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헌마1113 형법 제307조 제1항 위헌확인-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관한 위헌확인 등
헌법재판소가 2021년 2월 25일,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하여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재판관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다.
청구인 1은 반려견이 부당한 진료를 받고 불필요한 수술을 하여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반려견의 치료를 담당했던 수의사의 실명과 잘못된 진료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자 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이를 공연히 적시할 수 없게 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 2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명예훼손죄로 벌금 500,000원을 선고 받았다.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재판 계속 중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위 법률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법정의견은 침해의 최소성 판단에서 “①명예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므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닌 점 ②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 인정되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이나 위하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워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 점 ④심판대상조항을 전부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어떠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性的 志向)·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했다.
법익균형성과 관련해서는 “①헌법 제21조는 제1항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하는 점 ②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손해배상청구 또는 형사고소와 같은 민·형사상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가해자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고,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심판대상조항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③형법 제310조의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자유로운 논쟁과 의견의 경합을 통해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며,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했다.
법정의견과 달리 재판관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등 4인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은 “①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의 제한이 이루어져야 하는 점 ②형사처벌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에 행위반가치를 인정하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사실에 기초한 허명에 불과하므로 결과반가치도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③법정의견은 형법 제310조를 통해 표현의 자유 제한이 최소화된다는 입장이나, 일단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이 확실한 이상 자신의 표현행위로 수사·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축효과는 발생할 수 있으며, 이후 수사·재판절차에서 마주하게 될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더 커지게 될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나아가 “①사실 적시 표현행위가 타인에 대한 사적 제재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표현의 자유가 형해화될 수 있는 점 ②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동체가 자유롭게 의사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므로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이에 반할 수 있는 점 ③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언급하며,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다만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내용인 경우 이를 적시하는 것은 헌법 제17조가 선언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심판대상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의견을 냈다.
■ 2016헌바84 형법 제307조 제2항 위헌소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가 2021년 2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307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하여는 “위 조항이 허위임이 증명된 사실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재판관 김기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청구인은 시사프로그램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계속 중 청구인에게 적용된 형법 제307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 명예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고, 민주사회의 여론 형성에 핵심적인 공론의 장이 제 기능을 다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이를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나아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를 형사처벌을 통해 규제할 필요가 있고,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적용하는 등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을 최소화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는 한편,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 정도가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 균형성 원칙도 충족한다”고 판시했다.
보충의견을 낸 김기영 재판관은 “대법원이 확립한 법리(2017도16939)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고, ‘허위인지 진실인지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이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에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하며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인지 진실인지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에는 적용되지 않고, ‘허위임이 증명된 사실’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여 법치주의와 책임주의원칙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2019헌마929 기소유예처분취소- 강제추행에 대한 정당방위 사건
헌법재판소가 2021년 2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인의 상해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청구인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고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청구인은 ‘A에게 사기그릇을 휘둘러 치료일수 미상의 오른쪽 귀 부위가 찢어지는 상처를 내 상해하였다’는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청구인이 A로부터 추행을 당하자 놀라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나 그 상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 1회의 가격에 그친 점 등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청구인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했다.
헌재는 “청구인보다 9살가량 젊은 남성이 그의 완력을 이용해 갑작스러운 강제추행행위를 하는 것을 청구인이 벗어나기는 그 자체로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고, 당시 (청구인은) 물을 담기 위해 사기그릇을 들고 있어 손이 자유롭지도 않은 상황”임을 인정하며 “청구인이 다른 방어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서 반격방어의 형태로 저항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설령 청구인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A는 청구인이 고시원 내 여성용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 욕실 전원을 끄는 등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위를 반복한 점, 강제추행행위 내용과 그 행위가 이루어진 시각 등 사건 당일 정황 및 강제추행이 이루어진 장소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의 방위행위는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며 피청구인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청구인으로서는 A의 강제추행행위와 청구인의 방위행위의 내용, 그 당시 청구인이 놓인 상황, 법익침해 정도,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경중 등을 면밀히 따져 청구인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방위 등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살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