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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 법관 임용을 위한 법조경력기간, “과도하면 오히려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 저해할 수 있어”




사법정책연구원(원장 홍기태)이 지난 6월 25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한기정)와 함께 법조일원화와 법관 임용제도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라 2022년에는 법관 임용을 위해 필요한 법조재직연수가 현재 5년에서 7년으로, 2026년부터는 다시 10년으로 상향될 예정임에 따라 법관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경력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와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자리가 마련됐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홍기태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와 같은 법조재직연수의 변화는 법관 임용제도뿐 아니라 법관 인사제도재판부의 구성 및 운영방식 등 법원을 둘러싼 다양한 영역에서 큰 폭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규법관 임용 단계에서부터 전문성을 갖춘 법조경력자의 지원을 유도하고적합한 지원자를 법관으로 선발하여 전문성에 맞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제도 변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 도입에 이견 없던 법조일원화...도입 후 법원은 법관 임용에 빨간불

 

법관 임용제도 평가와 적정 법조경력을 발제한 김신유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부장판사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 취지를 뛰어난 실무능력과 훌륭한 성품을 겸비하고 법관으로서의 소명의식까지 갖춘 풍부한 경륜의 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임용함으로써더 좋은 재판과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위한 인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종전의 법관 즉시임용제도는 일회적인 시험을 통해 선발된 사람 중에서 판사를 임용하는 방식을 채택하여사회 경험이 없고 나이도 젊은 판사들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국민의 법감정과 어긋나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사법시험제도의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에는 많은 이견이 있었어도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에는 거의 이견이 없었던 것은, “판사 임용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하여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김 판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 이후 법원은 법관 임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실제 개정 법원조직법이 시행된 2013년을 전후하여 법관 임용현황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149~175명의 법관이 임용되었으나, 2013년 이후에는 2017(161)과 2020(155)을 제외하고는 매년 39~111명의 법관만이 임용됐다.

 

법조일원화 제도가 잘 정착된 미국의 경우 연방지방법원 부판사(Magistrate Judge) 공석 1개에 통상 50명 내지 70명 정도의 지원자가 몰리는 점과영국의 경우 2019. 4. 1.부터 2020. 3. 31.까지 실시된 법원 및 심판소의 개별선발절차에서 979명의 상근 및 비상근 법관비법조인 사법보직자 선발에 8,148명의 지원자가 있던 사실과 비교하면 더욱 그 어려움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 판사는 장기 법조경력자의 법관직 지원율이 낮은 현상과 관련하여법조경력이 길어질수록 법관직 지원의사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내용의 선행연구 결과를 참조할 수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회원 변호사 전원을 상대로 이메일을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통계적으로 회귀분석해 보니법조경력이 길수록 법관직 지원의사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어든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했다.

 

이어 신임법관 및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5년이 가장 바람직한 법조경력기간이라고 응답했음을 언급하며, “법관 임용을 위한 법조경력기간은 국민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훌륭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관들로부터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해당하는 것인데그 안전장치가 너무 과도하여 오히려 좋은 재판이라는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법원은 항상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법관 임용에 역할극 등 다양한 방식 활용...‘각국 법관 임용제도 현황

 

김 판사가 소개한 주요 국가의 법관 임용제도 현황을 살펴보면미국의 경우 법관 선발에 객관적으로 점수화한 시험 형식의 전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 그러한 인식의 근저에는 개인적인 친소관계가 법관 지원자에 대한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회 전반의 신뢰가 전제되어 있는 점 법관직을 명예롭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원율을 유지할 수 있고임용 지원 또는 탈락을 이유로 기존 소속 기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점 법원 구성에 있어 다양성과 균형을 중시하는 점 법관 지원자들을 평가함에 있어 별도의 독립적인 위원회 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점 그와 같은 독립적인 위원회가 법관 지원자들을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평가 기간도 충분히 부여되는 점 지원서 작성 및 면접 실시 등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시험 준비 부담이 없으므로 임용 기간이 장기화되어도 지원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점 등이 특징이다.

 

영국의 법관 임용제도는 능력을 중심으로 하되 성품을 고려하면서 다양성까지 확보하고자 한다는 점이 특징인데60~70명의 상근 직원을 보유한 독립 조직인 법관인사위원회로 하여금 법관 임용절차를 주관하게 함으로써 법관 선발에 관한 전문성을 제고한 점 중요한 사건을 담당하는 상급 법관을 선발할 때에는 자기평가서 작성을 간소화하고 필기시험을 면제하는 등 지원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점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전화면접 등 다양한 평가방식을 활용하는 점 인사 및 채용 관련 업무를 담당하여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사람을 비법관 면접 패널로 선정하는 점 역할극 등 다양한 방식의 면접을 실시하는 점 법관의 다양성 확보 정책을 명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 법관직 지원 유도를 위한 다양한 홍보정책을 시행하는 점 등이 주목된다.

 

사법시험 성적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면접 단계 진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공표하여 지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독일의 경우일단 면접 단계에 접어들면 그와 같은 성적은 더 이상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면접 결과만으로 선발하여 유능성 지표에 대한 평가와 정성적 지표에 대한 평가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또한 사법시험 성적이 다소 미진하더라도 변호사 경력 등을 거치면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경력을 쌓거나전문분야 학위 등을 취득한 경우에는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도 유의미한 참고사항이 되며특히 전문법원 법관을 선발할 경우 해당 전문분야의 특별법 지식을 평가할 수 있는 별도의 면접절차를 마련해 두고전문분야의 법조경력 내지 학위 보유자 위주로 전문 법원 법관을 임용하고 있어 시사점을 준다.

