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와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회장 고연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지난 11월 5일, “형사재판에서의 증인신문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광주지방검찰청 이승주 검사가 “형사재판에서 증인사전면담의 허용 여부와 한계-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도15891 판결을 중심으로-”를 발제한바, 이 검사는 증인사전면담의 내용과 각국 법제 및 실무사례를 살펴보고,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증인사전면담의 한계 및 개선 의견을 냈다. 이 주제에 대한 지정토론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곽태현 판사도 여러 견해를 제시했다.
■ 대상판결, “향후 증인사전면담 실무관행에 큰 영향 줄 것”
이승주 검사는 “현재 우리 형사소송 실무에서 법정 증언이 가장 중요한 인적증거의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나, 개정 형사소송법(법률 제16924호) 제312조 제1항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우리 증거법 세계에서 사실상 피의자신문조서가 퇴출되면 법정증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법정증언을 취득하는 증거조사 절차인 증인신문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우리 실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증인사전면담’”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증인사전면담이란 당사자가 증인신문 전에 법정 밖에서 증인을 면담하고 증인신문을 준비하는 것으로, 예전부터 실무상으로는 검사 또는 변호인이 증인을 사전에 면담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명확한 판례나 법규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론적으로만 이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견해가 대립되어 왔다는 게 이 검사의 말이다.
전 법무부차관 뇌물수수 사건인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최초로 이 쟁점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검사가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 압박이 없었음을 입증하여야 증인신문을 통해 취득한 법정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검사는 “이 판결은 향후 증인사전면담 실무관행에 큰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증인신문의 방식이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검사가 증인을 사전면담하는 것은 ‘증인친화(witness familiarization)’와 ‘증인점검(witness proofing)’으로 나뉜다”면서 “증인친화의 경우 증인의 보호가 목적이므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증인점검의 허용 여부에 대하여는 각국의 실무례가 다르고, 외국에서도 허용론과 금지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된 것도 ‘증인점검’이다.
■ 해외 사례 어떤가...“ICC, 재판부마다 증인사전면담에 대한 견해 달라”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당사자주의적 소송구조 하에서 검사와 변호인 모두에게 증인사전면담이 광범위하게 허용된다”라는 게 이 검사의 말이다. 다만 미국에서도 증언에 부적절하게 영향을 미치는 증인코칭(witness coaching)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증인과 사전에 주신문 예행연습을 한 경우 △증인에게 강압적이지 않게 위증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사실대로 진술하도록 한 경우 △증인으로부터 사전에 진술을 청취하고 진술내용 중 불분명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부분을 지적한 경우 등에 대해 미국 법원은 “적법한 증인사전면담에 포함된다”고 봤다. 반면 ▲검사가 목격자인 증인들에게 검사의 동석 없이는 피고인을 포함하여 그 누구와도 만나고 대화하지 말라고 한 경우 ▲검사가 증인에게 피고인에게 유리할 수 있는 내용을 자발적으로 먼저 증언하지는 말라는 취지로 조언한 경우 등은 부적절한 증인코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영국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법정변호사(Barrister)가 증인을 사전에 면담하면서 증언내용을 지도하거나 예행연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검사는 “특이한 점은 변호인과 달리 검사의 경우 증인사전면담이 폭넓게 허용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면담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증인이 면담을 거부한 경우 그 사실 자체가 피고인 측에 공개되도록 정하고 있다.
일본은 형사소송규칙 제191조의3(증인신문준비)에서 “증인신문을 청구한 검사 또는 변호인은 증인 및 그 밖의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절한 신문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검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57년 영미법의 교호신문제도를 도입하면서 영미법 체계에서는 검사와 변호인이 자기 측 증인을 사전에 면접하는 것이 당연하게 인정되고 있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형사소송규칙에 검사와 변호인이 증인을 사전면담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검사는 “현재 일본에서는 증인사전면담이 확고한 실무로 자리잡았는데, 일본에서도 ‘사실상 검사가 증인을 사전에 면담하여 증인이 기존에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내용을 반복하여 증언하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현저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전하는 한편 “이에 대해 일본 법무부는 공개된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의 경위,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적절성은 반대신문을 통해 충분히 검증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라고 소개했다.
