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축사를 전한 김미애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가 십수년간 개인들의 애정 문제로 치부하여 수많은 피해자를 방치한 스토킹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고 범죄”라며 “범죄 성격상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인데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점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을 요건으로 하는 점 등은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스토킹 처벌법, 보호법익과 부적절한 요건 개선해야”
김재련 변호사는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데에는 긍정적인 의미도 크다”라며 “△그동안 경범죄로 다뤄졌던 스토킹 범죄를 징역형 등으로 엄중처벌할 수 있게 됨 △스토킹 행위(자)들에 대해 사회일반적 경각심을 심어줌 △스토킹으로 인해 일상생활 전반을 위협당하는 피해자들에게 수사기관이 조기에 개입할 수 있게 됨”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보호법익의 보완, 실효적 제재조치 마련, 행위자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 강구, 가정폭력처벌법 적용, 간접강제금 부과 등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토킹 처벌법(이하 ‘법’)은 제1조(목적)에서 “피해자 보호 및 건강한 사회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목적 규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하며,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각 제1조(목적)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법의 목적에도 ‘행위자의 성행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을 통해 행위자의 위험성을 제거함’을 목적으로 추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법 제4조 긴급응급조치와 법 제8조 잠정조치 청구에서 그 요건으로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제4조)’ 또는 ‘재발될 우려(제8조)’를 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 자체가 반복성과 지속성을 요건으로 하는데 ‘재발 우려’를 또 그 요건으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며 “피해자 요청이 있는 경우 잠정조치는 원칙적으로 청구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위 각 조에서 행위자가 경고조치를 위반할 경우 실효적인 제재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 및 미청구에 대한 이의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법 제20조는 판사의 잠정조치를 불이행한 죄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잠정조치 명령 위반에 대해서는 관용 없는 징역형 규정이 필요하다”라고도 강조했다.
■ “스토킹 가해자의 위험성 낮출 실효적 대책 마련해야”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행위자가 처벌을 받으면 나와서 다시 보복할 것을 두려워하며 고소를 취소하려는 경향들이 있다”라고 전하며 “피해자 처벌불원의사의 자발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고, 행위자의 위험성을 낮추는 게 피해자 보호의 시작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또한 “행위자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실효적 대책은 전문가의 조기개입 가능성이 확보되는 데서 찾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소년법상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나 마약류 사범에 대한 조건부 기소유예와 같이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서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하자”는 의견을 내는 한편 “가정폭력처벌법상의 피해자 개념에 스토킹 피해자를 추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뉴욕주 가정폭력법(Family court act)은 연인지간(동거 여부 불문)에 발생한 폭력도 가정폭력법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 개념에 포함될 경우 그 실익은 ▲형사고소 없이 가정법원에 피해자 보호명령 신청 가능 ▲스토킹 행위자를 보호시설에 감호위탁, 의료기관에 치료위탁, 상담소 등에 상담위탁 등 가능 ▲스토킹 피해로 인해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 신체적 손해 등이 발생한 경우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가정법원으로부터 배상명령 가능 등이다.
한편 가정폭력처벌법 제38조는 쟁송기간을 명문화하여 ‘가정보호 사건은 다른 쟁송보다 우선하여 신속히 처리하며, 처분 결정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송치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이송받은 경우 이송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와 관련 “스토킹 범죄도 그 급박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여 쟁송기간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나아가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접근금지 명령 위반시 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행위자의 위험성 정도 등을 고려하여 위반 행위 1회당 일정금액을 배상하도록 간접강제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 성범죄 친고죄 폐지됐는데...“스토킹 범죄 반의사불벌죄로 한 것은 재검토되어야”
조희진 변호사는 스토킹 법안이 처음 국회에 발의된 1999년과 2003년에 법무부 검사로서 법안을 검토한 경험을 회고하며 “당시에는 스토킹 범죄가 경미한 범죄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여 법안이 회기 종료로 불발되었다”면서 “스토킹이라는 개념을 우리말로 표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어서 그 행위태양을 열거하거나 정립하는데 애로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인식이 변화를 겪게 된 것은 비틀즈 멤버였던 존 레논이 스토커에 의하여 살해되고,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의 극성팬이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저격하는 등 화제가 된 몇몇의 굵직한 사건을 통해서다. 조 변호사는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초기에 저지하지 않으면 스토킹 행위는 폭행, 납치, 살인 등 중범죄로 발전한다는 인식 변화를 초래했고, 차츰 유명인뿐 아니라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스토킹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혔다”라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의 발표에 대하여는 “행위자의 위험성 제거라는 형사정책적 고려를 법의 목적에 포함하자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라는 의견을 밝히며 “스토킹 행위를 하는 스토커는 대부분 인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방적인 환상에 빠져 피해자에게 계속 접근하여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위험한)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잠정조치 청구에 ‘재발우려’를 조건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는 김 변호사와 달리 근거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잠정조치 중 특히 유치조치를 당한 행위자의 경우 인권침해 문제나 형사보상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어 사후에 잠정조치에 관한 경찰과 검찰,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점검해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재발우려’가 된다”는 설명이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명문화’ 주장에 대하여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실무상 명문규정 없이 제도 취지에 비추어 활용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명문 규정의 실익이 무엇인지 검토되어야 하며, 명문화 하더라도 ‘상담 조건부’로 한정하기보다 ‘보호관찰처분 기소유예’로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 개념에 ‘연인관계(동거불문)’를 포함하자는 주장에 대하여는 “스토킹 행위자의 경우 일방적으로 피해자와 연인관계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고, 연인관계와는 무관한 스토킹 범죄도 많으므로, ‘연인관계’를 추가하는 방안보다 스토킹 처벌법에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등에 준하는 규정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 변호사는 “형법상 강간 등 성범죄의 경우 2012년에 친고죄가 폐지되었고 성폭력특별법상 일부 인정되던 친고죄도 폐지되었는데,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공소제기 조건으로 정한 점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며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