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가 지난 11월 30일, “변호사 광고규정과 관련한 변호사법과 공정거래법 적용범위의 헌법적 고찰”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6월, 법률플랫폼 로톡이 대한변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함에 따라 관련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발제는 헌법재판소 연구관과 기획조정실장, 헌법재판연구원 연구교수부장 등을 역임한 배보윤 변호사가 맡았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헌법과 변호사법의 취지에 따라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변호사의 업무 행위를 규율하는 변호사법은, 공정거래법과 특별법 관계에 있다는 점을 헌법적으로 고찰할 것”이라면서 “변호사법에 따른 대한변협의 광고 규율 등 행위는 변호사의 징계・감독 권한 행사의 일환으로서, 헌법상 인권보장과 법치국가적 제도적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율에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심포지엄 개최 하루 전인 29일, 대한변협이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 플랫폼 가입을 막은 것은 위법하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대한변협에 발송했다.
■ “공정위, 시장 규율하는 잣대로 대한변협의 변호사 광고규율 문제 개입하는 건 위험”
배보윤 변호사는 “경제질서를 바로잡고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반 상품과 용역 사업의 사업자단체에 대한 규제와 같은 선상에서 대한변협의 변호사에 대한 규율을 규제해도 되는가는 법체계상 의문”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 전문영역이 다른 기관인 공정위가, 시장논리로 대한변협의 변호사 규율에 접근하여 재단하려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다.
배 변호사는 “변호사제도의 법치국가 실현의 제도적 보장, 변호사의 사명과 지위의 공공성에 비추어, 변호사의 광고가 변호사의 직무에 친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 변호사 광고는 전면 금지되었으나, 현재는 변호사법 제23조 제1항에서 변호사, 법무법인은 자기 또는 그 구성원의 학력, 경력, 주요 취급 업무, 업무 실적, 그 밖에 그 업무의 홍보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광고가 허용되고, 광고에 대한 광범위한 규율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변호사 광고가 일반 상거래 광고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변호사법 제39조가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 대한변호사협회 및 법무부장관의 감독을 받는다”라고 규정함을 지적하면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은 변호사법 제23조의 광고금지 규정과 같은 조 제2항 제7호에 따라 위임받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여 제정한 것이고, 변호사법에 의한 로톡에 대한 광고 규율은 특별법으로서 징계 감독권한 행사의 일환이므로 공정거래법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변호사 광고를 둘러싼 변호사에 대한 감독권에 관하여 대한변협, 공정위 및 법무부장관의 권한 분쟁이 있다면, 그 분쟁을 해결할 다른 법률에 근거한 수단을 찾아 볼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권한의 존부 및 확인을 구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대한변협이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국가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2009헌라6의 반대의견(3인)을 인용하며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라고 할지라도 그 권한 및 존립의 근거가 헌법에서 유래하여 헌법적 위상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독립적 국가기관으로서 달리 권한침해를 다툴 방법이 없는 경우 권한쟁의심판이 허용된다”는 의견을 냈다.
■ “대한변협 제한행위, 공정거래법 제58조 ‘다른 법률이나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
경북대 법전원 성중탁 교수는 “변호사협회 내부 광고 규정은 상위 변호사법이 대한변협으로 하여금 변호사 광고의 허용 및 불허, 위반시 제재 등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여 제정된 자치규정으로서, 그 성격이 내부 회원 상호간에 법규범으로 작용하는 정관에 해당한다”면서 “헌법재판소 선례(2000헌마122, 2005헌바31 등)가 설시한 바와 같이 법률이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공법적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의 정관에 특정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위임하는 경우에는 자치입법에 해당되는 영역으로 보아 자치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즉, 대한변협은 위 규정(정관)을 근거로 회원인 변호사 광고 활동을 충분히 제한할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대한변협의 일부 회원에 대한 광고 금지행위는 변호사법에 따라 소속 변호사들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변호사 광고 관련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절차 등은 탄력적으로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세부적・기술적 사항으로서, 입법자가 스스로 법령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본질적 사항이라기보다는 자치규정의 형식으로 규율할 사안이어서, 이번에 문제가 된 변호사법 제23조 및 변호사광고에 관한 규정 및 그에 근거한 대한변협의 제한행위는 공정거래법 제58조 등에 따른 ‘다른 법률이나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번 사안은 더욱 공정위가 관여해서는 곤란한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의 우지훈 변호사 또한 같은 취지에서 “대한변협의 광고규정은 과거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왔던 변호사의 광고를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허용하기 위한 법적 기준을 보충적 입법권자의 지위에서 제정하는 것이므로, 일종의 고권적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했다. “설령 변호사법을 보충하고 있는 광고규정의 위헌 또는 위법 여부가 문제된다 하더라도, 이는 일정한 경제주체의 타인과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는 공정위가 아니라, 헌재 또는 대법원에서 법률유보 원칙 위반의 관점에서 심사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대한변협은 헌법적 근거에서 국가의 사법업무를 담당하는 준사법기관”이라고 말한 1999년 당시 최연희 법안심사 제1소위원장의 말을 인용하며, “법원・검찰・변호사단체 3자의 견제・균형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변호사단체의 본질이 간과되어선 안된다”고도 주장했다.
