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세 관련 학회인 한국세법학회·한국세무학회·한국재정학회·한국조세연구포럼·한국국제조세협회 등이 지난 12월 3일, “2020년대 사회변화와 조세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조세연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특히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에 대해 열띤 의견 개진이 이뤄졌으며, 코로나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바람직한 조세정책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주목을 받았다.
■ “분배정책 실현을 위한 조세입법, ‘조세법 원칙과 헌법 원리’가 그 기초이자 한계”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성근 교수는, 조세입법을 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조세법의 기본원칙 및 헌법원리를 살펴보고, 이를 기초로 현 정권의 주택 관련 조세개혁 입법을 분석·평가하는 발표를 했다.
최 교수는 “2017년 5월 출범한 현 정권은 국정에 있어 생산보다 분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거의 모든 나라에서 조세정책을 분배 문제의 해결에 활용하고 있는 것 같이 우리 정부도 같은 방법을 취하면서 조세입법을 통해 조세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세입법은 조세법률주의, 조세공평주의 등 조세법의 양대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는 헌법상 원칙이기도 하여 조세법률주의 또는 조세공평주의에 반하는 법령규정은 헌법 위반이 되고, 나아가 조세입법은 신뢰보호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과 같은 헌법원리에도 부합해야 한다. 최 교수는 “(따라서) 조세법의 기본원칙과 헌법원리는 분배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조세개혁의 세법적 기초이자 한계가 된다”고 정리했다.
■ 주택 관련 조세개혁 입법, 어떤 부분에 변화 있었나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소득분배 개선과 과세형평 제고를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하여 조세개혁을 단행해오고 있다. 최 교수는 “정부는 일련의 조세개혁 중 특히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과세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면서 “이는 재정목적보다는 유도 조정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조세개혁이므로 그 범위가 넓고 강도가 높아, 재산권을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있어 분석과 검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이후 행해진 주택 관련 조세개혁 입법은 크게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지방세’의 세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 입법이 명시한 개정이유는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투기차단 및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화’, ‘조합원 입주권과 분양권 간 과세형평 제고’, ‘보유주택에 거주하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제도 전환’, ‘단기보유주택에 대한 과세형평 제고’, ‘주택시장 안정화’, ‘개인·법인 간 세부담 차이를 이용한 조세회피 방지’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지난 3년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됐다.
① 2017년 9월 19일 개정: 조정대상지역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기간 요건 추가(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 제1항)
② 2017년 12월 19일 개정: 조정대상지역 분양권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소득세법 제104조 제1항),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소득세법 제104조 제7항 및 제95조 제2항)
③ 2018년 10월 23일 개정: 조정대상지역 일시적 2주택 중복보유 허용기간 단축(소득세법 시행령 제155조 제1항),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1세대 1주택 특례 거주기간 요건 신설(소득세법 시행령 제159조의3),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 중 보유기간의 기산점 변경(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 제5장)
④ 2020년 2월 11일 개정: 조정대상지역 일시적 2주택 중복보유 전입요건 추가 및 중복보유 허용기간 단축(소득세법 시행령 제155조 제1항),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적용 한시적 배제(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의3 제1항 제12호, 제167조의4 제3항 제6호, 제167조의10 제1항 제12호 및 제167조의 11 제1항 제11호)
⑤ 2020년 8월 18일 개정: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주택 수 계산시 분양권도 포함(소득세법 제89조 제2항), 1세대 1주택자(실거래가 9억 초과)의 장기보유특별공제 보유기간 공제율 축소 및 거주기간 공제율 추가(소득세법 제95조 제2항), 2년 미만 보유 주택과 분양권에 대한 양도소득세율 인상 등(소득세법 제104조 제1항),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인상(소득세법 제104조 제7항), 법인의 주택 등 양도 시 추가세율 적용대상 확대 및 세율 인상(법인세법 제55조의2 제1항)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는 2018년 12월과 2020년 8월, 두 차례 개정이 있었던 바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2018년 12월 개정: 공정시장가액비율 단계적 인상(종합부동산세법 제8조 제1항 및 령 제2조의4 제1항), 주택에 대한 세율 인상(동법 제9조 제1항)
② 2020년 8월 개정: 주택분 종부세율 인상(동법 제9조 제1항) 및 법인에 대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단일 중과세율 신설(동법 제9조 제2항), 1세대 1주택 고령자 공제율 상향(동법 제9조 제6항) 및 합산 공제한도 확대(동법 제9조 제5항), 주택분 합산보유세액 상한비율 변경 및 법인 적용 제외(동법 제10조),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법인에 대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시 기본공제 6억 원 폐지(동법 제8조)
지방세의 경우 2020년 7월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 격으로 ①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 인상, ②법인 전환 시 취득세 감면 제한, ③부동산 신탁 시 재산세와 종부세의 보유세 납세자를 ‘수탁자인 신탁회사→위탁자인 본래 소유자’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이 이뤄졌다.
