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변호사회(공동대표 정재욱·조인선·홍성훈)가 지난 1월 19일, 김남국 의원실과 공동으로 “변호사 6개월 실무수습 제도개혁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출발점과도 같은 현행 실무수습 제도에 대하여 일찍부터 여러 비판이 있어온 가운데,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바람직한 제도 개선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실무수습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서 더 나아가, 실무수습 제도 개선의 문제는 로스쿨 교육 및 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김정환 변호사(한국청년변호사회 교육이사)가 “변호사 실무수습 제도에 대한 소고”를, 법무법인(유)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가 “변호사실무연수제도 도입 평가와 개선 과제 -폐지가 아닌 개선을 중심으로-”를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최종연 변호사(대한변협 교육이사), 구자창 국민일보 기자, 박선아 한양대 법전원 교수, 설기석 법무부 법무과 행정사무관이 참여했다.
■ 체계 없는 ‘6개월 실무수습 제도’, 폐지를 말하는 이유
2018년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김정환 변호사는 직접 겪은 실무수습 제도의 한 단면을 공유하며, 제도 자체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는지를 토로했다. 그가 실무수습을 받기 위해 들어간 법무법인은 승인 받은 법률사무종사기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 측에서조차 그 사실을 모르고서 초년차 변호사를 받았다. 당시 보통의 수습 변호사들이 받는 급여보다 높은 편인 ‘세전 200’을 주겠다는 곳이라 처음엔 다행으로 여겼다는 김 변호사는, 하마터면 6개월 수습을 마친 뒤 또다시 실무수습을 해야할 뻔 했다.
그뿐 아니다. 김 변호사를 맡은 선배 변호사는 변호사법상 실무수습을 마친 변호사가 아니면 독립적으로 접견을 할 수 없어 선배 변호사가 함께 가줘야 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규정을 안 뒤 “변호사인데 접견을 못해?”라며 난감해하는 선배 변호사보다 더 난감한 건 김 변호사 자신이었다. 행정소송과 헌법소송 여러 건은 김 변호사가 직접 상담부터 서면까지 주도적으로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변론기일에는 방청석으로 가야만 했다.
한 개인의 경험이지만, 2020년 기준 1,700여 명이 훌쩍 넘는 변시 합격자들이 겪을 실무수습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2012년 이래로 모든 변시 합격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법이 정하는 “변호사인 듯, 아닌 듯한” 애매한 지위를 가지고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처우를 받으며 6개월의 기간을 통과의례처럼 감내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초년차 변호사들을 6개월간 사실상 변호사로서 활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이 변호사법 규정은 위헌적이고, 노동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면서 “취지와 달리 교육적 효과도 없고 체계적 운영도 되지 않는 이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모두가 불행하다”…매듭 풀 실마리는 실무수습 제도 ‘폐지’
제도가 갖는 여러 장점이 부각되어 사법시험을 대체할 법조인력양성제도로 도입된 로스쿨은, 안착하는 과정에서 로스쿨 자체를 위협하는 공격에 맞서느라 선명히 드러나는 단점들을 외면해 왔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개선의 노력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로스쿨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입학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있고, 로스쿨 재학생들은 “모두가” 학원 강사의 강의와 교재로 학습하면서, 로스쿨 과정 3년을 변호사시험을 위한 과정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로스쿨 교수 또한 학생들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해 ‘변시 맞춤형 강의’를 하고자 애쓰고 있으며, 논리필연적으로 법학은 고사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실무교육을 위해 영입한 실무교수들은 변호사 휴업을 하지 않으면 교수가 될 수 없어 임용과 동시에 실무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로스쿨 도입 첫 해에 교수가 된 경우를 기준으로 ‘최장 10년 간 소송을 하지 않은 교수’들이 로스쿨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바, 이들이 바뀐 소송절차를 경험하지 못하여 ‘예전에 경험했던 실무’를 가르치는 한계가 지적됐다.
5회의 변시 합격기회를 놓치면 평생 낙오자가 되는 인원까지 꼬박꼬박 배출한다. 소위 ‘오탈자’다. 고급 대학교육과 로스쿨 전문교육을 받은 인재 중의 인재들을 모아놓고도, 5회의 합격기회를 잡지 못하면 이들을 영영 자타공인 ‘패자’라고 낙인찍어 내보낸다. 더욱이 기존 변호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업계는 시장에 배출되는 신규 변호사 인원을 어떻게든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내 고장 인재 육성과 내 고장 변호사 직접 양성’이라는 장밋빛 꿈을 안고 무리한 빚을 져서라도 로스쿨을 유치하고 우수교원을 초빙했던 지방대 로스쿨도 속앓이가 크다. 낮은 변시합격률과 소위 ‘반수’로 인한 학생 이탈, 취업·개업은 서울에서 하려고 수료하자마자 다시 돌아가는 인재들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제도의 취지와 전혀 상관없이 운영되는 총체적 난국을 풀어갈 첫 단추가 바로 ‘실무수습 제도 폐지’”라고 주장했다. 허울뿐인 실무수습 제도를 과감히 폐지해야, 그에 기대며 개선을 않고 있던 로스쿨 실무 교육을 비롯한 로스쿨 교육 전반에 개선이 있게 되며, 이렇게 양질의 로스쿨 교육이 담보될 때에야 로스쿨이 배출하는 양질의 인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변시 합격률을 조율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견해다.
