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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사법학회] ‘ESG 열풍’…다양한 법률문제와 회사법적 과제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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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사법학회(회장 권종호)가 지난 7월 2한국법학교수회서울대 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와 함께 “ESG 경영과 상사법의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이날 최완진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ESG 경영과 우리 회사법의 대응을 기조발제했고정준혁 서울대 법전원 교수는 “ESG와 회사법의 과제를 발표했다.

 

■ ESG 경영,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의 진화 과정에서 부각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 조합으로, 2006년에 제정된 UN 책임투자원칙(PRI)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UN 책임투자원칙(PRI)을 따르겠다고 서명한 기관은 ESG 이슈를 반영해 투자분석과 의사결정을 하고투자철학 및 운용원칙에 ESG 이슈를 통합하는 적극적 투자자가 되며투자 대상기업에 ESG 이슈들의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최완진 교수는 “ESG는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이는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고 쓰느냐와 관련된 영역에 해당된다고 했다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투자자와 고객정부 등이 기업에게 높은 수준의 ESG 경영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ESG는 1970년대 이후 촉발된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 개념의 진화과정에서 부각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통적 금융에 대한 반성으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지속가능금융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2010년대 초반 들어 사회적 금융 중심으로 지속가능금융에 관한 논의가 전개됐고최근에는 기후·환경변화의 중요성과 함께 탄소중립 의제화 등의 영향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각되며 ESG 경영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 교수는 특히 코로나19로 금융경제환경이 취약해진 시점에서 기후리스크가 더해질 경우 화석연료 기반산업의 자산가치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ESG 경영의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기후변화대응’”이라며 탈탄소 사회경제시스템으로의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글로벌 유수 기업들은 자발적 탄소저감활동 및 저탄소 기술투자 등 탄소 net-zero를 목표로 한 ESG 산업혁신을 견인 중이라고 말했다.


■ ESG 경영 위해 보완되어야 할 회사법 규정들

 

금융위기 이후 우리 나라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정비를 20여 년간 꾸준히 진행해 왔다하지만 아직도 주주중심주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는 게 최완진 교수의 평가다그는 공정경제3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여 주주권리를 확보하려는 일련의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나 결코 완결된 것은 아니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ESG 경영과 관련하여 우리 회사법의 몇 가지 규정에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ESG 요소를 고려하여 이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점 기업에 대한 이사회의 업무수행과 실적에 대한 평가를 주기적으로 이행하여 그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점 이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다른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은 주주의 이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 한도 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볼 때그 한도를 정하는 기준은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을 통해 해결될 수 있으므로 상법 제400조의2로 경영판단의 원칙’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좋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또한 법정의 감사기관인 감사 및 감사위원회와 내부감독기관(이사회간의 관계설정 및 역할 분담의 문제그리고 법정감사기관과 내부통제기구 간의 관계설정 및 역할 분담 문제를 상법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중대재해법 도입환경법규 강화 등에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는 점 등도 강조했다.

 

■ ‘ESG 열풍에 맞서 ‘ESG 회의론...

 

‘ESG 열풍이 전지구적으로 불고 있지만한켠에선 ‘ESG 회의론도 등장했다착한 기업인데 돈을 못버는 이른바 ‘ESG 딜레마 현상을 지적한 것인데이 문제와 관련하여 본격적인 불을 지핀 것은 프랑스 최대 식품기업 다논’(Danone)이라는 게 최완진 교수의 말이다.

 