■ “정책의지보다 중요한 것이 헌법원리…개혁이 임계점 이르지 않아야”
최 교수는 앞서 언급된 주택 관련 조세개혁 입법이 크게 네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법률소관사항의 미준수 문제’다. 입법을 함에 있어 법률로 규정할 사안과 시행령·대통령령 등으로 규정할 사안은 구분되어 있다는 게 ‘법률소관사항’ 이론이다. 조세개혁 입법은 과세요건과 같이 중요 사항에 해당하는 상당수의 내용들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 등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다음 ‘원인행위 있는 감면에 대한 요건 강화 또는 감면범위 축소 경향’이다. 조세개혁입법은 납세의무자에게 유리한 종전 규정에 대하여 “일정 시점 이전에 특정한 원인행위가 있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어 그 요건을 강화하거나 감면 범위를 축소한 경향을 보인다. 또한 요건 강화나 감면 범위 축소 등을 정하면서 경과규정을 두지 않기도 했는데, 이는 소급입법과세금지 원칙과 신뢰보호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셋째는 ‘부담이 대폭 가중된 종합부동산세 문제’로, 이에 대하여는 지난해 12월 22일, 법조인들로 구성된 ‘종부세 위헌소송 변호인단’이 헌법소원 제기를 예고하며 청구인단 모집을 발표한 바도 있다. 최 교수 역시 “투기목적이 있는 1세대 다주택자에 대한 높은 재산세와 양도소득세의 중과가 필요한 것과는 달리, 1세대 1주택자에 대하여 단순히 고가 주택 보유라는 이유만으로 세부담을 가중시켜 주택 가액에 따른 과세를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넷째는 ‘다주택자에 대한 과중한 조세부담’이다. 최 교수는 종부세 3중 인상, 2주택자 이상에 대한 전년대비 상한비율 300% 상향, 양도소득세 최고세율구간 45%로 인상, 다주택자 중과세율 30%로 인상 등을 거론하며 “수직적 공평을 이루기 위한 조세개혁이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한다 하더라도,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도를 말살할 정도가 되는 임계점까지는 이르지 않아야 한다”면서 “헌법 원리는 정부의 정책의지보다 우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리 부동산 세부담, G7 국가 중 2위…“원본잠식할 정도의 과세는 입법재량 한계”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세무전문대학원의 박훈 교수는 “현 정권의 부동산 세제가 납세자의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가”라는 문제의식을 G7 국가의 세제와 비교검토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G7 국가에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가 해당되는 바, 박 교수는 이들 국가의 부동산세제를 취득·보유·처분단계로 나누어 보고, 나아가 세부담의 합을 비교제시함으로써 납세자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의 부동산 세제가 합리적인가를 검토했다. 그는 이 작업에 대한 한국국제조세협회(국제조세협회-International Fiscal Association, IFA-의 한국지부) 내 ‘부동산세제국제비교위원회’의 기여와 협조를 특히 언급하기도 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 부동산 세제는 잦은 개정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가 특징적이고, 부동산세금은 G7국가를 포함한 중에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다. 세부담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큰 것은 2005년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인데, 이에 대하여는 “부동산 투기문제 해결을 위해 더 강력한 세부담이 필요하다”는 견해와 “납세자의 재산권을 비롯한 기본권 침해 문제가 크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박 교수는 “부동산 세제 자체의 목적이 정당한 것과는 별개로, 종부세나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중과 등은 수단의 적합성이나 침해의 최소성 등 과잉금지 위반의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자료 ‘OECD 국가의 부동산 거래단계별 GDP 대비 비중(2018)’에 따르면, G7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취득단계와 처분단계의 세부담이 높고, 보유단계 세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아래 표 참조). 전체 세부담 1위를 차지한 영국과는 정반대의 양상인데, 영국은 취득단계와 처분단계의 세부담이 낮은 대신 보유세가 상당히 높다. 전체 세부담이 가장 낮은 독일의 경우 취득세와 보유세 비중이 모두 0.4로 낮게 나타났으며 처분단계의 세부담은 아예 없다. 독일처럼 처분세가 0인 나라는 G7 국가 중 5곳이나 되는데, 독일 외에도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이 해당된다.
