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가 최기상 국회의원과 함께 지난 8월 11일, 판‧검사 인사 시 외부기관 평가 반영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기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의안번호 5598)’ 및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6769)’이 이번 토론회의 배경인바, 동 법안들은 “법원 및 검찰 인사에 대한변협의 법관 및 검사평가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기상 의원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법관과 준사법기관인 검사는 그 임명 과정에 민주적 정당성이 없음에도 형식적인 법관 연임심사와 검사 적격심사를 통해 사실상 무기한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행 「법원조직법」과 「검찰청법」 상 법관인사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 검사적격심사위원회는 모두 그 위원 대부분이 법조인 또는 법률전문가로 구성되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고, 그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이 거의 반영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최 의원은 나아가 “판사와 검사의 인사를 내부에서 이루어진 평정에만 의존한 결과, 잘못된 수사와 재판을 하거나 수사와 재판에서 인권을 침해한 판·검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판사와 검사의 인사를 전적으로 그 기관 내부에 맡겨두는 것은 국민들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 요구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법관인사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 검사적격심사위원회가 ‘제 식구 감싸기’의 도구로 기능하지 않도록, 외부기관에 의한 평가를 판‧검사 인사에 반영하여 공정성과 타당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변호사에 의한) 법관 및 검사평가’가 실제 인사에 반영되지 않는 이상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현행 변호사 평가를 판검사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이해관계인이기 이전에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역할과 임무를 가지고 있고,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판·검사를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판·검사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 “변호사의 법관평가 인사에 반영하면 안된다”는 주장들, 어떤 논거로 반박했나
발제는 이민 변호사(대한변협 법관평가특별위원회 위원, 前 검사평가특별위원회 위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법관평가제도특별위원회 위원)가 맡았다. 그는 ‘변호사에 의한 법관평가를 인사에 반영하는 안에 반대하는 비판적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비판적 입장은 먼저, “변호사의 평가만 반영하는 경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당사자와 그렇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한다”며 반대한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사법 현실에서 일면 타당한 지적이나, 이 지적은 ‘법관 인사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변호사에 의한 법관평가를 법관인사에 반영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며 반박했다. 그는 “변호사강제주의 미도입으로 이런 폐해가 있게 된 사실을 감안하여, 차제에 독일에서 시행 중인 법률보험제도, 변호사강제제도 도입 검토를 적극적으로 시작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처럼 법원 관계자와 일반 국민까지 포함시켜 평가 주체를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하는 비판적 입장은 “법관평가 대상이 되는 법관과 행정처 등 재판진행을 하지 않는 법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거나, 유효한 평가를 받은 법관이 전체 법관의 일부에 불과하여 평가를 받지 아니한 법관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 변호사는 “평가를 받지 않은 법관 내지 재판업무의 진행을 하지 않는 법관은 보통의 수준으로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설정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인사 평가의 기술적인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실무상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한 “법관평가의 주된 목표는, 훌륭한 법관에게는 이익을 주고, 법관으로서 자격이 미달하는 법관에 대해서는 평정권자에게 깊이 있는 평가자료를 제공하며, 대다수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보통의 법관에게는 훌륭한 재판을 하기 위해 노력할 유인을 제공하는데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비판적 입장은 또한 “재판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변호사가 주체가 되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로 보기 어렵고, (현행 변호사 평가는) 회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대표성이 낮다”는 인식도 보였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변호사는 이익실현만을 활동 목적으로 하는 영리추구자가 아니라, 법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고,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하며,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주장하면서 “변호사를 단순한 이해당사자 수준으로 격하하지 말고, 변호사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존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법관평가는 법관이라는 직군에 대한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아니라, 소송사건의 진행에서 보여준 법관의 태도와 직무능력에 관해 평가를 하고 그 평가를 통해 공정한 재판문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제도”라면서, “해당 법관의 직무수행상황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 해야 하는, 본질적으로 공공성이 인정되는 사법행정작용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나아가 “회원 참여율을 높이는 것은 운영상의 문제로, 선고 후 판결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법관에 대한 평가를 완료해야만 하도록 하는 식의 간단한 방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하며, “제도 운영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마치 학생들에 의한 교수평가(강의평가)처럼, 100%에 가까운 참여율을 만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그는 “변호사들의 평가 권한 오남용으로 인해 법관평가결과가 오염될 가능성이 두려워 인사에 반영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것과 같이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필요한 경우 평가자가 맡은 사건의 실제 승패 여부와 법관평가 간 상관관계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고, 유효평가수 조절이나 평가항목 및 절차의 세심한 설계 등을 통해 조율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 “반영 여부 평정권자 재량에 맡기는 형태로 시작...의무 반영 장기목표로 하는 게 바람직”
이민 변호사는 “미국 및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의 법관 등 인사 시스템이 더욱 폐쇄적인 걸 알 수 있다”고 말하며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주민의 선거를 통해 법관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법관의 임면 등에 대한 국민 참여 수준이 대단히 높다. 많은 주에 이미 변호사 등에 의한 법관평가제도가 확립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법관평가는 이러한 선거나 임명 등에서 판단의 자료 내지 근거를 제공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기능한다.
