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21년 10월 28일 재판관 5인의 각하의견으로, “헌재의 탄핵심판 중 이미 임기만료로 법관의 직에서 퇴직한 피청구인에 대해서는 본안판단에 나아가도 파면결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 더 이상 탄핵심판의 피청구인이 될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것이므로 탄핵심판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는 재판관 문형배의 심판절차종료의견,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가 피청구인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을 확인한다”는 재판관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의 인용의견, “피청구인의 행위로 인한 법치주의 훼손을 확인하면서 탄핵심판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 재판관 김기영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2021년 2월 1일, 161명의 국회의원은 “피청구인이 2014. 2. 13.경부터 2016. 2. 10.경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다른 법관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2021. 2. 4. 제384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300인 중 179인의 찬성으로 가결했고, 같은 날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에 따라 소추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함으로써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피청구인은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2021. 2. 28. 임기만료되어 2021. 3. 1. 퇴직했다.
■ 각하의견, “피청구인 임기만료 퇴직은 현행법상 심판요건 갖추지 못한 것”
4인(재판관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의 각하의견은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이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임을 명확히 하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을 할 권한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미리 정해진 그 요건과 절차를 벗어나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만약 파면을 할 수 없어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탄핵심판의 이익은 소멸하게 되는 것이고, 탄핵심판에서도 ‘심판의 이익’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탄핵심판의 본안심리를 할 수 없어 탄핵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두 번의 선례를 언급하며 “두 사건 모두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였다고 판단했으나, 그 판단에 대응한 ‘직무집행의 위헌·위법 확인’ 주문을 별도로 내지 않았고, 단지 ‘심판청구기각’ 또는 ‘파면’ 주문만을 선고하였을 뿐”이라면서 “형사소송에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는 경우 법령의 적용을 거쳐 형을 선고하는 등의 주문으로 판결할 뿐 ‘범죄사실의 위법확인’ 주문을 별도로 선고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탄핵심판의 대상과 결정 주문을 위와 같이 정하는 것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우선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도 부합한다”고 설시했다.
4인의 각하 의견은 “(피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으로 법관직을 상실함으로써 피청구인에게 부여되었던 민주적 정당성은 이미 상실되었으므로,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의 박탈’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관여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비상적인 수단인 ‘탄핵제도’가 더 이상 기능할 여지도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청구인이 “임기만료 퇴직의 경우에도 피청구인에게 5년간 공직 취임 제한의 효력을 미치기 위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하여는 “‘탄핵결정에 의한 파면’의 부수적 효력인 공직 취임 제한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되어 왔으며, 그 내용에도 몇 차례 변화가 있어 왔으므로, 이러한 부수적 효력은 헌법상 탄핵제도의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또한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해당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도 할 수 있도록 유추해석하거나,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서 정한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에 대한 공직 취임 제한’을 ‘임기만료로 퇴직한 사람에게 파면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도록 유추해석하는 것은, 그 문언해석의 한계를 넘어 공무담임권을 자의적으로 배제하거나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청구인은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한 경우에도 탄핵사유의 유무(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행위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4인의 각하의견은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재판의 전제성이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경우 또는 권한침해 상태가 종료된 이후에도 예외적으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에 나아가는데, 이것은 위 절차들의 일정한 결정에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의한 기속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반면, 탄핵심판절차는 헌법질서나 법질서의 객관적·합일적 확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청구인에 관한 국회의 파면 요구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로서 그 구속력을 확장할 것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고, 따라서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의 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는 차이점을 분명히 했다. 기속력과 심판의 이익의 관련성에서 볼 때, 파면결정을 통한 해당 공직 박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 심판이익을 인정하여 탄핵사유의 유무만을 확인하는 결정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아가 “만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에 대한 객관적 해명만을 목적으로 직무집행상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에 대한 위헌·위법 확인결정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그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된다”면서 “즉, 국회의 의결로써 피청구인의 권한 행사를 정지한 것이 적법하였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되어버려 권한쟁의심판과 같은 내용이 되는데, 이것은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을 달리 규정한 현행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체계상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재판관 이미선의 각하의견은 그 이유에 있어서 4인의 각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바 “우리 헌법이 탄핵심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의 공직 박탈 그 자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하여 행정부와 사법부가 법치주의원리하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공직자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음”이라고 봤다. 탄핵은 국회의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견제를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그 본질상 피청구인이 탄핵심판 중 계속해서 해당 공직을 보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재판관은 다만 “현행 헌법재판소법 아래에서는 탄핵심판 계속 중 피청구인의 임기가 만료하여 해당 공직에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입법적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가 임기만료 즈음에 행해지거나 탄핵심판 계속 중 임기가 만료되어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는 경우 또는 탄핵소추대상자 중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공소가 제기되어 탄핵심판 계속 중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당연퇴직되는 경우 등에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당해 탄핵심판절차를 종결할 수밖에 없어, 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인 탄핵심판이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탄핵의 소추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처럼 탄핵소추의 시효제도 등을 고려해 볼 것도 제안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심판절차종료의견을 냈다. “청구인이 임기만료로 퇴직하여 더 이상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면, 피청구인은 탄핵심판에서의 피청구인자격을 상실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재판관은 “이미 법관의 임기제와 연임제에 따라 피청구인에게 퇴직의 효력이 발생한 이상 그 효력을 부정하면서까지 탄핵심판절차가 계속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독립된 절차이므로, 탄핵소추 당시 피청구인이 공직에 있어 적법하게 소추되었더라도, 탄핵심판계속 중 그 직에서 퇴직하였다면 이는 심판절차의 계속을 저지하는 사유로서 심판절차를 종료하여야 할 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의 규명은 핵심적인 부분”
재판관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의 인용의견은 이 사건이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한 재판의 독립 침해 문제가 탄핵소추의결에까지 이른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임을 중요하게 언급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하여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인용의견은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강하게 가지고 있고, 고위공직자의 임기만료 근접 시기에 이루어진 위헌·위법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해 탄핵심판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면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관점에서 파면 여부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탄핵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3인의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사법행정업무를 수행하던 지위에서 중요사건 보고나 법원 홍보에 관해 공보관을 지휘하는 기회에, 탄핵소추사유에 기재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과 같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담당 재판장이나 주심판사에게 특정한 내용의 소송지휘,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고, 이미 선고된 판결의 판결서에 대한 이유 수정 등을 요구한 것은 모두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행위이므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한 행위”라고 판단하며 “이 사건 당시 피청구인은 형사부 소속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이나 평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무분담이나 법관 평정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는 업무를 하였으므로, 사실상 법관들의 사무분담이나 평정과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봤다.
나아가 “법관이 다른 법관의 재판과정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의심이 드는 외관을 현출했다면, 이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하게 된다”면서 “피청구인이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의 담당 재판장에게 이 사건 기사가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법정에서 밝히라고 요구하거나, 위 사건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분명히 하고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야 한다고 하거나, 담당 재판장이 보내 준 구술본 말미 파일의 내용을 다른 내용으로 수정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에 개입하고, 야구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사건의 주심판사에게 공판절차회부에 관하여 재고를 요청하여 결국 공판절차회부 대신 약식명령으로 종결하도록 하였으며, 민변 소속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의 재판장에게도 이미 선고하여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판결서의 주요 양형 이유를 수정하도록 요구하여 판결서 작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은, 모두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은 사법기능에 대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에는 중대한 법위반이 된다”면서 “피청구인의 재판개입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서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했다.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여 사법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것이므로, 그 위반이 중대하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