박 교수는 “원본의 침해에 가까운 세부담이 있게 된다면 그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라고 주장하며, “근본적으로 부동산세제를 부동산시장의 과열 및 침체시 대응방안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문도 제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세 강화의 방향은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미국의 경우처럼 재산세를 소득공제에 반영하는 방안이나, 프랑스의 부유세처럼 부채를 고려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재정 삼중고 악화시킨 코로나 위기, 바람직한 조세정책의 방향은?
World Economic Forum(2020)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환경의 불안요인’으로 △세계적 경기침체 지속 △대·중소기업 파산증가와 산업통폐합 △일부 국가 산업·업종에서 회복 실패 △청년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실업 △사람과 재화의 국경 이동 제한 강화 △주요국의 재정상황 악화 △글로벌 공급망 파열 지속 △신흥국· 개발도상국 경제 △근로방식변화로 인한 사이버공격·데이터사기 △Covid19를 비롯한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등 10가지를 꼽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세무전문대학원의 김우철 교수는 이를 인용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저성장·불평등이라는 삼중고 위에 갑자기 맞닥뜨린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찾아온 경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코로나 위기의 장기화와 항구적 여파에 대비하여, 재정에 대한 근본적 관점 및 역할의 개편과 조세정책의 바람직한 기본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8년 이후 정부의 적극재정 기조와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한 확대재정으로 인해 재정여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국가채무는 모두의 예측을 벗어난 속도로 치솟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총수입의 가장 큰 부분인 62%를 차지하는 국세수입 확충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가 제시한 조세정책의 기본 방향은 첫째, 단계적 증세를 통한 적정세입의 확보다. 그는 “조세의 Golden Rule은 ‘넓은 세원, 적정 세율’”이라면서 “법인과세와 재산과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비중 매우 낮은 우리나라 세입구조는, 개인소득세 부담을 OECD 평균만큼 정상화하고 소득세 비중을 제고하는 것을 첫 번째 단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단계가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효과가 양호한 재산과세를 합리화하면서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하여 보유세 세원을 일치시키고 거래세는 폐지하는 것”이며, 최종 단계가 “국제수준에 비해 낮은 부가가치세 세율의 인상”이다.
두 번째 방향은 소득재분배 효과 제고다. 그는 특히 소득공제제도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면서, 중상위 소득계층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중·저소득 과표구간 세율을 인상하여 낮은 개인소득세 부담을 적정화 할 것을 주문했다. 세 번째 방향은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하여 경쟁적 시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경제적 지대 과세 강화’다. 그는 “현 세제에는 경제적 지대에 대한 과세 개념이 결여되어 있어 조세 형평성을 해치고 있다”고 하는 한편 “이를 통해 ‘대기업 vs 중소기업’ 구도가 아닌 ‘독점기업 vs 경쟁기업’의 구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장실패를 적절히 보정하는 능동적 교정과세의 구현이다. 능동적 교정과세는 배출부과금과 같은 환경친화적 세제인 피구세(Pigouvian tax)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현재 존재하는 피구세 속성의 세부담은 과세대상의 행위나 적절히 부담할 사회적 비용의 수준을 명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능동적 교정과세는 시장실패의 보정보다 세입증대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