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마5520 파산선고 (가) 재항고기각- 파산신청의 적법 여부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이 8월 26일,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파산을 신청하여 파산이 선고되었는데 채권자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파산신청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파산신청을 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소규모 주식회사이므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파산을 신청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아 재항고를 기각했다.
채무자는 철물공사업 등을 하는 주식회사로, 대표이사인 소외 1은 채무자를 대표하여 파산신청을 했다. 파산신청 당시 채무자의 자본금 총액은 7억 2,000만 원이고, 이사는 소외 1과 소외 2, 2명이다. 제1심 법원은 지급불능과 채무초과의 파산원인 사실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채무자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채권자들은 제1심 결정에 대해 항고하면서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하고 채무자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파산신청을 했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심법원은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 이사회의 역할, 파산이 주식회사에 미치는 영향, 회생절차 개시신청과의 균형, 파산신청권자에 대한 규정의 문언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하여 파산신청을 할 경우 대표이사의 업무권한인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않는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하고, 이사에게 별도의 파산신청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으로 이사가 1명 또는 2명인 소규모 주식회사에서는 대표이사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회 결의를 거칠 필요 없이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소규모 주식회사는 각 이사(정관에 따라 대표이사를 정한 경우에는 그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하고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이사회의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상법 제383조 제6항, 제1항 단서)”이라는 설명이다.
■ 2021도6416 명예훼손 (차) 파기환송-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안내문을 회사 게시판에 게시한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동원)이 8월 26일, 업무 담당자가 피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안내문을 근무현장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의 각 게시판에 게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회사 징계절차가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도 징계절차에 회부되었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①징계에 회부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공적인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며, 공적 관심의 대상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징계 회부 절차를 담당한 직원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인 점 ②명예훼손의 측면에서 볼 때 이와 같은 절차에 관한 사항은 그 절차의 사유가 되는 특정인의 구체적인 행위에 관한 사실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한 법익 침해의 정도 역시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피고인이 이 사건 문서를 개별통지가 아닌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한 것에 특별한 근거가 없고 절차상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징계절차 회부 사실의 공적인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명예훼손죄에서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여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되어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점 ▲이 사건 회사의 운영매뉴얼에는 징계회부의 경우 징계혐의자에게만 공문을 보내도록 되어 있고, 수신자를 피징계자로 한정시켰으며, 수신자에게만 위 문서를 발송한 것도 징계회부 사실 자체는 공지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문서에는 피해자가 징계절차에 회부된 사실뿐만 아니라 징계사유로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고,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하였으며, 상급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복했고, 상급자의 업무와 관련된 훈계에 대해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는 등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언급했다.
나아가 “▲이 사건 문서는 피해자에게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통지하기 위해 내용증명 형태의 등기우편으로 근무현장에 발송됐는데, 피고인은 위 발송 후 곧바로 근무현장의 관리소장으로 하여금 피해자 앞으로 발송된 이 사건 문서를 피해자 대신 수령하여 개봉한 후 그 문서를 게시판에 게시하도록 한 점 ▲피해자 본인이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통지받기 전에 근무현장의 게시판에 그 사실을 공지할 만한 긴급한 필요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 대신 이 사건 문서를 수령한 근무현장의 관리소장이 피해자에게 이를 전달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개봉하여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은 그 과정에 있어서도 중대한 흠이 있는 점 ▲피해자에 대한 징계 의결이 있기 전에 단지 징계절차에 회부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해자에게 일응 징계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그와 같은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은 점 ▲이 사건 문서가 게시된 근무현장 방재실, 기계실, 관리사무실의 각 게시판은 이 사건 회사의 구성원 외에 협력업체의 직원들을 비롯한 외부인들의 왕래가 빈번하게 있는 장소로서, ‘이 사건 회사 내부’의 공익을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그 공개방식이나 게시 장소가 적절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원심의 잘못을 지적한 검사의 상고이유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 2021도2205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바) 파기환송- 마약 사범에 대한 영장에 의한 모발, 소변의 압수의 적법 여부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민유숙)이 8월 26일, 마약 사범에 대한 영장에 의해 압수한 모발, 소변의 적법 여부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건에서 “각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위 각 압수‧수색영장 발부 이후의 범행이라는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객관적 관련성을 부정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파기환송했다.
사안에서 경찰은 “피고인이 2019. 4. 초순경 메트암페타민(속칭 필로폰, 이하 ‘필로폰’)을 투약했다”라는 제보를 받고, 이를 혐의사실로 하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나 피고인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하여 유효기간 내에 영장을 집행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반환하고, 2019. 10. 16. 다시 압수‧수색영장(이하 ‘제1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제1 압수‧수색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으로 ’피고인의 소변 30㏄, 모발 약 80수, 피고인이 소지 또는 은닉하고 있는 마약류, 마약류 불법사용에 대한 도구 등‘이 기재되어 있으며, 유효기간은 2019. 12. 8.까지이다. 경찰은 제1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 내인 2019. 11. 18.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여 긴급체포하면서 위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피고인으로부터 소변 30㏄, 모발 약 80수, 일회용 주사기 등을 함께 압수했다.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소변 및 모발 등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고,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2019. 11. 12. 및 2019. 11. 16. 각 필로폰을 투약했다”라고 자백했다.
또한 경찰은 “피고인이 2019. 6. 26. 필로폰을 투약하고, 소지했다”라는 제보를 받고, 이를 혐의사실로 하여 2019. 12. 10. 압수‧수색영장(이하 ‘제2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제2 압수‧수색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으로 ‘피고인의 소변 50㏄ 및 모발 60수, 필로폰 및 필로폰을 투약할 때 사용되는 기구, 기타 마약류’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유효기간은 2020. 2. 29.까지이다. 경찰은 제2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 내인 2020. 1. 16. 피고인을 긴급체포하면서 위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피고인으로부터 소변 50㏄ 및 모발 60수를 함께 압수했다.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소변 및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고,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2020. 1. 14. 필로폰을 투약했다”라고 자백했다.
검사는 2020. 4. 21. 이 사건 각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 등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점과 피고인의 수사단계에서의 자백을 근거로 “피고인이 2019. 11. 12. 및 2019. 11. 16. 각 필로폰을 투약했다”라는 ‘제1 공소사실’과 “피고인이 2020. 1. 14. 필로폰을 투약했다”라는 ‘제2 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제1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제1 공소사실, 제2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 중 필로폰 투약 부분과 제2 공소사실은 그 범행일시, 장소, 투약방법, 투약량이 모두 다르고, 제2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 중 필로폰 소지 부분에 관하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으므로, 단지 동종 범죄라는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는 한편 “수사기관은 제1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의 범죄일시로부터 7개월이 지난 시점에 영장을 집행하여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점과 제2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의 범죄일시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영장을 집행하여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점을 근거로 이 사건 각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 대신 이 사건 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 사건 각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범행으로 보이므로, 위 각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각 압수‧수색영장은 혐의사실의 직접증거뿐 아니라 그 증명에 도움이 되는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위 각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과 그에 대한 감정 결과 등은 혐의사실의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각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 등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이 이 사건 각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사이에 관련성이 없으므로 위 각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고,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들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압수‧수색에 있어서의 '관련성',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