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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 압수수색의 무게중심 디지털 증거로 이동했지만...“법은 여전히 유체물만 규율하여 공백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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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원장 홍기태)이 지난 326, 대한변호사협회한국형사법학회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공동으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개선방안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홍기태 원장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기업과 개인이 생성보관하는 자료와 정보의 대부분이 디지털화 되었고, 이러한 변화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은 유체물에서 디지털 증거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면서 종래 유체물에 대한 압수수색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과 절차가 정립되어야 함에도 아직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에 관하여는 법률과 해석에 공백이 많다며 학술대회 개최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논의된 주제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절차적 통제 개선방안-참여권 강화, 영장 사본 교부제도 도입 등 (사법정책연구원 박병민 판사) 임의제출물 압수제도 개선방안-휴대전화를 중심으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용철 교수) 새로운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성훈 변호사) 등이다.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도 인권보호 위한 세심한 설계 필요하다

 

18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긴 논의 끝에 2011718,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을 통해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제도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에는 관련성 원칙(106조 제1), 정보의 선별압수원칙과 그 예외로서 정보저장매체 압수(106조 제3), 작성기간을 특정한 이메일 압수(107조 제1, 114조 제1) 등이 신설됐다.

 

박병민 판사는 이 개정은 당시 진행되던 여러 논의 중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관련 법률적 문제를 충분히 해소하기엔 부족하다고 했다. “현대의 디지털 환경에서 증거의 왕은 더 이상 자백이 아니라 스마트폰인데, 과거 진술증거에 대해 마련했던 인권보호를 위한 섬세한 설계가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도 그대로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판사는 입법론으로 참여권 강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참여권 조항(형소법 제121, 122조 및 제219)은 종래 압수수색 집행의 적법성 통제와 관련하여 큰 관심을 받는 조항은 아니었고,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 압수수색의 실효성 등의 측면에서 그 합리성에 의문을 갖는 견해도 있었다고 했다. 이러던 것이 종근당 결정으로 불리는 대법원 2015. 7. 16. 20111839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절차적 통제 수단으로 참여권을 제시하면서, 유관정보 선별을 위한 저장매체 탐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관련성 원칙(형소법 제106조 제1, 3)이 준수될 수 있다는 취지의 설시를 했다. 아울러 참여권을 자백 강요에 대한 대응 수단인 진술거부권에 견주면서, 저장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절차 모두가 위법하다고 보아, 참여권에 막강한 규범력을 부여했다.

 

박 판사는 참여권에 관한 현행 규정은 애초에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집행절차를 전제로 마련된 것은 아니므로, 압수수색의 주된 대상이 디지털 증거인 현재 수사 실무에서 현재의 법 규정은 과잉 압수의 우려를 저지하는 방어 기제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 입법적 개선안으로 원칙적으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전() 과정에서 참여의 기회 부여 122조 단서의 급속을 요하는 때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때로 하여 참여 통지 예외 사유를 명확히 규정 정보 분석과정의 의무적 기록 및 참여 사전통지의 예외 축소 수사기관의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통제 방안으로 미국 규정을 참조하여, 압수수색 집행 종료 후 법원에 영장을 반환하고, 그 압수물 목록을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 마련 현행 영장 제시 규정을 개정하여 영장 사본 교부 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

 

박 판사는 위 전합체 판결의 보충의견(대법관 이인복대법관 이상훈대법관 김소영)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형사소송의 목표이자 중요한 이념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객관적 진실 규명이 저해되거나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우선하는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위하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테두리 내에서만 빛날 수 있다라는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기술발전과 보안강화, 무기대등 원리의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정도

 

이 주제의 토론자로 나선 김승언 검사(대검 디지털수사과장)“‘규제 개선이라는 발표제목만 보고 법원도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고민하는구나란 기대를 잠시 했다가, 발표를 듣고 직업적으로 처한 위치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박 판사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김 검사는 발표자가 제시한 입법안은 형사소송절차의 이념이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전제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수사 및 재판이라는 형사소송의 다른 이념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제안된 입법안의 실제 도입 여부는 형사소송의 다른 이념과의 조화, 실무상 적용의 적정성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란 범죄 피해자 앞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원적인 정의감으로서, 여기서 진실은 당사자의 포기나 합의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진실의 발견과 처벌은 사적 문제가 아닌 공적 문제이자 국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디지털포렌식의 위기와 대응을 말하며 선별압수를 강조하다 보니 압수수색 과정에서 각종 제한을 따르면서 증거능력의 핵심요건인 원본성을 훼손할 소지가 커졌고, 이에 따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도 증가한 점 검찰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과학의 지식과 기술을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인데다, 스마트폰은 물론 기업에서 사용하는 각종 시스템과 프로그램의 보안성은 날로 강화해 사적 무기로 기능하게 되어, 종래 국가 형벌권이 개인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득해 무기대등 원리를 고안해야 했던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위협적인 점 형사절차는 범죄의 억제와 치안유지를 통하여 사회통합에 기여하므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은 곧 사회통합의 문제이며, 범인필벌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좌절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무한대의 정보 담긴 휴대폰 임의제출, 프라이버시권의 무한 침해 가능하여 문제

 

휴대전화 임의제출 문제를 발제한 박용철 교수는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거나 휴대전화를 통하여 접근가능한 정보는 애초에 우리 형사소송법상 임의제출물 제도가 상정한 유체물이 아니라서, 아직 대법원 판례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휴대전화에 담긴 무한대의 정보가 제출자의 임의성을 갖추었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의 수중에 놓이게 되고, 수사기관이 이를 통해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를 갖고 수사 및 기소에 이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사용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권을 무한대로 침해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범죄 수사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접근하는 것을 사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방지하고 싶어하는 반면,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범죄의 경중과 형태와 무관하게 휴대전화를 통한 전자정보 또는 디지털 증거의 확보가 실무상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박 교수는 아이폰에 대한 압수·수색시 아이폰 비밀번호를 수사기관에 고지해야 한다는 이른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시 협력의무 부과 법안까지 법무부에서 논의된 상황은, 위 법안의 불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수사기관이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이어 헌법 제12조 제2항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형법상의 증거인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는 제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은 법리적(헌법적) 논거까지 구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즉 임의제출하는 것이 과연 일반인의 관점에서 상식적인지는 살펴볼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임의제출에 대한 현행 형사소송법 규정과 휴대전화의 임의제출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는 사실상 무한대의 정보 접근이 가능한 휴대전화라는 정보저장매체 압수의 현실에는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종국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그 불일치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면서, 휴대전화 임의제출 관련 입법()에 반영되어야 할 사항으로 수사기관이 접근 가능한 정보는 주의 깊게 제한되고 감시되어야 함 임의제출에 대한 거부권의 사전 고지 정보 주체와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 등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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