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융합법학회(회장 한명관)가 지난 7월 9일, “인공지능기술 발전동향의 법정책적 고찰”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한명관 회장은 “현재 전 세계 50여개 국가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지능전략을 수립하거나 실행하는 가운데, 이러한 글로벌 동향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인공지능 관련 법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해외 입법동향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김한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미국의 입법동향을, 홍선기 국회의정연수원 교수가 독일의 동향을, 오승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이 프랑스 인공지능정책 개관을, 손형섭 경성대 교수가 일본의 최신 법제 동향을 발표했다.
■ “인공지능정책, 먼저 구체적 가치 설정하고 연구기반 확충한 뒤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김한균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국가인공지능주도전략(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Initiative)’은 2020년 ‘국가인공지능전략법(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Initiative Act of 2020)’이 그 법적 기반이다.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신뢰가능한 인공지능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용함에 있어 미국이 선도적 지위를 점하고, 사회경제 모든 부문을 인공지능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한 인력을 준비하며, 모든 국가기관의 인공지능 관련 업무를 조정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법은 ‘인간이 규정한 일련의 목적을 위해 현실 또는 가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예측‧추천‧판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기반 시스템’을 AI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인공지능연구개발과 교육과 기준정립을 위한 정책 기본틀 구축에 65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국가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산하에 ‘국가인공지능주도전략실(National AI Initiative Office)’ 및 ‘인공지능특위(Select Committee on AI)’를 둔다.
미국 각 주의 최근 인공지능 관련 입법 동향을 살펴보면, 특히 안면인식, 자율주행차와 같은 특정 인공지능기술 응용분야에 대한 개별 입법화를 추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2019년에는 15개주, 2020년에는 13개주, 2021년 현재는 16개 주에서 인공지능관련 법률이 도입되거나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에 관한 법적인 기본원칙과 윤리기준 정립의 정책은 미국과 같이 ‘신뢰가능한 인공지능시스템(trustworthy 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s)’이라는 구체적 가치를 설정하고, 연구기반을 먼저 확충한 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시사점을 찾았다. 또한 “현재 한국의 국가차원 인공지능 전략과 입법동향에서는, 장기적 발전과 융합적 발전에 대한 전략이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드러난다”고 진단했다.
이는 곧 단편적 단기적 전략과 로드맵의 각개 진행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건데, 그 결과 전체 전략과 개별 전략 사이, 단기 전략과 장기 전략 사이, 핵심목표와 소극적 목표 사이, 주요 과제와 부수 과제 사이의 체계적 분별과 연결이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전략의 실행자, 즉 정부와 의회, 그리고 민간 기업과 전문가의 협력관계 규정도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략추진의 단계적 성과와 노정된 한계에 대해 전략적 사고에 기한 평가와 피드백이 작동하지 못하면, 전략실행의 국가적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여 결국 인공지능 국가경쟁력 기반의 내실을 다지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 독일, “코로나 위기로 여러 가지 변수 생겼지만, 여전히 AI가 미래 핵심 기술이다”
홍선기 교수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18년 11월 처음으로 ‘국가 AI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의 AI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면서 2025년까지 30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었다. 이때 내세운 구체적 목표 세 가지는 ‘△유럽과 독일이 AI 개발과 적용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독일의 미래 경쟁력 확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업무‧환경‧기후 등 각 분야에 AI 개발과 이용이 활성화 되도록 함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 및 합의를 통해 법적‧윤리적으로 정리된 AI를 사회에 적용’이다.
이것이 2020년 12월, ‘독일 연방정부 AI 전략 업데이트’로 발표됐다. 2020년 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BMWi)가 공개한 보고서 ‘독일 경제에서 AI 사용(Einsatz von KI in der deutschen Wirtschaft)’ 연구가 그 배경이 됐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설문 응답 기업 중 6%만이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8년 11월 발표된 인공지능 전략 이후에 발생한 변화에 대응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보완하기 위해 경제, 과학, 정치, 사회 부문의 전문가 포럼을 진행한 끝에 업데이트 전략을 구성했다. 기술 이전 장애물 폐지 및 지원 서비스 확대 조치를 강화해 AI 생태계 구축과 확대를 목표로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생긴 여러 가지 변수 속에서도 AI가 미래 핵심 기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에 의미가 있다.
AI 관련 정부의 지원이 기존에는 2025년까지 약 30억 유로(약 3조9360억원)이던 것을, 2020년 업데이트는 50억 유로(약 6조56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의료 보건 분야, 환경 이슈와 관련해 지속 가능한 개발 분야를 강화하고, 중소기업들의 AI 기술 수용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전략의 주요내용은 “전문가 육성, 연구 지원, 지식 이전 및 기술 응용, 규제 프레임”으로 집중된다.
■ “프랑스, 특별법 없이 인공지능 법제가 전체 법체계와 조화 이루도록 모색”
오승규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인공지능 정책이 경제정책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2018년 3월, 하원의원 C. Villani의 책임 아래 작성된 ‘Mission Villani Report’가 그 토대가 됐는데, 6개부문(①데이터 기반 경제정책 ②신속하고 실현가능한 연구 ③인공지능의 영향력 예상 및 통제 방안 ④인공지능을 통한 생태친화적 경제 구축 ⑤인공지능의 윤리 ⑥포괄적 및 다양한 인공지능)으로 구성된 밀라니 보고서는 그대로 ‘AI 권고안’으로 공식 채택됐다. 2018년 3월에 있었던 ‘AI for Humanity Summit’ 국제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까지 AI 연구에 15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오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인공지능 정책이 주는 시사점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지능 개발과 이용 목적을 설정하고, 국가주도의 전략 마련 및 투자, 데이터와 기술 공유를 위한 플랫폼 구축, 스타트업 육성과 활발한 투자 유치, 학제적 연구 네트워크 기반 구축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교육과 연구, 산업 간 협업이 공고화되었으며, 사회적 역기능에 대한 대응 방안도 아울러 준비한 점, 특별법 없이 인공지능 법제를 전체 법체계와 조화를 이루도록 모색한 점이 특징적”이라고도 전했다.
■ “AI 관련 권리침해 행위에 대한 민형사적 법적 기준 제시 필요하다”
손형섭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AI 윤리는 “인간중심 사회 AI 원칙”이다. 2018년 내각이 검토회의를 통해 도출해 낸 이 원칙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사람, 시스템, 산업 구조 등 모든 면에서 사회를 재설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로의 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판단 기준과 결정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할 권리를 기업에 부과”하여 최종책임을 인간이 지게 하는 등, 인공지능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중심 사회 AI 원칙 하에서 문제되는 법적 논점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한 사고 등의 책임 분배 명확화와 보험제도 정비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포함한 빅데이터 이용 및 활용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창작물 등의 권리 검토 ▲법 해석, 법 개정, 법과 관련된 기본적 개념의 재검토 가능성 등이라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손 교수는 일본의 이러한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으로, “국내 AI 윤리 가이드라인의 부재, AI 윤리 및 정책 연구 필요, 민형사적 법적 기준 제시”를 꼽았다. 그는 “인공지능 관련 행위자의 보편적 책무성에 입각한 예방적 윤리에서, 권리침해 행위에 대한 행위자 중심의 사후적 처벌, 배상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고 하는 한편 “윤리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이 기계, 로봇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AI로봇법’, ‘AI법’ 등과 같은 관련법의 제개정이 요망된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