미국의 법관평가 방법을 유형별로 보면,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 등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①설문조사형, 조사위원들이 후보자를 비롯하여 후보자와 접점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변호사‧법관 등)을 인터뷰하는 ②패널인터뷰형, 변호사 및 국민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필요한 경우 공청회를 열어 증언하는 ③공청회형, 법관의 결격과 재임에 관한 위원회가 법관의 자기평가와, 변호사협회·동료 법관·법원 직원 등에게 의견을 조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④의견조회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주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은 설문조사형이다. 법관평가에 참여하는 평가자는 주로 변호사이나, 동료 판사, 법원직원, 통역사 등 재판관계자, 배심원을 포괄하는 형태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일본의 경우, 재판관 근무평정은 「재판관의 인사평가에 관한 규칙」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동 규칙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평가권자는 인사(경영)평가에 있어서, 법관의 독립을 배려하고, 다면적이면서도 다각적인 정보의 파악에 노력해야 한다. 이 경우 법원 외부에서의 정보에 관해서도 배려하도록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근거하여 일본은 매년 6월경 변호사가 그 관할법원의 재판관에 대해 법관평가지에 따라 평가를 하고, 그 평가지가 평가권자인 소속 재판소장에게 제출된다. 다만, 재판소장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러한 평가결과를 인사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제도 확립에 견인차 역할을 할 최기상 의원 대표발의 법률안 이외에도,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지난 6월 9일, “대한변협이 제시하는 평가제도, 평가기구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수렴한 후 변호사 평가를 법관 인사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며, “지금까지 상당히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온 법관 인사 제도의 개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평했다. 그는 “대한변협은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제안할 청사진과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여, 8월 중순경 계획안의 대강을 도출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검사평가에 대해서는, ①변호사에 의한 검사평가제도의 운영에 피평가자인 검찰의 의견이 일정 정도 반영될 필요성이 있는 점 ②검사평가제도의 구체적인 운영에 있어 일정한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은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해나가야 하는 점 ③검찰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사평가제도의 운영을 위해 일정한 단계를 거칠 필요성이 있는 점 ④그러면서도 예산, 인력 등의 관점에서 변호사에 의한 검사평가를 제도화하여 검찰청법에 명시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하여, “가령 검찰청법 제35조 제4항 제4호를 신설(기존 제4호는 제5호로 변경)하여 ‘제35조의2에 따른 검사의 근무성적 등의 평정 및 제39조에 따른 검사적격심사에 대한변호사협회 법관평가결과의 공정한 반영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검사인사위원회에 검사평가결과의 반영 의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제도 형성에 일정한 재량의 영역도 인정하는 절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처음부터 바로 법관평가 결과 또는 검사평가 결과를 인사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경우 예상치 못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평가절차와 평가항목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구체적으로 운영을 해나갈 때 실제 드러나게 될 제도의 단점을 충분히 개선할 과도기적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평정권자에게 평정대상이 되는 법관과 검사에 대한 평가자료를 제공해 재량으로 평정 반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권한을 부여하는 형태로 시작하고, 의무 반영은 장기적 목표로 설정하는 단계적 추진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 “변호사의 자의적 평가 막을 장치와 허위평가한 변호사 징계도 마련해야”
오현철 전북대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이민 변호사가 변호사의 직업적 사명을 거론하며 객관적인 평가자로서 변호사의 적합함을 호소한 데 대하여 “‘직업적 사명’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변호사가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변호사는 지금까지 전관예우의 당사자로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 관행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면서, “변호사의 평가 또한 비판하고 감시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변호사뿐 아니라 시민도 참여하여 판사들의 부당한 판결과 검사 등 법조인들의 부정의한 관행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에 참여할 사람들로는 재판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시민, 다양한 이유로 법정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는 시민,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 법원관련 시민단체 관계자, 법원 출입 기자 등을 들었다. 그는 “개정안에는 이러한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조항도 포함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박종흔 대한변협 수석부협회장은 “교수 평가도 처음에는 ‘제자가 어떻게 스승을 평가할 수 있느냐’며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교수 평가 제도가 잘 안착된 지금에는 교수 평가를 통해 교수로 적합하지 않은 자를 교수직에서 퇴출할 수 있게 되었고, 교수들이 더 잘 가르치도록 노력하는 하나의 유인이 되어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더 좋은 강의를 누리게 되었다”면서 “검찰과 법원은 존재 자체만으로 목적이 될 수 없고, 공평한 수사와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국민을 섬기기 위해 판검사가 존재하는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궁극적으로 국민이 좋은 재판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변호사 평가를 인사에 반영하고 안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법원과 검찰 조직 내부의 근무평정만으로는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제3자의 지위에 있는 변호사들이 직접 겪은 재판경험을 바탕으로 평가한 자료가 더해지면 평정권자는 더욱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외부평가를 통해 법원과 검찰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수석부협회장은 변호사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참여율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 “전자적 방식의 평가를 전국적으로 도입하거나,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에게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배석준 기자는 “최근 법원의 사건처리가 적절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정치적 사건에서는 판사들이 사건을 담당하기 원치 않거나 판단을 미루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고법 부장판사 승진은 없어지면서 판사들이 신속하고 좋은 판결을 할 유인이 사라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법서비스 향상과 국민에 대한 사법부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외부 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배 기자는 특히 “SNS에 판사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거나 특정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빈번히 나오는데, 국민 입장에서는 이런 판사로부터 받는 재판을 불공정한 재판 또는 결론이 정해진 재판으로 여기게 된다”며, “영국 등 법의 지배가 정착된 국가와 같이 이러한 판결을 무효화 하는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는, 외부평가를 통해 불공정한 판사들을 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 기자는 “다만 평가 기준은 재판 진행, 법관의 공정성 등 절차적 정의에 집중하여 만들어서 이를 일반에 공개해야 하며, 이렇게 해야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고 하는 한편 “특정한 정치 이념에 기반하는 등 변호사의 자의적 평가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고민해야 하고, 판사에 대한 허위 평가를 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도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평가 역시 법관평가와 마찬가지로 보직과 검사장 승진 등에 변호사단체의 평가가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