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헌법학회(회장 임지봉 교수)가 지난 3월 5일, “코로나19 시대의 기본권 보장”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임지봉 회장은 “우리 정부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방역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수반되었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가치를 위해 당연히 용인되어야 하는 것인지,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필요최소한도를 넘어 과도한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헌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학술대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부산대 법전원 조소영 교수가 “코로나19 시대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전북대 법전원 송기춘 교수가 “코로나19와 종교적 집회의 자유”를, 경북대 법전원 박진완 교수가 “코로나19 시대의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성균관대 법전원 이황희 교수가 “코로나19 시대 국가권력 행사의 한계- 국가긴급권 행사 가능성과 정부의 해명책임을 중심으로”를 발제했다.
■ “신속한 정보공개로 구축한 방역시스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
조소영 교수에 따르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정보주체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을 하는 행위에 대해 동의 또는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경우에 따라 자신의 정보에 관해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자신의 개인정보에 접근하여 열람하거나, 그 정보의 정정‧삭제‧차단‧처리정지 등을 요구하는 권리로 현출될 수도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조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초기 메르스 감염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지만 발병 병원과 지역이 공개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의 불안이 극에 달했고, 이 때문에 정부가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에 실패한 이유로 ‘정보은폐’를 꼽는 의견들이 있었다”면서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얻은 이 교훈은 정부의 코로나19 사태의 대응과정에 영향을 주어, 현재 우리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속한 정보공개를 통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공개 방역시스템 실행의 이면에는 확진자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부작용이 존재했다.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정보공개가 그대로 이뤄졌다.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참여연대 등 청구인들은 2020년 7월 29일, 기지국 접속정보 처리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장 등을 상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침해를 이유로 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거대하고 긴절한 공익을 위한 경우일지라도 정보주체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라면, 공익적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값만 공개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2020년 8월 5일, 국내 개인정보의 컨트롤타워로 새로이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처리 등에 관한 입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판짜기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 “종교적 집회의 자유 부정은 곧 종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함과 같지만...”
송기춘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를 저지하기 위하여 종교적 집회를 포함한 사람의 모임을 제한하는 정부의 조치에 관하여, 그 헌법적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는 발제를 했다.
송 교수는 “종교는 본질상 사귐이고 친교여서, 종교적 집회의 자유는 종교의 본연의 속성으로부터 유래한다”고 설명하면서 “개인이 가진 신앙은 그것을 증명하고 전파하고자 할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집회를 예정하고 수반하는데, 집회가 없이는 종교적 행사나 교육, 선교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종교적 집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곧 종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종교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일 뿐 아니라 단체의 자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방역정책상 예배에 대한 제한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좌석 정수의 10%-20% 또는 20명 이내로 인원이 제한되며, 3단계에서는 온라인 영상 방식에 의한 예배만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에 몇몇 종교단체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국내 종교단체의 종교적 집회 자체에 대한 시각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송 교수는 “집회의 성격이나 내용 및 방식에 따라 미시적인 조정을 충분하게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제 한 개신교 모임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하여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종교집회를 금지한 헤센주 행정명령에 대해 집행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사례가 있다.
송 교수가 정리한 양측 주장을 보면, 위헌론은 △종교의 자유는 기본권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며 필연적으로 종교적 집회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는 점 △종교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이를 정당화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나 압도적인 공적 이익의 존재 등 매우 충실한 근거를 필요로 하는 점 △종교적 집회가 단지 사적인 성격의 모임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 관련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본권의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여 달리 취급될 필요가 있는 점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대형수퍼마켓 등의 영업을 덜 제한하는 것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적 집회 참석이 삶에 필수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를 고려해야 하는 점 △다른 다중이용시설보다 교회의 예배를 더 강력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여지가 있는 점 △대면 예배가 아닌 비대면 예배를 강제하는 집합금지명령을 하고 위반시 교회폐쇄 조처까지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점 등을 주장한다.