다논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종 친환경 방침을 세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추구를 강조하는 등 ESG 경영의 교본으로 불리던 회사다그러나 지난 1년 반 사이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고 지난해 매출이 7% 가량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지난 3월 다논의 주요 주주인 행동주의펀드들은 7년 간 회사를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에마뉘엘 파베르)를 쫓아냈다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놓고 “CEO가 사명을 강조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사업의 활력을 불어넣는데는 너무 적은 시간을 쓴 탓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ESG 평가기준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대체로 ESG 등급이 높지만등급이 낮은 제조·서비스 분야 기업들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지속가능투자 부문 CIO(최고투자책임자)였던 타릭 팬시는 “ESG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려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유기업패스트 패션 기업을 편입하는 일이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수익에도 좋다는 것은 희망섞인 기대라고 언급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최 교수는 주요 대기업의 ESG 경영성과는 평가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여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국내외 권위있는 평가기관조차 점수를 평가하는 기준을 뚜렷이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건데기업들이 ESG 경영평가지표로 주로 활용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날(MSCI)은 물론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레피니티브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도 대외비라는 이유로 언론이나 경제단체 등 외부에 평가모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영현장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K-ESG 지표를 정립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반길 일이라는 게 최 교수의 말이다그는 기존 국내외 주요 지표와의 높은 호환성을 바탕으로 우리업계의 ESG 평가 대응능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ESG 회의론 등을 볼 때경영이 기업 본래의 이윤창출 목적을 지나치게 억누름으로써 기업의 진정한 존재이유와 기업가치를 왜곡하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된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하는 한편 “ESG 경영의 확대는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업경영의 목적이 이해관계자 중심의 가치 제고로 전환되면서 그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기업의 존립 목적은 기업경영을 통해 단순히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가치를 성취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우리 기업 특성 생각할 때 이사회중심모델은 또 다른 문제 야기할 가능성 있어

 

정준혁 교수는 외국의 회사법 학계에서도 ESG 관련 논의가 매우 활발하여 유명 회사법 교수들이나 경영학재무학 교수들이 발간하는 논문 중 상당수가 ESG와 관련이 있고, ESG를 주제로 하는 많은 학술대회가 개최되고 있다고 전했다이러한 ESG 논의는 구체적으로 전통적인 이해관계자주의 이론이나 회사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관련 논의책임 있는 자본주의(accountable capitalism), 지속가능한 금융(sustainable finance), 자본주의 대전환(reimagining capitalism), 목적이 주도하는 회사(purpose driven corporation), 파이코노믹스(Pieconomics) 다양한 명칭 하에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 교수는 이와 함께 주주우선주의(shareholder primacy)나 재무성과 중심의 단기이익추구(short-termism)에 대한 비판의 수준도 유래 없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ESG 논의는 회사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전통적인 논의에서부터현행 회사법제 하에서 ESG를 어떠한 방법으로 추구할 것인지와 같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문제 등 회사법에 수많은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이러한 과제들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에 반하지는 않는지주주단기주의에 대해 회사법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ESG 공시나 평가 제도는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수익을 희생하면서 ESG 요소를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와 같은 문제들이 포함되는데회사법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ESG 경영이 정당화되는 이유로 정 교수는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기업의 영향력이 유례 없이 커지고 기업 활동이 개인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진 점 갈수록 기술이 고도화되고 기업의 사업 내용이 매우 복잡해짐에 따라정부가 법제도를 설계하고 기업의 위법행위를 적발하여 규제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국가 단위로 수립된 현재의 규제 체제가 여러 나라에 걸쳐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의 활동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점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보다 기업이 환경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는 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이 정치적 이유로 인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에도 기업의 활동을 통한 문제 해결은 유용하다는 점 등이다.

 

한편 어떠한 방법으로 ESG를 추구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상정 가능한 회사법의 모델은 네 가지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이사들이 주주의 단기이익 추구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이사회에 많은 재량을 주어서 이사회가 ESG를 주도하는 모델(이사회 중심 모델주주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ESG를 주도하는 모델(주주 중심 모델환경사회적 목표를 회사의 목적으로 정하고 경영진이 신탁의 수탁자처럼 회사의 목적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게 하는 이른바 수탁자 모델(trustee model)(목적 주도 모델주주 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이사회 등에 참여하는 이른바 대표자 모델(representative model)(이해관계자 경영 참여 모델)이 그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가족이 지배주주로 있는 회사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고특히 지배주주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으며(controlling minority structure), 지배주주의 각종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인한 소액주주 이익 침해 문제가 많이 문제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주주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이사회에 많은 재량을 주는 방식은 소액주주 보호 등과 관련한 또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보였다따라서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사내이사 보수 체계를 ESG 성과와 연동시키는 등의 노력과 함께소액주주에 의한 주주제안이나 의결권 참여를 촉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연기금이 여러 상장회사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ESG 요소를 고려하고전체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방향으로 ESG를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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