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도4539 강도상해 (가) 파기환송- 강도죄에서 불법이득의사 인정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6월 30일, 피고인이 술을 마신 후 술값 지급과 관련한 시비 중 술집 주인과 종업원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사안에서 “폭행에 이르게 된 경위, 폭행 이후의 정황, 채무의 종류와 액수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폭행할 당시 술값 채무를 면탈하려는 불법이득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강도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피고인은 피해자1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159,000원 상당의 맥주를 마신 후, 피해자와 그 종업원인 피해자2로부터 술값 지급을 요구받자 22,000원만 지급한 후 나머지 술값을 지급하지 않고 주점을 나가려고 했다.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붙잡고 나머지 술값을 지급할 것을 계속 요구하자, 피고인은 갑자기 피해자1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린 후 얼굴을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1의 머리와 복부를 발로 수회 차고 밟아 피해자1을 실신하게 했다. 또한 옆에서 자신을 말리던 피해자2의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수회 때려 폭행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폭행하여 술값 요구를 단념하게 함으로써 합계 137,000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했다.
원심은 “피고인이 술값을 면하는 것이 피해자들을 폭행한 주된 목적은 아니었더라도 피고인이 주점 운영자인 피해자 1을 폭행함으로써 술값을 면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 강도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채권자를 폭행‧협박하여 채무를 면탈함으로써 성립하는 강도죄에서 불법이득 의사는 단순 폭력범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구성요건 표지이고, 폭행‧협박 당시 피고인에게 채무를 면탈하려는 불법이득 의사가 있었는지는 신중하고 면밀하게 심리‧판단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불법이득 의사는 마음속에 있는 의사이므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채무의 종류와 액수, 폭행에 이르게 된 경위, 폭행의 정도와 방법, 폭행 이후의 정황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불법이득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1은 술값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말다툼을 했고, 피해자1이 손으로 피고인의 가슴을 밀치자, 피고인은 손으로 피해자1을 가리키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피고인과 피해자1은 술값 문제로 서로 삿대질을 하며 계속 말다툼을 벌였고, 피고인이 술값을 지급하기 위하여 체크카드를 교부했으나, 계좌의 잔액이 부족하여 결제가 되지 않았다. 피해자2가 피고인에게 계좌이체를 해도 된다고 했으나, 피고인은 ‘계좌이체를 할 줄 모른다’고 하면서 술값 지급을 거부했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1의 말다툼이 심해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1이 계산대 위에 있던 손전등을 들어 피고인의 얼굴에 비추고, 손전등으로 피고인의 팔이나 몸통을 툭툭 치거나 꾹꾹 누르는 등 행위를 하자, 피고인이 팔을 휘저으며 이를 뿌리치기도 했다. 피고인이 피해자1을 피해 주점 출입문 쪽으로 나가려 하자, 피해자1이 뒤에서 피고인의 옷을 잡아당겼고, 이에 피고인이 뒤돌아서며 피해자1의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린 후 주먹으로 피해자1의 얼굴을 때리면서 ‘니가 나를 무시해’ 등과 같은 욕설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피고인이 주점에서 지급하지 않은 술값이 큰 금액은 아니고, 피고인은 공사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어 소득이 있었으며, 이 사건 당일 이 사건 주점에 오기 전 다른 노래방이나 주점 등에서 수회에 걸쳐 별다른 문제없이 술값 등을 결제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폭행할 당시 술값 채무를 면탈하려는 불법이득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 2019도17068 저작권법위반 (다) 상고기각- 저작재산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6월 30일,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할 때에 디자인 등록요건과 관련된 디자인 유사 판단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피고인 제품의 등록디자인이 그 출원 전에 공지된 피해자 저작물의 디자인과 유사하여 등록이 무효라는 취지의 특허법원 판결은,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는 이 사건에 원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의 저작물은 ‘바니 자동버블건’으로, 피해자의 저작물인 ‘과일토끼 자동버블건’과 디자인 및 전체적인 심미감이 유사하다는 특허법원 판결에 따라 그 등록이 무효로 됐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 저작물을 복제하여 피고인 제품을 제작‧판매했다는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복제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는 법리를 언급하면서, “피해자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가지고 피고인 제품과 대비해 보면 그 표현이 서로 달라 피해자 저작물과 피고인 제품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디자인 등록무효 사건은 디자인 등록요건을 판단할 때의 관련 법리(공지된 부분까지 포함한 외관을 전체로서 관찰)에 따라 디자인의 유사 여부를 판단한 사안이어서 그 기준을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 2018도18010 횡령 (가) 파기환송- 원인무효인 등기의 명의인이 토지 수용보상금의 반환을 거부한 사건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6월 30일, 원인무효인 등기의 명의인인 피고인이 토지에 관한 수용보상금을 수령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들을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없어 피해자들을 위해 토지들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한 수용보상금에 대하여도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허위 보증서나 확인서에 의해 마쳐진 것으로서 원인무효의 등기에 해당하고, 이에 기초한 피고인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의 등기에 해당했다. 원심은 위의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위해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한 수용보상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수용보상금 중 피해자들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원에 대해 횡령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고, 부동산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는 부동산에 대한 점유가 아니라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타인 소유의 토지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사람이 그 앞으로 원인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음을 이용해 토지소유자에게 지급될 보상금을 수령했더라도, 보상금에 대한 점유 취득은 진정한 토지소유자의 위임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보상금에 대하여 어떠한 보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