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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6월 23일, 사건번호 1 BvR 1240/14 결정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유명인에 대한 사회생활과 직업생활을 둘러싼 내용에 관한 보도가 진실이라면 감수하여야 한다”면서 “기본법상 잊힐 권리가, 단순히 도식적으로 시간이 경과하면 언론은 당사자가 꺼리는(잊히기 원하는) 내용을 기사에 싣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소는 또한 “기사 전반에 걸쳐 보도할 이익이 충분히 있는지, 그리고 부정적인 인상을 줄 상황을 게재할 객관적인 준거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심판청구인은 경제잡지 출판인으로, 2011년 한 인물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된 인물은 자기 이름을 따서 회사를 설립해 상장한 유명 기업인인 바, 기사는 그가 이사회 의장, 그의 처가 감사위원회 위원이라는 사실을 비롯하여 회사의 사업 및 경제적 성장, 그리고 최근 유동성의 악화와 여러 법적 분쟁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기사는 서두에서 “그는 두 가지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항공기조종과 법적 분쟁”이라고 소개한 뒤, “(이 중) 법학 공부의 마감은 그리 좋지 못한데, 부정행위를 시도하다가 사법직 국가시험에서 배제되었다”고 썼다. 이어 “그의 법적 난관은 계속되는데, 최근에는 의료보험 감정인 매수혐의로 1년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으며, 위증과 협박의 교사 미수 혐의로 상고심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도 했다.
보도된 그 기업인은 함부르크 주법원에 제소했고, 동 법원은 보도 내용 중 ‘부정행위의 시도에 관한 언급’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유에서 “사회관계에 관한 사실의 공표는 널리 감수하여야 하기는 하지만, 이로써 그가 부정한 방법에 물든 인물로 묘사되었다”면서 “심판청구인이 단지 졸업을 하지 못한 구체적인 정황에 대한 기사내용만 금지한다면, 소송을 즐기며 법학교육을 마치지 못했다고는 여전히 보도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보도가 본질적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심판청구인이 주 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상고불허결정이 덧붙여졌다. 이 불허결정에 대한 항고 역시 연방민형사법원에서 기각되자, 심판청구인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면서, ‘언론의 보도이익과 당사자의 인격 이익을 형량하기 위하여 오래 전의 사건을 다시 소환하는 경우에 고려하여야 할 요소들’을 설시했다. 재판소는 △사적 영역의 핵심에 속하여 원칙적으로 공개적인 언급에서 배제되는 사적 관계나 성생활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감수해야 할 사회관계의 사실의 공표와는 달리 보아야 하는 점 △보도의 이익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절실함이 덜해지지만, 시간적 경과만으로 판단해선 안되고 그때그때의 계기로 새로운 이익이 발생하여 현재성을 다시 부여할 수 있는 점 △대중 앞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시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인물일 경우 잊히려는 의지로써 생활을 한 사람과 동일하게 볼 수 없는 점 △상당한 공을 들이거나 불법행위로 취득하는 경우가 아닌, 직접 접할 수 있어 바로 보도해도 되는 등 공표된 정보의 내용과 정보원이 고려되어야 하는 점 △독자의 범위나 판매부수,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지 등 비난기사의 확산효과로써 인격권의 침해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점 등을 언급했다.
재판소는 이 같은 척도를 기준으로 “심판대상이 된 결정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며 “대중 앞에 선 인물에 관하여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진실한 정황이라면 언론이 보도할 수 있으며, 그 정당함이 시간이 경과하였다 하여 도식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고, 시간요소 외에 보도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거가 인정사실이나 해당법원의 형량에서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소는 “보도와 관련하여 사법직 국가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시도하였다는 사실이 한 인격의 상을 결정짓고 사생활의 자기결정성을 위태롭게 할 만한 오점은 아니기 때문에, 기사에 부정행위의 시도사실을 포함했다 하더라도 그 보도에서 그를 터무니없이 사회적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입장 내지 집요함을 찾을 수는 없고, 그 보도로 사회적 고립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자발적으로 대중 앞에 계속 나서는 인물이 자신의 지난 잘못을 미담이 아니라 하여 망각 속에 덮어둘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면서 “잊힐 권리는 개별적 행동을 환기할 이익이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절대적이고도 도식적으로 소멸되지는 않고, 그때그때의 보도 및 그 안에 포함된 정보의 이익, 그리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당사자가 자유로이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손해를 형량한 결과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라고 설시했다.
재판소는 또한 “무엇을 어떻게 진실에 맞게 보도하고, 그 사실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일차적으로 언론기관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면서 “형량에 중요한 보도의 공익을 개개의 기사 내용에 비추어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기사 전반에 걸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심판대상인 결정은 이를 간과했다”고도 지적했다.
■ 2020년 7월 7일, 사건번호 1 BvR 146/17 결정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보도기록의 삭제 청구를 배척한 민사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잊힐 권리’와 관련하여 “언론보도의 장기간 인터넷 게재 허용성” 및 “범죄 혐의 보도기사에 관한 기준”을 설시했다.
심판청구인은 기사가 보도될 당시 기업 자문을 업으로 한 바, 여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면서 특히 지멘스사에서 천만 유로대의 대가를 받았다. 2007년 영어 일간신문 유럽판에는, 당시 공개된 지멘스사의 간부직원에 대한 부패조사와 관련하여 외국에서 계약을 따내는 경우 자문인의 역할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그 기사에 심판청구인의 사례가 언급됐다.
당시 수사를 받고 있던 그 지멘스 간부직원의 진술이 심판청구인에게 부담이 됐는데, 그 내용은 “몇 년 전부터 뇌물자금이 자문인을 통해 복잡한 경로를 거쳐 분배되는 과정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서술이다. 심판청구인에 대해 공식적인 수사절차는 개시되지 않았고, 해당 기사는 현재 법원의 부분 인용에 따라 부분적으로 수정된 형태로 여전히 온라인으로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사법원은, 심판청구인이 지멘스사를 위하여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널리 뇌물자금을 돌렸다는 혐의와 관련한 심판청구인의 금지청구를 기각하면서 “공개 당시 적법한 혐의보도였으며, 온라인 기록으로 계속 게재한다 하여 심판청구인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시사적인 사건을 개별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이며, 백만 유로대의 뇌물에 관한 중대한 공익이라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제한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해 ‘본안 회부 거부결정’을 내리면서 “본래 정당하였던 혐의 보도가 인터넷에 계속 그대로 게재된다면 당사자의 부담이 커지는 경우, 삭제 또는 사후보완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는 그러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서 재판소는 “삭제청구의 대상이 범죄 혐의에 대한 기사인 경우, 고도의 공익적 의미를 갖는 혐의를 적법하게 개별적으로 밝혀서 탐사보도를 하는 것은 언론의 임무이고,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정당한 공익의 영역일 수 있으며, 수사절차가 종료되었다거나 개시되지 않았다 하여 언론의 공표와 게재의 이익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혐의보도를 통해 당사자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이미 해명되었을 수도 있는 혐의에 노출되는 점에서, 이는 중대한 인격권 제한”이라고 했다. “혐의보도에 대한 본래의 허용성은 엄격한 법적 척도의 지배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재판소는 “심판대상인 결정은 이러한 척도를 충족하고, 제3자가 이 기사를 접할 가능성이 수인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어서, 이 사건 심판청구인이 보도된 혐의로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출처: 헌법재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