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후10077 등록무효(특) (나) 파기환송- 일사부재리 위반을 이유로 한 각하심결이 특허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는 확정 심결에 해당되는지 여부
대법원(주심 이기택 대법관)이 6월 3일,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여부가 문제되어 진보성 부정 여부에 관한 실체 판단이 이루어진 각하 심결이 특허법 제163조의 일사부재리 원칙 적용을 위한 확정 심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특허법 제163조 단서에 해당되어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각하된 확정 심결에서 동일 증거에 의한 심판청구인지가 문제되어 진보성 부정 여부에 관하여 실체 판단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각하심결을 일사부재리 효력을 가지는 확정 심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파기됐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관한 특허법 제163조는 “이 법에 따른 심판의 심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동일 사실 및 동일 증거에 의하여 다시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확정된 심결이 각하심결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확정된 심결이 심판 청구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각하된 심결인 경우에는 특허법 제163조 단서에 따라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없다.
대법원은 “특허법 제163조의 ‘동일 증거’라 함은 전에 확정된 심결의 증거와 동일한 증거만이 아니라 그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하지 않은 증거가 부가되는 것도 포함하기 때문에 후행 심판에서 새로 제출된 증거가 확정된 심결의 증거와 동일 증거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선행 확정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지를 심리‧판단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본안에 관한 판단이 선행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하면서 “다만 일사부재리 원칙은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일 뿐이어서, 위와 같은 경우라도 일사부재리 원칙을 위반하여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한 각하심결을 본안에 관한 실체심리가 이루어진 기각심결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해석 범위를 넘어선다”고 봤다.
나아가 “심판청구의 남용을 막고, 모순‧저촉되는 복수의 심결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일사부재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심판청구권 보장 역시 중요한 가치인 점, 현행 특허법 제163조는 일사부재리 효력이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허법 제163조 단서의 예외를 인정하여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2020다244672 손해배상(기) (사) 파기환송- 음악파일에 관한 음반제작자로서의 저작인접권 등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
대법원(주심 노태악 대법관)이 6월 3일, 음반의 제작 과정에서 각 악기별 연주 부분을 따로 녹음하여 만들어진 일명 ‘MR파일’ 또는 ‘멀티트랙’과 같은 음원에 대하여도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히면서, “그 음반에 수록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라 하더라도 저작인접권자인 음반제작자의 허락 없이 그의 음반을 복제하는 것은 음반제작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가 있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작곡가 겸 가수인 피고는 연예기획사이자 음반제작사인 원고와의 전속계약 기간 중 이 사건 각 음원을 작곡했고, 원고는 자신의 기획과 비용부담 하에 이 사건 각 음반을 제작‧발행했다. 이 사건 각 음반의 제작 과정에서 각 악기별 연주 부분을 따로 녹음한 이 사건 MR파일이 만들어졌는데, 원고는 이 사건 각 음원과 관련하여 원고가 보유한 마스터 권리 일체를 원심 판시 소외 회사에 양도했으나 이 사건 MR파일에 대한 원고의 권리는 양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피고는 원고와의 전속계약 해지 후 원고 대표자에게 알리지 않고 원고의 녹음실을 방문해, 그곳에 저장되어 있던 이 사건 MR파일을 외장 하드디스크에 다운로드 받아 갔다.
저작권법 제2조 제5호는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의 대상이 되는 ‘음반’을 ‘음(음성 또는 음향)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같은 조 제6호는 ‘음반제작자’를 ‘음반을 최초로 제작하는 데 있어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원고의 저작권 또는 저작인접권을 침해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나, 원심은 “이 사건 MR파일에 대한 원고의 권리가 침해됨으로써 원고에게 현존하는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장차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은 최초의 제작행위를 통하여 생성된 음반에 관하여 그 음을 맨 처음 음반에 고정한 때부터 발생하는 것으로서, 작사자나 작곡자 등 저작자의 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과는 별개의 독립된 권리”라고 하면서, “저작인접물인 음반에 수록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라 하더라도 저작인접권자인 음반제작자의 허락 없이 그의 음반을 복제하는 것은 음반제작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음반제작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 2018다280316 소유권이전등기 (타) 파기환송- 명의신탁해지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수한 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사건
대법원(주심 김선수 대법관)이 6월 3일, 부동산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을 해지한 다음 제3자에게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한 사안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양도에 대해 동의하거나 승낙하지 않고 있다면 그 양수인은 위와 같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수했다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와 A, B는 1972. 12. 22. 농지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각 1/3 지분씩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016. 1. 29. 이 사건 종중은 피고와 A, B를 상대로 “이들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명의수탁자들인데, 이 사건 종중은 소장 부본을 송달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을 해지한다”고 주장하며,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2017. 4. 26. 민사소송법 제257조에 의한 무변론판결로 이 사건 종중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으나, 이 사건 종중은 확정판결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채 2017. 7. 1.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와 B는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 중 자신들 명의의 각 1/3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 사건 종중은 피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 사건 토지 중 1/3 지분에 관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했고, 채권양도통지에 관한 권한을 수여받은 원고가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했다.
원심은 이 사건 종중의 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양도에 관하여는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한 양도제한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면서, “그 양도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의 동의나 승낙이 없더라도 피고는 그 양수인인 원고에게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부동산이 전전 양도된 경우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없는 한 그 최종 양수인은 최초 양도인에 대하여 직접 자기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고, 부동산의 양도계약이 순차 이루어져 최종 양수인이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를 이유로 최초 양도인에게 직접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하여는 관계 당사자 전원의 의사 합치, 즉 중간생략등기에 대한 최초 양도인과 중간자의 동의가 있는 외에 최초 양도인과 최종 양수인 사이에도 그 중간등기 생략의 합의가 있었음이 요구된다’는 법리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에 관한 유효한 명의신탁약정을 해지한 후 이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하면서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그 양도에 대해 동의하거나 승낙하지 않은 이상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직접 원고 명의로의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