범죄 관련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책을 모색했다.
곽 변호사는 암호화폐 관련 범죄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 바, 거래소나 개인지갑 해킹과 같은 시스템 자체를 공격하는 ‘시스템 침해범죄’, 거래소 임직원의 횡령·배임 혹은 암호화폐 은닉 등 그 자체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암호화폐 목적범죄’, 유사수신 및 사기 등 암호화폐 자체가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암호화폐 이용범죄’가 그것이다.
최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제2조 제3호에서는 ‘가상자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암호화폐가 사실상 최초로 명문화되어 법제에 편입됐다.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 포함)’를 말한다. 암호화폐는 특히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한 ‘P2P(peer to peer, 개인 대 개인의 파일 공유 기술 및 행위) 방식’의 탈중앙집중적 전자거래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암호기술을 이용하는 디지털화된 가치의 총칭”으로 이해되고 있다.
■ 조주빈 암호화폐 지갑엔 수십억이...처벌 공백 어떻게 보완할까
시스템 침해범죄의 대표적인 예는 빗썸 거래소 해킹이다. 대형 거래소인 빗썸은 2017년, 북한 소재로 추정되는 해커에 의해 고객정보 총 36,487건이 유출되는 해킹공격을 받았다. 범죄자들은 빗썸 거래소가 수시채용 방식으로 직원을 뽑는다는 점을 이용해 악성코드를 첨부한 입사지원서를 빗썸 직원의 이메일로 보내 감염시킨 뒤, 사용자 계정정보 등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범죄자는 약 3,434개 IP에서 약 2백만 번의 사전 대입공격(Dictionary attack)을 수행하여 탈취한 사용자 계정(총 4,981개) 중에서, 총 266개 계정에 대한 로그인에 성공하여 암호화폐를 출금했다.
곽 변호사는 “해킹에 대해 현행 형법상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적용할 수도 있으나, 피해 규모의 심각성에 비추어 해킹범죄의 결과발생에 대한 사후적 처벌보다 해킹을 사전에 막기 위한 규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 방지에 주된 목적이 있는 특금법과 별도로 암호화폐에 대한 특별법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킹범죄에 장소적 한계가 없다는 특징에 비추어 국제적 공조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암호화폐 목적범죄의 경우 2018년 4월 당시 국내 5위의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코인네스트의 임원들이 특경법상 배임·사기 등 혐의로 구속·입건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가 구속된 최초의 사례다. 코인네스트 임원들은 관리자 계정으로 거래시스템에 접속하여 이용자 계정의 원화 잔고 및 가상화폐잔고를 조작할 수 있음을 기화로, 임원 명의의 계정에 400억 원 상당의 예탁금이 입금된 것처럼 원화 잔고를 조작했다. 이들은 이 계정에 허위 표시된 원화 잔고 400억 원을 이용하여 기망하는 방법으로 이에 속은 거래소 이용자들로부터 4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매수하여 편취한 후, 위 암호화폐를 국내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 개설된 임원 명의의 계정으로 빼돌림으로써 코인네스트에게 40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곽 변호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이 암호화폐 거래내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소사실을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암호화폐의 거래내역은 거래소가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 운영자들이 이처럼 암호화폐 목적범죄를 저지른 경우 거래내역의 확보가 극도로 어려워진다”고 전하면서 “처벌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하여금 거래내역의 투명성을 확보할 의무를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 및 예치금을 보관할 뿐만 아니라 거래까지 중개하고 있어 거래소 운영자의 횡령·배임 등의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암호화폐의 익명성으로 인해 추적이 곤란한 점을 이용하는 암호화폐 이용범죄 사례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마약, 총기, 불법콘텐츠 등에 대한 불법거래의 구매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악용하는 것인데,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조 씨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에 입장하려는 회원들에게 입장료를 암호화폐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취급했지만 주로 ‘모네로’라는 암호화폐를 이용했다. 모네로는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익명성이 높고 거래이력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암호화폐계의 스위스은행’으로 통했다. 조 씨의 암호화폐 지갑에 들어온 암호화폐의 가액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곽 변호사는 “2021년 시행예정인 개정 특금법 시행령은 거래소에서의 다크코인 거래금지를 명문화하고 있으나, P2P 플랫폼을 통한 장외거래는 허용되기 때문에 다크코인을 이용하여 마약, 불법콘텐츠 등을 거래하는 암호화폐 이용범죄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게 된다”면서 “다크코인의 퇴출은 암호화폐 관련범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당면과제이므로 다크코인의 발행, 거래, 취득 등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신속하게 입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코로나19로 새롭게 대두된 행정법상 문제들
