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이시(異時)적 자유의 보장(intertemporale Freiheitssicherung)’으로서 기본권은, 미래에 온실가스 감축을 일방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총체적인 자유의 위협으로부터 청구인을 보호한다”는 설시를 통해 연방기후보호법(이하 ‘기후보호법’) 조항에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총 4개의 병합된 헌법소원(2021. 3. 24. 사건번호 1 BvR 2656/18, 1 BvR 96/20, 1 BvR 78/20, 1 BvR 288/20)에 대한 것으로, 청구인들은 기후보호법 조항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량을 위한 지속적인 조치를 규정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
기후보호법 제1조 제1문에 따르면, 기후보호법은 기후보호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응하여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의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그 근거는 2016. 11. 4. 발효된 파리협약(bereinkommen von Paris)이며, 또 다른 근거는 독일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장기 목표인 ‘2050년까지 온실가스중립(Treibhausgasneutralität)을 달성하는 것’이다.
기후보호법에 따라 독일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 밑으로 유지하고 가능한 한 산업화 이전의 수준인 1.5도 이하로 통제해야 한다.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최소 55% 이상 감축하도록 하고 있고, 기후보호법 제4조 제1항 제3문과 연계한 부칙 2에서는 2030년까지 허용되는 분야별 연간 배출량의 감축 할당량을 규정하고 있다.
기후보호법은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관한 규정은 포함하고 있지 않은데, 기후보호법 제4조 제6항은 “2030년 이후의 기간 동안 감축해야 하는 배출량을 2025년에 연방정부가 법규명령(Rechtsverordnung)을 통해 확정한다”고 하고 있다. 이에 청구인들은 “국가가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과 제4조제1항 제3문과 연계한 부칙 2를 통해 당장의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 감축과 관련한 충분한 규정(지구 온난화를 섭씨 1.5도 수준 내지 최소한 2도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준의 조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지구 기온 상승을 통제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면서 그 근거로 “섭씨 1.5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수백만 명의 인명이 위험에 처하며, 기후체계의 임계점을 초과함으로써 예상 불가한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기후보호법에 규정된 탄소 배출량의 감축을 통해서는 섭씨 1.5도라는 기온 제한에 상응하는 ‘잔여 탄소예산(CO2–Restbudget)’을 준수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2030년 이후의 배출량 감축 의무로 인한 미래의 부담에 대해서 ‘모든 생활영역의 완전한 정지(Vollbremsung)’라고 명명하며 공통적으로 자유권의 침해를 호소했다.
청구인들 중 방글라데시와 네팔에 거주하고 있는 자들은 기본권상 보호의무를 기본법 제2조 제2항 제1문(“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및 제14조 제1항(“재산권과 상속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에서 찾았으며, 기본법 제2조 제1항(“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헌법질서나 도덕률에 반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인격을 자유로이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과 연계한 기본법 제20a조(“국가는 미래 세대들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헌법적 질서의 범위에서 입법을 통해, 그리고 법률과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집행 및 사법을 통해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 및 기본법 제2조 제1항과 연계한 기본법 제1조 제1항 제1문(“인간의 존엄성은 훼손될 수 없다”)으로부터 ‘인간다운 미래를 가질 기본권(Grundrecht auf menschenwürdige Zukunft)’과 ‘생태계에서 최저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Grundrecht auf das ökologische Existenzminimum)’가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환경단체들에게는 청구인 적격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환경단체들은 ‘자연의 변호인(Anwälte der Natur)’으로서 유럽연합 기본권헌장 제47조에 비추어 기본법 제19조 제3항과 연계한 동법 제2조 제1항 및 제20a조의 침해를 주장했다. 이들은 “입법자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 자연적 생활기반을 보호해야 하는 유럽연합법상 기속력 있는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그러한 청구적격은 기본법과 헌법소송법에서 전제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 “이산화탄소와 관련된 자유, 점점 더 강하게 헌법상 요구되는 제한에 직면할 것”
헌재는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문과 제4조 제1항 제3문과 연계한 부칙 2는 헌법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2031년 이후의 배출량 감소와 관련된 조항이 없는 한 기본권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입법자는 늦어도 2022년 12월 31일까지 2031년부터의 지속적인 감축목표를 사유에 따라 규정해야 한다. 기존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문과 제4조 제1항 제3문과 연계한 부칙 2는 계속 적용 가능하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생명과 신체의 온전성에 대한 기본법 제2조 제2항 제1문과, 재산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포함하는 제14조 제1항의 보호의무가 위배되었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국가가 기후중립 목표를 따르지 않는 경우나 국가의 보호의무를 적응대책을 통해서만 이행하려 하는 경우에는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겠으나, 입법자에게 부여되는 형성의 여지를 감안할 때 본 사안은 위 두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문과 제4조 제1항 제3문과 연계한 부칙 2에 따라 2030년까지 허용된 배출량은, 2030년 이후에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도로 축소시키고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기본권을 통해 보호되는 자유를 위협하므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헌재는 미래에 온실가스 감축을 일방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총체적인 자유의 위협으로부터 청구인을 보호하는 ‘이시(異時)적 자유의 보장(intertemporale Freiheitssicherung)’으로서의 기본권을 언급하며, “입법자는 기후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유권의 보호를 보장하는 예방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으나 지금까지 이를 행하지 않았다”고 설시했다.
헌재는 “지금 이산화탄소 배출을 허용하는 조항들은 미래의 자유에 대한 불가역적인 법적 위협이 되는데, 오늘날 허용되는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본법 제20a조에 부합하는 잔여 배출 가능성을 축소시키기 때문”이라면서 “이산화탄소와 관련된 자유를 누리는 것은 점점 더 강하게 헌법상 요구되는 제한에 직면하게 되고, 이산화탄소와 관련된 자유를 누리는 것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사실상 언제든 자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입법자의 형성여지를 감안하면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문과 제4조 제1항 제3문과 연계한 부칙 2가 기본법 제20a조에서 도출되는 헌법적 기후보호명령에 위배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지만, (기후보호법 제3조 제1항 제2문과 제4조 제1항 제3문과 연계한 부칙 2가) 기본법 제20a조에 따라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비례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 기후중립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감축을 시간적으로 골고루 배분해야 하는 요청은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입법자는 헌법적으로 필수적인 앞으로의 감축기준을 2030년 이후 및 먼 미래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정도로 적시에 확정해야 하는 한편, 연간 감축량과 감축기준을 세분화하여 확정함으로써 충분히 구체적인 방향성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기후보호법 제4조 제6항 제1문에서 온실가스 감축 그래프를 불충분하게 규정한 점 및 기후보호법 제4조 제6항은 아직까지 기본법 제80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명확성의 원칙 및 법률유보의 원칙을 충족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출처: 헌법재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