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다228007 지료청구 (카) 상고기각-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사건
대법원(주심 노정희 대법관)이 4월 29일,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분묘기지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 및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됐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3인(이기택, 김재형, 이흥구)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2인(안철상,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다.
대법원은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그 분묘기지에 해당하는 타인 소유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로서 관습법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인정해 왔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되고,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 등기 없이도 성립한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나, 자기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 성립한다. 또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의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는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할 수 있었다. 장사법 시행일 이후부터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대해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지만, 대법원은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관행 또는 관습으로서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임야 중 400㎡ 지상에 설치된 피고의 조부(1940년 7월경 사망)와 부(1961년 4월경 사망)의 각 분묘를 현재까지 수호·관리해 왔다. 원고들은 2014년경 이 사건 임야의 지분 일부를 경매로 취득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분묘의 기지(基地) 점유에 따른 원고들의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으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대법원 다수의견도 원심과 같이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원고들의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 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으므로,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 점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분묘를 둘러싸고 장기간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를 존중하여 토지 소유자의 이해관계와 함께 분묘기지권자의 신뢰나 법적 안정성을 조화롭게 보호하여야 하는 점” 등을 언급했다.
한편 별개의견을 낸 이기택, 김재형, 이흥구 대법관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에 찬성했지만, 지료 지급의무가 토지 소유자의 지료 청구시부터 발생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반대하면서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분묘를 설치하여 토지를 점유하는 기간 동안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토지 소유자의 지료 청구가 있어야만 그때부터 지료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대의견을 낸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장사법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분묘를 설치하여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원칙적으로 부정해온 종전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은 타당하여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2017마6438 항소장각하명령(약정금) (나) 재항고기각- 항소장 부본이 송달불능된 경우 항소심재판장이 항소장각하명령을 하는 것에 대한 판례변경 여부
대법원(주심 이기택 대법관)이 4월 22일, “항소장 부본이 송달불능된 경우 항소심재판장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주소보정명령을 하여야 하고, 항소인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 항소심재판장이 항소장각하명령을 하여야 한다는 현재 판례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하여는 “항소장 부본의 송달불능은 소송계속 중 소송서류가 송달불능된 것에 불과한 점, 항소인이 항소장 부본의 송달불능을 초래한 것이 아닌데도 그 송달불능으로 인한 불이익을 오로지 항소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부당한 점, 소장각하명령과 항소장각하명령은 본질적으로 다른 재판이므로 소장 부본이 송달불능된 경우 주소보정명령을 하고 그 불응 시 소장각하명령에 관한 법리를 항소장 부본이 송달불능된 경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법 제402조 제1,2항에 근거하여 항소인에게 주소보정명령을 하거나 그 불이행 시 항소장각하명령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기존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박상옥,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다.
대법원 선례는 항소심에서 항소장 부본을 송달할 수 없는 경우 항소심재판장은 민사소송법 제402조 제1, 2항에 따라 항소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이내에 피항소인의 주소를 보정하도록 명하여야 하고, 항소인이 그 기간 이내에 피항소인의 주소를 보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명령으로 항소장을 각하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해 왔고, 항소장의 송달불능과 관련한 법원의 실무도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운용되어 왔다. 사안은 이러한 항소장각하명령이 부당하여 판례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402조 제1,2항의 문언해석과 입법연혁, 현재 판례는 항소인이 항소심재판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데 대한 제재의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는 점, 항소인에 대한 주소보정명령은 항소인에게 수인하지 못할 정도의 과중한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점, 항소장각하명령은 항소인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재판인 점, 현재의 판례는 제1심 재판을 충실화하고 항소심을 사후심에 가깝게 운영하기 위한 향후의 발전 방향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이유로 현재의 판례가 타당하다고 판시하며 이 사건 재항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