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도6634 명예훼손 등 (가) 파기환송-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선택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이 9월 30일, 노동조합의 상급단체 선택과 관련하여 일부 허위의 사실이 포함된 글을 작성하여 게시하게 한 피고인에 대하여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쟁점 표현 부분은 사실에 관한 것이지만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고, 내용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잘못된 사실이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된 것이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파기환송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인 피고인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소속원로부터 “부산공무원노동조합이 상급단체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을 선택하려고 하니, 전공노를 홍보할 수 있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한번 상급 단체 결정을 하면 다시 바꾸기 어렵습니다”라는 제목 하에 “대구시청에는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있습니다. 공노총 초대위원장이 대구시청 노동조합 ○○○ 위원장이었지만, 공노총 대구시청노동조합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 많은 조합원들은 지금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을 위한 사회 변혁과 조합원의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데, 권력에 아부하는 대구시청 노동조합의 모습이 부끄럽고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구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는 현 위원장이 출마해서 재선을 한 경우가 없습니다(쟁점 표현). 조합원을 위해 일하지 않는 공노총 소속 노동조합 지도부를 조합원들이 더 이상 지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산시청공무원 여러분. 한번 상급 단체 결정을 하게 되면 다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광역시지부는 부산시청 조합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는 글을 작성하여 게시하게 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고, 유포한 대상이 사실과 의견 가운데 어느 것에 속하는지 판단할 때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지,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 부분을 분리하여 별개로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기본적 사실이 거짓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비록 기본적 사실은 진실이더라도 이에 거짓이 덧붙여져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도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나아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2021두38635 국가유공자 자녀비해당 결정취소 (마) 파기환송-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된 원고가 국가유공자 자녀 비해당결정을 받은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조재연)이 2021년 9월 30일, “구 가사심판법에 따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된 경우 대세효 있는 기판력이 인정되므로, 국가유공자 자녀 비해당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의 수소법원도 심판 주문에서 이루어진 판단과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은 파기환송됐다.
소외 1과 소외 2는 1950. 6. 7. 혼인신고를 하고, 이틀 뒤 원고를 그들의 자녀로 출생신고했다. 소외 1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1951. 2. 13. 전사했고, 국가유공자(전몰군경)로 등록됐다. 1986. 6. 23. 서울가정법원은, 소외 1의 형제인 소외 3의 배우자 소외 4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 사건에서 “원고와 소외 1, 소외 2 사이에 각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한다”라는 심판을 선고했고(이하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 위 심판은 1986. 7. 16. 확정됐다. 이에 따라 피고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원고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2호의 적용을 받는 소외 1의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했다.
원심은 원고가 소외 1의 사실상의 자녀이고,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를 소외 1의 자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여,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 않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을 때에는 후소에서 전소 확정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 구 가사심판법에 따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되면 그 기판력은 구 인사소송법에 따라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어, 누구도 소송상으로나 소송 밖에서 그 심판 내용에 반하는 신분관계를 주장할 수 없다”며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 2020두48857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의 소 (마) 파기환송(일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제공행위 등 사건
대법원(주심 대법관 조재연)이 9월 30일, 원고인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 등을 한 가맹점사업자들의 매장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매장점검을 한 뒤 이를 통해 적발된 계약위반 사항을 이유로 일부 매장과의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한 사안에서 “원고가 가맹점들에 대해 매장점검을 하고 이를 통하여 발견한 가맹계약 위반 사유를 들어 계약종료에 나아간 행위는 전체적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이유로 하는 불이익제공행위로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매장점검행위는 가맹사업법 제14조의 제5항 전단의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나 계약갱신거절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위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 원심 판결은 일부 파기됐다.
원고는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자신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피자가맹점을 운영하도록 하고,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점운영권을 부여하는 사업자로, 가맹사업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가맹본부이다. 원고의 가맹점사업자 중 약 16명의 점주 등은 2015. 3. 5.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2015. 4. 29. 가맹점주협회(이하 ‘점주협회’)의 창립총회를 개최한 다음, 원고에게 그 설립 사실을 통보했다. 원고는 점주협회 설립 이전부터 그 진행 사항을 확인하여 ‘가맹점 협의회 일지’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했는데, 그 말미에는 “본사 입장에서는 점주협회와의 대화, 타협을 통한 개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점주협회를 해산한 후 본사가 독자적인 개선 및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점주협회의 자진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강압에 의해 해산시켜야 한다”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점주협회의 자진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면서 2015. 3. 20.경 점주협회에 가입한 16개 가맹점사업자들을 ‘집중관리 대상 매장’으로 분류하고, 정보를 모아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원고는 점주협회의 임원이 운영하는 매장들에 대하여 ‘폐점’이나 ‘양도양수’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것임을 사전에 내부적으로 정해 둔 뒤 이 사건 매장점검을 실시했다. 원고는 점주협회가 결성된 2015. 3. 5.경부터 약 2개월간 통상적인 점검과는 달리 주문량이 많은 시간대에 약 2~3시간 매장을 점검하면서 위반사항을 적발한 결과 여러 건의 가맹계약 위반사실을 확인했다.
원고는 A매장의 점주에게 ‘4차례 물류비 미납, 2015. 5. 7.자 및 2015. 5. 14.자 각 계약상 의무위반’을 이유로 가맹계약이 2015. 12. 15.자로 종료된다는 내용을 통보했고, 이에 따라 원고와 A매장의 가맹계약은 같은 날짜로 종료됐다. 또한 원고는 B매장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음을 이유로 가맹계약이 2016. 12. 1.자로 종료된다는 내용을 통보했고, 원고와 B매장의 가맹계약은 같은 날 종료됐다. 이에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의 이 사건 매장점검 및 계약종료(이하 ‘이 사건 불이익제공행위’)는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불이익제공행위 시정명령’과 ‘이 사건 통지명령’ 및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대법원은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에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가맹점사업자들로 하여금 가맹사업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하는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에 대응하여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거래조건에 관한 협상력을 보장하여 그 권익을 보호하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와 같은 관계 법령의 내용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가맹본부의 행위가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에 따른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먼저 해당 행위의 의도나 목적, 가맹점사업자가 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의 구체적인 내용, 불이익제공의 경위, 불이익의 내용 및 정도, 관련 업계의 일반적인 거래 관행, 가맹점사업자단체 가입 여부에 따른 취급의 차이, 가맹계약의 내용, 관계 법령의 규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불이익제공행위가 실질적으로 볼 때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주된 이유로 하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불이익을 주는 행위’의 내용이 가맹계약의 갱신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인 경우에는 가맹본부가 계약갱신의 거절 사유로 들고 있는 계약조건이나 영업방침 등의 위반 사실이 확인된 경위, 위반 행위의 내용, 횟수와 정도, 다른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계약갱신의 실태, 동종 또는 유사한 위반 행위에 대하여 종전에 또는 다른 가맹점사업자에게 한 조치 내용과의 비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그 갱신거절이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이 사건 매장점검은 점주협회의 활동을 주도한 가맹점사업자들의 계약 위반사항을 적발한 다음 이를 이유로 계약갱신 거절 등의 불이익제공행위를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 사건 계약종료를 위한 수단 내지 방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