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지난 4월 12일, 세무사법 개정안 위헌성 검토 토론회를 개최했다. 양경숙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하여 계류 중인 세무사법 개정안의 위헌성과 문제점을 분석하여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양경숙 국회의원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때 위헌성이 거듭 문제되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계류되었다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김정우 의원안’을 그대로 본뜬 것”이라면서 “당시 대법원과 법무부도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한 일부 업무 배제 규정은 위헌의 소지가 많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법무부·법원행정처·헌법학회 등 법조계 모두가 그 위헌성을 문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될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국민에게 그 해악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위헌성 확인된 법률과 동일 내용 규정한 개정안, 통과되어도 당연무효로 의제될 뿐”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성중탁 교수는 논란이 된 세무사법의 개정 연혁을 먼저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1961년 9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42년간 동법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고, 세무사 등록 및 세무대리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후 2003년 12월 31일 법이 개정되면서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세무사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2004년 1월 1일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 자격은 취득하지만 세무사 등록 및 세무대리 업무 수행은 할 수 없게 됐다. 이어 2017년 12월 26일에는 변호사 자격 있는 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조항까지 삭제됐다. 2018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세무사 자격도 부여되지 않게 된 것이다.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되자 2018년 4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위헌성을 확인하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으나, 국회 개정 시한인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정부(기재위)는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는 실무교육을 이수한 후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하여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안을 발의했다.
성 교수는 “세무사법과 같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입법개선 기한 내 개선입법이 없이 그 시한이 도과한 경우 단순위헌결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고, 당해 시한이 도과하면 대상법률은 시한의 마지막날이 종료함과 동시에 법률로서 효력을 상실한다”고 설명하면서 “만약 (양경숙 의원안처럼) 헌재가 위헌으로 지적한 내용과 동일한 취지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 입법 역시 당연무효가 되어 실무에서 법률의 구속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별도의 헌재 위헌심사 없이 법원 등에서 당연무효로 의제될 여지가 농후하다”고 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결정문에서 명시한 개정시한의 도과로 현재 변호사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세무대리가 가능한 것”이라면서 “지금 변호사들이 세무사의 자격을 가지고 이미 세무대리에 종사하고 있는데, 1년 여가 지나 갑자기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중 80%에 달하는 기장과 신고업무를 전면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된다면, 이는 소급입법에 의한 기본권 박탈에도 해당되어 또한 위헌인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은 자신에게 필요한 업무성격에 따라 적합한 전문가 선택할 권리 있어”
성 교수는 “세무 업무의 절대 다수가 법률사무에 해당하여 변호사의 본래 직무에 당연히 포섭되는 것”이라면서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사 직역이 존재하게 되기 때문에 변호사도 세무업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세무사법에 명시하여 확인시켜 준 것이지, 변호사가 세무사법에 의하여 비로소 세무 업무를 수행할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장부 작성의 대행’ 업무가 세무사 업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을 생각할 때, 위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가 핵심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박탈당하는 셈”이라며 그 위헌성의 정도를 크게 봤다. 그에 따르면 기장업무는 세무조정과 성실신고 확인의무, 과세처분과 관련된 전후의 이의제기 및 심판과 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조세행정 및 권리구제의 모든 과정에서 출발점이 되는 업무다.
한편 국민의 선택권(자기결정권)이 박탈당하는 점도 중요하게 짚었다. 그는 “국민은 납세의무의 실현을 조력하는 전문자격사들 중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면서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기장업무와 세무조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이에 더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것이고, 이 과정을 포괄하여 조세채무의 성립요건 등 조세법령의 해석 및 위헌성 검토를 포함한 조세분쟁 처리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이를 포괄하여 처리할 수 있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를 자신의 세무대리인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 선택 과정에 국가가 구체적으로 관여하고 간섭하여서는 안되며,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변호사를 세무대리 영역에서 배제하게 된다면 이는 국민의 선택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변호사와 세무사에게 동등하게 세무대리 업무를 모두 허용하여 국민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호사, 세무사, 공익회계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법자가 마땅히 취해야 할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