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특별소송실무연구회(회장 안철상 대법관)가 지난 5월 3일, 제247차 연구회를 갖고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제도의 쟁점’을 논했다. 발표는 윤진규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맡았다.
‘일감몰아주기’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종국적으로는 지배주주 일가가 경제적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으로, 수혜법인들은 큰 투자위험을 부담하지 않은 채 계열사에 의존함으로써 초기부터 적은 자본으로 안정적 이익을 얻게 된다.
올해로 시행 9년차가 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제도의 위헌성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2018. 6. 28. 2016헌바347, 471, 2017헌바261 결정)는 이 법률 규정에 대해 합헌을 선언한바 있다. 윤진규 변호사는 이러한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쟁점 중 ‘①소위 자기증여의 문제와 ②해석론을 통한 정당한 사유의 인정 가능성 및 정상거래비율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제도의 도입 배경
윤 변호사에 따르면, 계열사 간 정상가격에 의해 납품이 이뤄지는 일감몰아주기는 자금지원의 실질과 부의 이전이 있는 내부거래의 성격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중반까지 사전규제나 사후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이후 현대 글로비스 사건으로 사회 전반에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일게 됐고, 실제 많은 기업집단에서 IT, 홍보, 물류, 구매 등을 담당하는 비상장회사를 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지배주주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상법, 법인세법, 공정거래법의 개정이 이뤄졌지만, 윤 변호사는 “이 개정법들은 모두 수혜법인이 아닌 특수관계법인(지원법인)을 규율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은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반면, 그 불이익이 지원법인의 소액주주에게 대부분 귀속되게 되었다”면서 “이러한 면에서 상증세법상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제도가 상법이나 공정거래법과는 별개로 정당성을 가질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1년 9월, 「2011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구체적인 과세방안을 발표했는데, 정부가 취한 안은 수혜법인의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방안으로, 일감몰아주기로 분여된 이익은 수혜법인의 영업이익으로 나타나므로 이를 기준으로 그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자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이 안의 특징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직접 증여로 규정하지 않고 증여의제로 과세하도록 하여 증여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점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과세대상을 포착하여 그 담세력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점 △수혜법인의 주주에게 발생한 미실현이익 단계의 경제적 가치를 과세대상으로 삼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라는 점을 들었다.
■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 전세계 유례 찾기 어렵다”
윤진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이 제도를 합헌으로 선언한 것은 입법재량의 영역에 있는 문제로 보았기 때문일 뿐”이라면서 “이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제도로,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과세, 이중과세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헌재 입장에 따르면,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이유만으로 위헌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가 무한정으로 허용될 수는 없고 그 한계가 있는 것인데,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규정이 그러한 한계 내에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규정이 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을 주주의 증여의제 이익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견해는 경제적 실질에 주목하는데, 이는 사실상 법인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그 결과 영업외손실로 인하여 영업이익은 있으나 심지어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수혜법인의 주주에게도 증여세를 과세하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중과세와 관련해서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수혜법인에 발생한 소득은 배당소득세를 계산할 때 증여세를 공제하지 않아 증여세와 소득세가 이중으로 과세되는 데서 발생한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이를 정당화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어차피 지분을 매각할 때 이중과세 문제가 조정될 것이므로 그 전단계에서 배당소득과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에 이중과세 문제가 생기더라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면서 “이는 언제 어떠한 경위로 지분을 매각할 것인지, 보다 본질적으로 지분을 매각할지 매각하지 않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추후 이중과세가 조정된다는 이유로 이중과세 문제를 외면한 것이며, 결국 수혜법인의 지배주주는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하여 지분을 매각해야지만 된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자기증여의 경우 제도 정당성 인정 안되...정상거래비율은 위헌 무효 규정”
윤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제도의 정당성을 “△일감몰아주기는 전형적인 내부거래와 구별된다는 점 △수혜법인에 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이 너무 높다는 점 △특수관계법인 주주의 부가 경제적 가치의 형태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이전된다는 점” 등으로 정리하면서, “자기증여의 경우 이러한 제도의 정당성이 그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법인의 지배주주가 동일하다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 자신에게 부가 이전되는 것일 뿐이므로 증여를 의제할 정당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령 역시 이러한 자기증여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상증세법 시행령을 수차례 개정했다”고 전하면서 “다만 2014. 2. 21. 개정된 시행령을 2013년도 귀속분부터 소급적용하도록 한 것은 이 시행령 규정이 창설적 규정이 아니라 법률에 내재된 한계를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므로, 2012년도에도 같은 취지로 자기증여에 해당하는 부분만큼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헌법합치적 해석”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특수관계법인이 수혜법인과 거래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일감몰아주기로 과세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윤 변호사는 “영업비밀 보호 문제로 특수관계법인에만 판매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혹은 수혜법인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여 다른 법인과의 거래가 불가능한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법은 이러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결국 법원이 법률 규정 자체를 합헌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으로써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주장하는 거래의 정당성에 관해 효율성과 공정성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심리 및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방법은 법률에 정해지지 않은 ‘정당한 사유’라는 과세면제 요건을 법률의 내재적 한계로써 확인하는 것이며, 이때 거래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납세의무자에게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 상증세법 및 동법 시행령이 업종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법인에 100분의 30이라는 단일한 정상거래비율을 정하고 있거나, 규모에 따라 정상거래비율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게 윤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계약체결 자유의 원칙 침해뿐 아니라 기업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효율성과 경제논리를 외면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상위법인 상증세법이 업종별로 차별적인 정상거래비율을 정하도록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고 있음에도 하위법인 시행령이 이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일률적인 기준만을 정하고 있고, 이후 개정에서도 수혜법인의 규모 등만 고려할 뿐 구체적인 거래의 정당성의 측면에서 업종별 정상거래비율에 관하여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며, 따라서 규범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