 

일본의 변호사 중에서 재판관을 임용하는 임관절차에서는변호사 임관 추천위원회와 하급재판소 재판관 지명 자문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변호사위원과 시민위원으로 구성되어 각 지역변호사회마다 설치되는 변호사 임관 추천위원회는변호사 임관절차의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임관희망자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최고재판소에 제공한다법조인과 비법조인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문위원회 및 그 하부 조직인 지역위원회는임관후보자에 관한 세부 정보를 별도로 수집하여 이를 토대로 해당 후보자의 재판관 지명 적부에 관한 의견을 최고재판소에 회신하고 있다.

 

김 판사는 특히 법관 임용 시 요구되는 최소 법조경력기간에 관한 비교법적 검토를 통하여 주요 국가 중에는 1심 재판을 담당할 다수의 법관을 동시에 선발함에 있어 우리와 같이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이나 요구하는 경우는 없거나 극히 드물며법관의 정년을 70세 이상으로 설정하거나 최초 임용 연령을 앞당김으로써 법관으로서의 재직 기간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한편 법관 임용 시 요구되는 법조경력기간의 단축을 통한 젊은 법조인의 법관 임용 확대를 법원 조직의 다양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고법관이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임용 시 요구하는 법조경력기간을 달리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법관 전문성 양성하던 법원희소한 전문법조인 공급받는 수요자로 변화

 

윤찬영 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부장판사)은 법조일원화와 법관 전문화법조인력시장의 수요자로서의 법원의 관점에서를 발제했다그는 “2011년 법원조직법의 개정으로 법조일원화 방식 법관 임용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성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하고 그 전문성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는데이는 곧 법원이 법조인력시장의 수요자로서 희소한 자원인 전문법조인을 충분히 공급받는 문제라고 해석했다종래 법관즉시임용제 아래서는 법원이 재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제식 교육 및 법관연수에 기초하여 법관의 전문성을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것에서 변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개정 법원조직법은 법관 임용자격을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른 공공기관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자”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자로 10년 이상 재직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이에 대해 윤 선임연구위원은 법조일원화 방식의 법관선발에 대하여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과 맞물려 법관구성의 다양화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법관이나 재판의 전문화를 언급할 때의 전문화는 사건의 유형(case-type)에 의해 정의되는 기능적인 전문화(functional specialization)를 의미하는데이는 대상사건을 그 내용상 특성(attribute)에 따라 일정한 분야로 나누는 것으로서 통상 사건 내용에 따른 전문화(subject-matter specialization)”라고 소개했다그에 따르면우리나라에서 제도로서의 전문법관을 말할 때에는 위와 같이 설정된 전문분야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법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2005년 가사소년사건 전문법관 시행을 앞두고 법원행정처가 공지한 가사소년사건 전문법관 선발 안내에서 가사소년사건을 비교적 장기간 전담하게 될 전문법관을 선발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나도산전문법관제도 도입을 논하면서 가사소년전문법관과 유사한 약 5년 정도의 도산업무를 담당할 도산전문법관제도를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 법관 전문화의 전제조건직무별 법관선발과 동일법원 장기근무전문분야 근무 보장

 

법관 전문화로 인한 일반적인 장점으로는 양질의 판단이 내려지게 되고효율적인 사건 처리가 가능해지며재판의 통일성이 높아져 예측가능성이 개선된다는 점이 거론된다반면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법관과 변호사가 소규모 그룹을 형성함에 따라 재판의 공정성 내지 공정성의 외관이 훼손될 우려관할의 광역화로 인한 사법접근권 약화관견효과(管見效果, tunnel vision) 등에 기인하는 재판의 질적 저하전문법원 등 전문법관 활용모델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법조일원화 시대의 전문법관 확보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은 이들 전문법조경력자가 법관으로 지원할 유인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특히 지원자의 전문성의 정도와 보수는 비례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큰데법관 임용에 관한 재정적 유인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면민사상사형사에 관하여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변호사들의 법관임용신청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은 영국의 예를 보아서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법조일원화 체제에서 법관임용을 위한 법조인력시장에 대해 적절한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전반적인 법관의 질적 하락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이는 법관의 능력 저하뿐 아니라 다양성 저하 등 여러 함의를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아울러 법관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로 개정 법원조직법이 정한 10년이 적절한지를 묻는 선행연구의 설문조사에서, 2020년 신규임용 법관 중 83%가 매우 또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답변하면서 그 이유로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들은 각자의 직역에서 자리를 잡았으므로 법관으로 전직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를 87%나 선택한 점을 언급하면서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 자신의 직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경우에 법관임용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으므로 재직연수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법관 전문화의 전제조건으로직무별 법관선발과 동일법원 장기근무 및 전문분야 근무 보장을 들었다그는 법조일원화 임용제도 아래에서의 법관 전문화는 근본적으로 법관선발구조 변경즉 집단적 선발제도를 직무별직군별 선발로 변경하여야 완성할 수 있다고 하는 한편 전문성 있는 지원자가 법관 임용을 신청하여 임용되더라도 해당 전문분야 재판을 담당하지 못하게 된다면이는 법관 임용신청을 고려하는 후보군에게 근무조건에 관하여 좋지 않은 신호로 작용하고향후 전문성 있는 법조경력자의 임용신청이 감소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며장기적으로는 전문성 있는 법관 확보를 통한 재판의 전문성 향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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