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두45933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가) 상고기각- 업무상 재해인정시 업무와 재해 사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 여부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이 9월 9일, 2007년 신설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의해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 지급 요건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하는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이 사건 조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게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2007년 개정 이후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기존의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 전환 규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관 김재형, 박정화, 김선수, 이흥구의 반대의견이 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다.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이하 ‘망인’)은 2014. 2. 24. (소외 주식회사)에 입사한 후 협력업체에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휴대전화 내장용 안테나의 샘플을 채취하여 품질검사를 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망인은 2014. 4. 19. 출근 후 09:54경 동료 직원과 함께 약 10분 동안 약 5㎏의 박스 80개를 한 번에 2~3개씩 화물차에 싣는 일을 한 후 사무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Cardiac Tamponade, 이하 ‘이 사건 상병’)’로 사망했다.
원고는 2014. 7. 1. 피고 근로복지공단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2014. 9. 22. “망인의 사망원인인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망인의 사망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간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는데, 구 산재보험법이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제37조 제1항이 신설(이하 위 개정을 ‘2007년 개정’이라고 하고, 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위 법률조항을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된 이후에도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및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원심은 위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전제한 다음,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추단하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수의견 또한 기존 판례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원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 있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서도, 단순히 원고가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사실관계의 진위불명 상황에서 증명책임을 지는 쪽에 불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사망했다고 추단하기 어려워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와 같은 사실인정을 전제로 하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피고에게 있다고 보더라도 피고가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한 것이 되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 2020도6085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등 (바) 일부 파기환송- 처와 일시 별거 중인 남편이 그의 부모와 함께 주거지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공동주거침입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
대법원(주심 대법관 민유숙)이 9월 9일,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그의 공동주거 출입을 금지한 다른 공동거주자에 대항하여 물리력의 행사를 통해 공동주거에 출입한 사안에서,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도, 그것이 공동주거의 보편적인 이용형태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주거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러한 공동거주자의 행위에 외부인이 가담하여 함께 그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주거 이용행위이거나 이에 수반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그 외부인에 대해서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 대법관 조재연, 민유숙,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천대엽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피해자인 처와 가정불화로 일시 별거중이던 피고인은 그의 부모와 함께 피해자의 주거지인 이 사건 아파트에 찾아가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했으나 피해자의 동생이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걸고 “언니가 귀가하면 오라”며 문을 열어 주지 않자, 열린 틈 사이로 손을 넣어 위 체인형 걸쇠를 수차례 내려치고, 피고인의 부모는 문고리를 계속 흔드는 등, 피고인과 그 부모가 공동으로 위 출입문에 설치되어 있던 체인형 걸쇠가 출입문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여 손괴한 후 이 사건 아파트에 침입했다.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으나, 피고인의 부모에 대하여는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면서 “피고인의 부모가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피고인의 승낙을 받고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더라도, 다른 거주자인 그의 처로부터 주거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피해자 동생의 승낙을 받지 못하여 피해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대항하여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그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생활의 장소에 함께 들어간 외부인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전체적으로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외부인에 대하여도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고인 및 그의 부모 모두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