법률사무소 서희의 윤동욱 변호사와 법무법인 YK의 조인선 변호사는 공동으로 코로나19 관련 적극행정과 그 한계에 대해 살펴봤다. 이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는, 대응 체계 전반을 망라한 특별법을 만들지는 않고 일반법과 그 위임에 따른 행정입법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사하고 영국, 일본과는 대비된다. 우리나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체계는 기본적으로 감염병예방법과 재난안전법인데,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이라는 문제상황에 대한 직접 적용되는 법률이고, 재난안전법은 감염병을 사회적 재난의 일종으로 파악하여 그에 대처하는 대응체계와 수단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발표자들은 보다 직접적인 대응 근거 법률인 감염병예방법에 대하여 “기본권 보장이라는 법치주의의 근본정신에 비추어 ①조치 대상을 세분화·명확화 하고 ②행정청의 권한 행사 방식을 제한(예컨대 자의성을 막기 위해 최대한 개별 처분을 지양하고 법규명령을 발령하게 하는 등)하며 ③인신보호법에 따른 구제조치의 실효화와 같은 신속하고 실효적인 불복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두된 행정법상 논점들로는 첫째, 정보공개 문제가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는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등의 방법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바, 발표자들은 이에 대해 “사인에 대한 권리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정보공개와 관련한 최소한의 범위를 명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수출금지 문제다. 감염병예방법은 의약외품, 의약품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물품의 급격한 가격상승 또는 공급부족으로 국민건강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그 의약외품 등의 수출이나 국외 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이 ‘가격상승’, ‘공급부족’, ‘국민건강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 등과 같은 불확정개념을 수출금지의 요건으로 하고 있어, 수출금지 내지 제한조치 등의 타당성에 대해 향후 적지 않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거라는 게 발표자들의 견해다.
각종 집합금지명령 문제도 대두됐다. 감염병예방법 제49조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교통차단, 집회·집합 등 금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 명령, 이동 제한 등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해 발표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활동의 제한과 일부 허용은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또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자유와 안전을 조화롭게 이루어갈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그를 통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행정상 즉시강제와 자금지원행정도 “논의 필요”
감염병예방법은 제42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제7항 및 제46조, 제47조, 제49조, 제60조, 제60조의2 등에서 행정상 즉시강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상 즉시강제의 특징은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행정기관이 실력을 행사하여 직접 국민의 신체, 자유, 재산에 실력을 가하여 권리를 제한하는’ 점이다. 발표자들은 “이는 행정의 실효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행정객체의 입장에서는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등의 과정 없이 생명, 신체, 자유, 주거 등과 같은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침해받기 때문에 행정상 즉시강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들에 따르면, 현재 학설이나 판례는 행정상 즉시강제에도 헌법상 영장주의가 적용됨이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즉시강제 중 동행조치의 경우 “사람의 임의적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행위”이므로 헌법 제12조의 ‘구속’ 개념에 포함되어, 형사소송법상 영장제도에 준하는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발표자들의 주장이다. 절차적 요건 외에 실체적으로 비례성의 원칙 및 보충성의 원칙이 충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에서 전 국민이 가구별로 인원수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받았다. 발표자들은 “이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자금 지원행위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최초의 일”이라고 했다. 자금지원(Subvention)이란 “국가 등의 행정주체가 특정한 문제, 문화, 사회·정책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사인에게 제공하는 재정적 이익”을 뜻한다.
자금지원 행정에 대해서는 법률유보와 관련하여 세 가지 입장이 있다. 전통적인 견해는, 개인의 자유 또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의 경우에만 법적 근거가 필요하므로 공적자금 지원에는 원칙적으로 법률유보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반면, “급부행정의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관련을 갖는 행정작용이라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명확한 기준이 없는 공적자금 지원의 경우 중대한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예산상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 한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