■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공정위 처분은 대법원에서 전부 취소됐지만...
대한의사협회 의무법제국 법무팀의 황찬하 과장(변호사)은 “변호사제도 및 변호사단체의 특징, 나아가 변호사법의 규율 내용은 의사제도 및 의사단체의 특징, 의료법의 규율내용과 상당부분에 있어 대응되거나 유사하다”면서 “의료법에 근거한 의사단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을 다룬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6두36345 판결을 면밀히 검토하여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황 과장이 언급한 판결은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14년,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제에 반대하여 소속 회원인 의사들을 상대로 휴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휴업을 실시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은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16. 3. 17 선고 2014누58824 판결)은, 대한의사협회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및 제3호)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처분을 전부 취소했으며, 대법원 또한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공정위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 등을 형사 고발한 사건 또한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3.12. 선고 2014고단9920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며, 검찰의 항소에 따른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26. 선고 2020노900 판결)에서도 항소 기각 판결이 확정됐다.
황 과장은 다만 “의료법에 따른 의사제도의 취지 및 의사단체의 사명과 공공성, 역할과 지위, 기능 등에도 불구하고 대법원과 원심은 대한의사협회를 사업자단체로 보았다”고 하는 한편 “의료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공정위의 공정거래법에 따른 개입을 당연한 전제로 삼고 판단했다”며, 이 점에 대한 본질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 “공정위는 사업 활동을 방해했는지만 판단하는 것” vs. “공정위 개입은 월권”
14년간 공정위에서 근무한 법무법인(유) 지평의 이준길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홈페이지에서 사업자단체의 예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변호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등을 명시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비록 공익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하더라도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을 부인할 수 없다면, 공정위는 사업자단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공정위는 사업자단체로서 대한변협 등이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였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것이고, 변호사법에서 변호사 광고방법 등에 관한 제한을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협이 징계를 결정할 수 있는 등의 업무, 그리고 로톡이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라는 운영 방식으로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공정위가 판단할 권한과 근거는 없다고 보인다”며, 공정위의 판단 잣대가 대한변협의 관점과 차이가 있다는 점 및 공정위 개입의 한계선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대한변협의 규제가 공정거래법 제58조 ‘정당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소위 대법원의 ‘농협중앙회 사건’ 판결을 언급하면서, “정당한 행위라 함은 당해 사업의 특수성으로 경쟁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사업 또는 인가제 등에 의하여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반면 공공성의 관점에서 고도의 공적규제가 필요한 사업 등에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의 특수성에 비추어 공정위 개입은 월권”이라고 주장한 내일신문 안성열 기자(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영리 추구가 제일 목표인 사업자들의 시장거래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과 법치의 확립, 법치의 근간인 변호사제도의 공공성 및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변호사법은 그 규율목적부터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원의 판시들을 들어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에 따르면 대법원(2011마110)은 “변호사의 활동은...자유로운 광고・선전 활동을 통하여 인적・물적 영업기반을 자유로이 확충하여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대한의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03비단19)은 “상법에 대한 관계에서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행하며...변호사법은 더 나아가 변호사가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상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자가 변호사로서 등록하여 변호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그 직무 수행은 상행위가 아니며 변호사는 상인이 될 수 없다”고 설시했다는 게 안 기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