■ “부당한 편견 깨고, 초년차도 ‘진짜 변호사’로 대우해야”
김정환 변호사는 2013년 10월 24일 선고 2012헌마480 헌재결정을 언급하며 “6개월 실무수습 제도에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한 헌재는 (판결문에) 로스쿨 출신을 향한 편견을 한가득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헌재는 2012헌마480 결정에서 “법전원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법전원 석사 학위 취득자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더라도 곧바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므로...변호사 자격 취득 후 6개월간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여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에게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실무수습의 기회를 갖도록 하고 이를 통하여 사회적 신뢰도 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실무수습 제도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생은 변호사의 자격을 따기도 전부터 국선변호인 업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하며, “헌재와 같은 이러한 인식이 갓 시장에 나온 초년차 변호사들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까지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스스로 갖는 자신감’”이라고 설명하면서 “많은 전문직종이 실무수습 및 전문성 관련 교육을 통해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자아개념을 형성해 주고 자기효능감을 제고해주려 노력하는 데 비해, 법조계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처럼 6개월 실무수습 제도는 변호사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제도”라며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초년차 변호사들을 ‘진짜’변호사로서 제대로 대우해 주는 것만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로스쿨을 개혁할 열쇠”라고 거듭 강조했다.
■ “폐지보다는 개선을”...6개월→2~3개월
이필우 변호사는 실무수습 제도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주장들을 검토하며, “폐지보다는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변호사의 실무능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문제점만 많으니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의 대척점에는 “현행 실무수습 제도만으로 초년차 변호사의 실무능력 함양에 한계가 많으니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가운데쯤 있는 것이 이 변호사의 입장으로,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기간과 기산점, 처우 등 세부적인 사항을 합리화하자”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실무수습 제도가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을 보완하는 의미라는 점을 생각할 때 로스쿨에서 이뤄지는 실무교육 수준과 연계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며 “로스쿨 실무교육이 지금보다 강화된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사법연수원 운영규정에 따른 변호사실무연수 기간이 2개월인 점을 감안하여 현행 6개월에서 2~3개월로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이외에도 “실무수습 기간이 현행 변호사법 규정처럼 합격자 발표 이후에 기산되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합격자 발표 이전에 행해진 실무수습 기간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하는 한편, “현행 로스쿨의 1년 2학기제(총 3년 6학기)를 1년 3~4학기제까지 가능하도록 하여 ‘기본법 수학-실무 수학-실무 적용’식의 커리큘럼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호평 받는 대한변협 연수도 한계 뚜렷…과감한 개혁 필요하다”
6개월 실무수습은 대한변호사협회 연수를 받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최종연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 대한변협 연수는 ‘강의교육 3개월, 모의기록연습 1개월, 연장연수 2개월’로 총 6개월 과정으로 구성됐다. 2015년 기존 집체식 강의교육의 한계가 비판을 받자 ‘실무연수 3개월, 분반연수 1개월’ 등으로 개편·증편을 거친 끝에 현행에 이르렀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대한변협 연수를 시작한 첫 해인 2012년 신청자는 436명, 이후 증감을 거듭하다가 2021년 올해는 84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연수를 중도에 중단하거나 신청·재신청하는 경우가 워낙 많을 뿐 아니라 신청하고서도 듣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 개시일 기준 789명이던 연수 인원이 종료일에 327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6개월 전체 과정을 수료한 자가 265명, 부분 이수자가 503명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변협 연수는 부분 이수 반영이 가능하도록 학점제로 운영되고 있다.
내용과 구성이 충실하고 교수진이 훌륭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생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대한변협 연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뚜렷하다는 게 최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가 거론한 한계점은 △법률사무종사기관을 구하지 못한 경우 보충적·보완적으로 하는 연수라는 한계 △로스쿨 교과과정인 강의·모의기록 연수 과정과의 중첩 △강의·모의기록 연수 방식이 갖는 실무적합적 한계 등이다.
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로스쿨 도입 4년차에 6개월 실무수습 제도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달리 볼 여지가 있다”면서 “운이 좋은 사람은 미래의 직장이 되는 곳에서 6개월간 충실히 수습교육을 받고, 운이 나쁜 사람은 자신의 전문성과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시키는 곳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만 소요하는 식의 현 제도는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6개월 실무수습을 로스쿨 3년 과정 안에, 이를테면 방학 중 이수 등으로 포섭시켜서 현행 제도는 폐지하거나, 로스쿨 실무 교육은 아예 폐지하고 로스쿨에서는 법학 이론 교육만 시킨 뒤, 실무는 변호사시험 응시 후 6개월 간 집중적이고 균등하게 이뤄지게끔 재편하는 방안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