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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사법학회] 국제상속과 국제신탁의 준거법 결정, 전정과 이중반정 허용 등에 대한 입법론




한국국제사법학회(회장 석광현 교수)가 지난 325, 148회 정기연구회를 열고 국제상속법과 국제신탁법: 판례의 현주소와 입법론을 논했다. 이날 발표는 장준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토론은 현소혜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가 맡았다.

 

과도하게 선택의 자유 주어진 상속준거법 결정, 해법은?

 

장준혁 교수는 상속준거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당사자자치에 근거한 선택의 자유가 과도하게 주어진 점을 짚었다. 그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Big Tech) 글로벌 기업이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모든 매출을 그 회사의 소득으로 잡아 타국의 법인세 부과시도를 피할 수 있는 행동반경과 비교해 보아도, 상속준거법 선택의 자유는 그보다 더 클 것이라고 비유했다. 더욱이 준거법선택의 방식요건과 비국가법 선택이 불가하다는 점 외에는 피상속인에게 그 어떤 제약도, 비용 부담도 없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한국의 입법자는 부동산에 관해서는 그 소재지법을 선택할 자유를 무제한으로 인정하고, 상거소지법을 엄격한 제한 하에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아예 한국 국제사법상으로 외국에서 준거법이 될 만한 법들을 피상속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라는 견해를 냈다. 이렇게 하면 한국의 법원, 기타 관청도 그렇게 선택된 법을 상속준거법으로 적용하게 되어 이 자체만으로 국제적 판단일치가 도모된다는 설명이다. 당사자자치가 국제적 판단일치를 고도로 보장하는 방법이 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본국법을 법정준거법으로 하면서 상거소지법의 선택을 허용하는 설계에도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는데, 상거소의 불확정성으로 인하여 법적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유럽상속규정처럼 상거소지법을 객관적 준거법으로 하고, 국적국법의 선택을 허용하는 쪽이 오히려 불확실성이 적어 보인다면서 요컨대, 한국 국제사법 제49조 제2항 하에서는 피상속인이 자신의 상거소지법을 선택한 것으로 인정받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하고, 상속개시 후에 이해관계인과 법원, 기타 관청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지만, 유럽상속규정 하에서는 피상속인이 자신의 당사자자치의 유효성을 확신할 수 있고, 피상속인이 상속준거법 결정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사망한 경우에 상속인 등의 이해관계인과 법원, 기타 관청(특히 상거소지국 아닌 타국의)이 상속준거법을 확인하기도 비교적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에 대하여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100년 넘게 국적주의를 따르다가 2015년 유럽상속규정 시행으로 원칙적 준거법이 본국법에서 상거소지법주의로 바뀌고, 국적국법은 당사자자치로써 선택할 수 있게 된 독일의 경우를 언급했다. 장 교수는 독일이 이런 큰 변화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피상속인이 국적주의를 선호하면 생전에 국적국법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 국적국법을 선택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전하면서 유럽처럼 짜임새 있는 국제사법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경우가 아닌, 한국 혼자 자신의 법률저촉법만 급변시키는 부담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므로, 입법자는 독일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이그신탁협약 가입하려면 학계와 실무계 의견수렴 필요하다

 

장 교수는 신탁의 준거법결정을 위하여, 어떤 법률관계에 관한 국제사법을 적용하거나 유추적용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대표적인 국내외 학설로는 신탁을 재단의 일종으로 다루는 재단설’, 신탁설정행위를 채권법적 법률행위로 분류하고, 이에 의하여 성립하는 법률관계는 물권적 법률관계까지도 그 채권행위의 효력으로 보는 채권행위설이 대립한다.

 

관련하여 헤이그신탁협약이 언급됐는데, 198571일 헤이그에서 체결된 신탁의 준거법과 승인에 관한 협약, 신탁의 준거법지정 규칙을 정하고, 협약에 따른 신탁의 준거외국법이 신탁제도를 인정하면 타 체약국은 이를 법정지법이 아는 신탁이 아닌 법률관계로 치환하지 않고, 신탁으로서 수용할 의무를 규정한다.

 

장 교수는 재단설에 의하든 채권행위설에 의하든 결과에서 차이가 없다면서 하나를 채택한다면 국제법인법의 발달사와 국제사법 내에서의 위상, 국제법인법 내에서 본거지법설이 완전한 형태로 채용되지 못하고 있는 법현실을 감안하여 채권행위설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헤이그신탁협약에 가입하는 방안을 제시하려면, 연결점을 명시하지 않고 고려요소들의 나열 내지 예시로 만족하는 입법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대하여 학계와 실무계에 걸친 논의와 의견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반정만 존중하는 한국, 기회주의적편의주의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현행 국제사법은 반정(反定)의 다양한 유형 가운데 직접반정만을 존중하고, 반정의 영원한 순환은 항상 한국법으로 끝맺도록 하고 있다(9조 제1). 반정이란, 어떤 섭외적 사안 또는 법률관계에 대하여 법정지 국제사법이 특정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서 지정했으나 그 외국의 국제사법이 법정지법 또는 제3국의 법을 적용할 것을 규정하는 경우, 그 규정에 따라 법정지법 또는 제3국의 법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장 교수는 한국 국제사법이 반정 현상을 해결하는 기준을 좀 더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은 유독 내국법 적용 확대에만 열의를 보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이론적으로도 일관성이 높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직접반정 외에 전정(轉定)과 간접반정(間接反定)도 허용함이 타당하다면서, 특히 전정은 상속 분야에서 국제적 판단불일치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실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국의 독립적 법률저촉규칙이 준거법소속국으로 지정하는 외국이 한국법을 총괄지정하는 경우에는, 그 외국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중반정론 채택을 주장했는데, 그 이유로는 이중반정론까지 인정해야 총괄지정의 취지를 가장 충실히 살릴 수 있고 한국이 지시하는 외국과의 사이에서 국제적 판단일치를 어김없이 달성할 수 있으며 한국 국제사법의 태도가 반정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직접반정에 대해서만 반정이론을 대환영하는 것은 기회주의적, 편의주의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장 교수는 입법론으로 제9조 제1항은 전정과 이중반정론도 인정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주저된다면 우선 물권, 상속, 유언의 실질과 같이 확실성과 법적 안정성의 필요가 특히 높은 분야에 한정하여 입법화하고, 차차 인정범위를 넓혀 나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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