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두37406 협약무효확인 등 청구 (가) 상고기각- 수중보 건설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 상호간 협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12월 30일, 단양군과 국가 사이에 ‘단양군 남한강 상류 지역에 건설되는 수중보의 건설비용 일부와 운영·유지비용 전부를 단양군수가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체결된 협약에 대하여 “수중보 건설사업은 국가사무이나, 국가하천의 비용부담과 관련된 규정의 내용·체계, 입법취지 및 이 사건 수중보 건설사업이 단양군과 그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사무인 점 등에 비추어 지방자치단체의 비용부담의무를 포함하고 있는 이 사건 협약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1986년 건설된 충주댐으로 인해 단양군 5개면 26개리(총 면적 167만5천평)가 수몰되면서 단양군 주민 1만2천여 명이 지역을 떠나자, 단양군은 국가에 여러 차례 단양 지역 호반 관광지 조성을 위해 충주호에 보 또는 소규모 댐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2005년 국토교통부장관은 남한강 상류 지역에 수중보를 건설하기로 하였으나, 일부 지역민의 위치 변경요청이 있자 “국토교통부 장관은 총 사업비 중 이 사건 수중보 위치 변경이 있기 전에 책정된 사업비를 부담하고, 단양군수는 이를 초과하는 사업비를 부담하며, 시설물 운영·유지 관리비는 본 사업의 요구자이며 수혜자인 단양군수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단양군수와 체결했다.
단양군수가 속한 지자체인 원고 단양군은 이 협약이 당연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에 따른 채무를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속한 법인격 주체인 국가를 상대로 ①이 사건 협약의 무효 확인과 ②단양군수가 이미 지출한 21억 여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먼저 “국가하천에 관한 사무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국가사무로 보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비용 일부를 부담한다고 해서 국가사무의 성격이 자치사무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며 이 사건 수중보 건설·운영·유지 사무가 국가사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①단양군수는 이 사건 수중보 건설의 조속한 착공과 위치 변경에 따른 지역 관광산업의 극대화로 인한 이익이 더욱 크다고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단양군수가 추가 공사비 등을 부담하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이를 반영하여 변경지점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를 거쳐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게 된 점, ②이 사건 수중보로 인한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대부분 원고와 그 주민들에게 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따라 이 사건 협약이 원고에게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고 하천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 2020도9994 특정범죄가중법위반(위험운전치상) (가) 상고기각- 기능조작 미숙으로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한 경우 ‘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12월 30일, 피고인이 차량에 장착된 기능조작 미숙으로 시동을 걸지 못한 상태에서 제동장치를 조작하다 차량이 뒤로 밀려 추돌사고를 야기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운전하려는 의사로 제동장치를 조작했어도 시동을 걸지 못한 이상 발진조작을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상)’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유죄로 판단했던 제1심 판결은 파기됐다.
사안에서 문제된 아우디 A7 차량(2013년 식)에는 이른바 STOP&GO 기능이 장착되어 있는데, 이 기능은 기본적으로 차량이 주행하다 정차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계속 밟으면 엔진이 꺼지지만, 차량의 전원은 꺼지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후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다시 시동되는 기능이다. 다만 STOP&GO 기능의 재시동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STOP&GO 기능이 해제되어 엔진이 재시동 되지 않는다.
음주운전을 했던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차량의 운전을 맡기기 위해 사고 지점에서 차량을 정차시키고 내렸다. 피고인이 차량에서 내림으로써 STOP&GO 기능은 해제되어 차량의 시동이 완전히 꺼졌는데,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공소외인은 시동 버튼을 눌렀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자 제동장치를 조작한 바, 이로 인해 차량이 뒤로 밀렸다. 이를 본 피고인은 다시 운전석에 탑승해 운전을 시도했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고 차량이 후진하면서 이 사건 추돌사고를 야기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면서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걸고 발진조작을 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2015도12933 명예훼손 (가) 파기환송- 명예훼손죄의 전파가능성 제한 법리 사건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12월 30일, 피고인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친구 갑에게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발언의 상대방,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며, 발언의 공연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피고인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친구인 갑에게, 자신의 직원인 공소외인이 임금을 가불하여 피해자에게 갖다주었으며, 피해자는 장애아들을 둔 이혼한 여성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로 기소됐다.
원심은 제1심 판결과 같이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친구인 갑은 피해자의 명예를 보호하거나 피고인의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이 사건 발언 내용을 비밀로 지켜줄 만한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발언 내용을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발언의 공연성이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반면 대법원은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의 전파가능성 법리를 언급하며,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 갑만 있었는데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므로 피고인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피고인과 갑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면서 “피고인이 갑 앞에서 한 발언 경위와 내용 등을 보면 위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