한편 그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검사나 변호인이 증인을 사전에 면담하는 것은 증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윤리적인 것으로, 따라서 독일에서는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검사는 “독일의 형사소송절차는 철저한 직권주의를 채택하여 법관이 형사재판을 주도하고 법관이 직접 증인을 신문하여 실체진실을 발견하기 때문에, 검사나 변호인이 증인을 사전에 면담하는 것은 직권주의적인 독일의 형사소송 절차와 맞지 않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 사례를 살펴보면, 이 검사는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는 줄곧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을 허용해 왔다”고 전했다.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Rwanda) 역시 증언의 조작에 이르지 않는 한 검사가 증인을 사전면담하여 증인의 종전 진술, 기억과의 차이점을 대조하고, 증인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유죄 또는 무죄의 증거를 제시하거나 그 내용에 대하여 물어보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단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다만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판례는 일관되지 않는데, 이 문제에 대한 ICC의 최초 판례인 Lubanga Dyilo 사건의 전심재판부와 본안재판부는 모두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 Kenyatta 사건에서는 종전과 달리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이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ICC는 이후 Ntaganda 사건, Al Hassan 사건에서도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이 허용된다고 판단했으나, 다시 Gbagbo 사건에서는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검사는 “재판부마다 검사의 증인사전면담 허용여부에 대한 입장이 통일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증인사전면담 기본적으로 허용하되 폐해와 부작용 예방해야”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증인사전면담 사실 자체로 그 후 이루어진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하는데 신중하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되어야 증인의 법정진술을 신빙할 수 있고,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검사는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 판례는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에 기본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이는데, 근저에는 검사 내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현재 우리 형사소송의 구조, 증인사전면담의 여러 장점과 효율성, 필요성, 실무적인 관행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그 폐해나 부작용을 예방하는 방안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서 든 첫번째는 형사소송의 당사자주의적 구조다. 그는 “우리나라의 현행 형사소송법은 확연히 미국식 당사자주의에 가까운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면서 “당사자주의에서는 증인신문의 방식이나 절차에 대한 주도권이 당사자에게 주어지고, 당사자인 검사와 변호인이 증인신문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준비의 일환으로 증인사전면담이 허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주의적인 우리 형사소송의 구조상 증인사전면담 여부가 공개되고, 그에 대한 반대신문권이 철저히 보장되는 한 면담을 금지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공판중심주의도 이 검사가 든 근거다. 그는 “공판중심주의 하에서 법관 또는 배심원(국민참여재판의 경우)은 공판정에서 이루어진 증인신문을 바탕으로 실체진실을 파악하게 되는데, 증인신문만으로 실체진실을 파악하려면 신문이 원활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 증인신문의 준비를 위한 사전면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한 “변호인의 증인사전면담이 별다른 제약없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검사의 증인사전면담만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피고인이 대형로펌을 비롯하여 다수의 변호인단을 거느리고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는 경우, 피고인 측 증인은 물론 검찰 측 증인에 대하여도 사전에 면담을 시행하고, 증인신문사항이나 증거를 미리 제시하거나 예행연습을 실시하며, 답변 내용을 코치해주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증인이 법정 밖에서 피고인과 변호인,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증인이나 제3의 언론인 등과 접촉하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도 증언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검사만이 증언에 영향을 주고 증언을 왜곡한다는 인식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사례에서 증인사전면담이 어느 범위까지 적합할 지와 관련하여, 이 검사는 △증인신문절차와 관련 법규정에 대한 안내 △면담시점에서의 증인의 기억상태에 대한 확인 및 진술청취 △기존에 작성된 조서와 진술내용의 확인 △주신문 내지 반대신문 내용의 제시 등은 당연히 허용된다고 했다. △검사가 사전면담을 통해 미리 증인신문과정에서 제시할 예정인 증거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진술내용을 청취하는 것도 이 검사는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검사가 증인의 답변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증언내용을 유도하거나 지시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으며, 나아가 “검사가 증인을 면담하면서 증인의 답변내용에 대하여 검사가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거나, 증인이 틀렸다는 등의 견해를 표명하거나, 증인에게 적절한 답변방향을 유도하는 것은 증언내용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는 증인코칭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이 검사는 ‘검사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증인사전면담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하여 “당사자주의적인 현행법 구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증인사전면담의 오남용 제한을 위한 방안에 대하여는 “증인사전면담의 내용이나 방식, 적법성 입증방식에 대하여 유관기관, 학계의 논의를 통해 분쟁의 소지가 없도록 공통된 지침을 제정하거나, 형사소송규칙 등 법령에 명확한 기준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실무상 논란이 된 대부분의 사례는 검사가 재소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증인신문 전에 그 재소자를 면담한 경우”라며 “검사는 재소자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소자가 증인인 경우 검사가 사전면담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나아가 “검찰 내부의 규율을 강화하여 부적절한 증인코칭에 대한 사전교육, 사후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검찰은 각급 청에 독립된 인권보호관을 두고 있고, 감찰부서의 독립성도 강화하고 있으니 여기서 증인사전면담의 위험성에 대한 사전교육, 사후관리감독을 담당하고, 부적절한 증인코칭이 확인된 경우 제재를 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 “증인사전면담이 제도화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는 방식이 바람직”
곽태현 판사는 토론을 통해 “형사단독 재판장으로서 공판을 진행하면서 막연히 증인신문에 앞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나 검사가 증인과 면담하는 것은 증언의 신빙성을 낮추는 것이므로 금지되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사전면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하는 한편 “검사가 법원이나 피고인의 관여 없이 일방적으로 증인신문 전 면담을 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증인이 훈련되거나 유도되어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사정을 검사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주요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곽 판사는 “대상판결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하였다”는 발표자의 견해에 반박하면서, “대상판결을 사전면담이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검사에 의해 증인사전면담이 이루어진 경우 뿐만 아니라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 의해 증인사전면담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동일한 논리로 변호인에게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사정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현행 형사소송법의 당사자주의 구조에 비추어 당사자에게 증인신문절차 주도권이 있으므로 증인신문의 준비방식 중 하나인 검사의 증인사전면담을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는 것은 현행법에 구조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자의 견해도 반박하면서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는 독일식 직권주의와 영·미식 당사자주의가 조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가 순수한 당사자주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에 따른 증인신문의 경우에도 재판장이 당사자들의 교호신문이 끝난 뒤에 또는 그 이전이라도 직접 신문을 할 수 있으므로 직권주의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며, “증인신문에 있어 당사자주의적 요소만을 근거로 증인사전면담에 대한 법원의 허가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증인사전면담이 법원의 통제 하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양 당사자가 사전면담의 실시 여부 및 일자를 명확히 알 수 없고, 상대방의 사전면담절차에 참여할 기회도 박탈당해 증언의 오염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증인사전면담이 제도화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 판사는 “증인의 유형에 따라 사전면담의 필요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사건의 특성상 증인에 대한 사전면담이 2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제도화할 때는 증인사전면담의 절차 및 내용에 대한 제한에 더하여, 증인사전면담 대상 증인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