반면 종교적 집회에 대한 방역 정책이 위헌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예배 등 집회로 인한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과, 감염으로 인한 생명 및 건강에 대한 위험의 정도가 매우 큰 점 ▲이같은 사실은 다수의 과학논문이나 통계자료를 통해 객관적,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점 ▲방역을 위한 조치는 종교적 목적을 가지지 않으며 종교적 효과를 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하여도 그 주된 효과는 방역이라는 세속적 목적에 그친다는 점 ▲우리 헌법 조문이 취한 구조와 내용은 절대적 기본권이 언급되는 독일과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이라 볼 수 없으며, 절대적 기본권이라고 보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제한될 수 있다는 점 ▲집회 제한명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일정한 기간의 설정에 따라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이 중대한 법익의 실현을 위하여 잠정적인 조치로서 이뤄진다면 너그럽게 볼 수 있는 점 등을 주장했다.
■ “장기간 지속된 영업중지‧제한이 영업기반 상실로 이어진다면, 재산박탈과 같다”
2021년 1월 5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희망본부 등 시민단체와 호프집, 피시(PC)방 등 업주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제한 조치에 따른 중소상인들의 손실보상 및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을 통해 헌법상의 기본권인 영업의 자유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의 근거가 되는 감염병예방법과 지자체 고시에 손실보상에 대해 아무런 보상근거조항을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인지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1월 11일,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지급을 약속했고, 행정안전부 또한 2월 15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국민을 지원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상공인과 착한 임대인을 대상으로 지방세입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소상공인의 영업장소 및 운영 시간 등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조항이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는 게 박진완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국가의 방역조치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위반적 국가행위로 인해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우리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WRV) 제13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적법한 국가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하는 특별한 희생에 대해서도 보상청구를 인정하는 독일 희생법(Aufopferungsrecht)에 법적 근거를 두고, 우리 감염병예방법의 규정 속에 시민의 공공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국가보상청구권을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위 두 책임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은 “입법적 불비”라는 의견이다.
나아가 “장기간 지속된 영업중지‧제한이 영업기반의 상실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결과에 있어서는 재산박탈과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청구권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재산박탈은 적절한 시기에, 알맞고 정당하게 보상이 되어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 코로나19 시대, 국가의 권력작용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이황희 교수는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의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전례 없는 조치들을 동원했는데, 이처럼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여 나온 국가적 차원의 새로운 시도들은 새로운 헌법적 논의들도 불러왔다”면서, “이들 새로운 논의는 결국 코로나19 시대 국가의 권력작용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 즉 국가권력 행사의 한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다룬 주장은 두 가지다. 먼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 국가긴급권의 발동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과 관련, 국가긴급권 행사요건에 비추어 그 타당성을 검토했다. 이어 권력행사의 방식과 관련하여, ‘정부의 해명책임’ 문제를 논한바, “국가권력은 원래 정부의 본래적인 권한이 아니라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에 불과하므로, 위임받은 권한의 행사에 원리적으로 부과되는 모종의 의무인 ‘해명책임’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위기상황에서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국가긴급권 중 특히 검토되어야 할 것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이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은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서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발령되는 것’인데, 이 교수는 “현 상황이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인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해도,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따라서 현 상황은 헌법상 국가긴급권 행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결론냈다.
한편 우리 헌법은 해명책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이 교수는 헌법 제1조 제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및 헌법 제7조 제1항(“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에서 해명책임을 도출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해명책임을 위와 같이 이해할 때 정부의 ‘응답성’이 중요해지는데, 정부의 응답성은 ‘투명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할 것(투명성)’과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것(정당화 의무)’이라는 요청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치적으로 부과되는 해명책임이나 위임관계 자체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윤리적 해명책임은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기 힘든 면이 있지만, 해명책임이 헌법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면 이는 국가권력이 준수해야 할 당위적 의무인 것”이라면서, “따라서 해명책임은 국가권력의 행사에 부과되는 형식적 한계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