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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처분이 위법함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사건 (2021모1586)- 파기환송




대법원(주심 대법관 민유숙)114,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한 경우 그러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적법하지 않고,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 정보의 파일 명세는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때 지체 없이 영장 기재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전자정보에 대해 삭제폐기 또는 피압수자 등에게 반환할 것을 정하였음에도 수사기관이 이에 따르지 아니한 채 나머지 전자정보를 보유한 경우와,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전체의 전자정보를 복제출력하여 이를 하나의 압축파일로 보관하여 두고, 그와 같이 선별되지 않은 전자정보에 대해 구체적인 개별 파일 명세를 특정하여 상세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그 압축파일 이름만을 기재하여 이를 상세목록이라고 하면서 피압수자에게 교부한 경우 그 압축파일 전체에 대한 압수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수사기관은 ‘A가 의뢰인으로부터 사건무마를 위해 경찰에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2018. 11.경부터 2019. 3. 하순경까지 3회에 걸쳐 합계 5,500만 원을 교부받고 1억 원을 약속받은 후, 이를 B에게 전달하여 뇌물공여를 하였다는 내용의 변호사법 위반, 뇌물공여의 범죄 혐의사실에 대해 수사하면서, 2019. 5. 17. 법원으로부터 B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하 1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1 압수수색영장은 휴대전화 등에 있는 전자정보의 압수대상 및 방법에 대해 저장매체 자체를 반출하거나 복제본으로 반출하는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출력 또는 복제하여야 하고, 완료된 후에는 지체 없이 피압수자 등에게 압수 대상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교부하여야 하고, 그 목록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고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제한했다.

 

B는 수사기관에 제1 압수수색영장에 따른 휴대전화기의 전자정보에 관한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대한 절차 참여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사기관은 제1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B가 소지하던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하여 경찰청 디지털포렌식계에 분석을 의뢰했는데, 담당분석관은 별도의 선별작업 없이 이 사건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일 대부분을 그대로 한 개의 파일(19-266TF1C 휴대폰.zip, 이하 이 사건 파일’)로 압축해 저장매체에 복제하여 담당경찰관에게 건네주었다. 한편 담당경찰관이 작성한 압수조서 및 담당경찰관이 작성하여 B에게 제시한 전자정보 상세목록에도 압수한 전자정보가 ‘(19-266TF1C 휴대폰.zip’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A는 앞서 본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청탁 명목으로 금원을 전달받았다는 내용의 변호사법위반죄로만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이 사건 파일은 경찰청 내의 이미징 자료 등을 보관하는 서버에 그대로 저장된 채로 삭제되지 않고 있었다.

 

한편, 수사기관은 ‘B2016. 12.경부터 2017. 5.경까지 D로부터 합계 5,000만 원을, 2018. 8.4,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범죄 혐의사실을 수사하면서, 위와 같이 제1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압수하여 취득한 이 사건 파일이 수사기관에 보관 중인 것을 확인한 후 이 사건 파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2020. 4. 16. 위 범죄 혐의사실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보관 중인 이 사건 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하 2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였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제2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B나 그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다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 2021. 4. 7. B에 대한 일부 범죄 혐의사실이 추가된 것 외에는 제2 압수수색영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이하 3 압수수색영장’) B와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여 이 사건 파일의 압수를 집행했다.

 

사안에 대하여 원심은, 수사기관이 제1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탐색선별하여 압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휴대전화의 경우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전자정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정 등을 들어 제1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제2 압수수색영장의 집행과정에 B나 변호인의 참여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2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결국 제1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다시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어 절차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제2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위와 같이 1 압수수색영장, 2 압수수색영장에 따른 압수가 모두 적법한 이상 제3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 역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압수의 목적물이 전자정보가 저장된 저장매체인 경우에는 압수수색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이를 제출받아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저장매체의 소재지에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물론 예외적으로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imaging) 등의 형태(이하 복제본’)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한 경우에도 반출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가 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압수물 목록은 피압수자 등이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므로, 수사기관은 이러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압수 직후 현장에서 압수물 목록을 바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이러한 압수물 목록 교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는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그와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전체의 전자정보를 복제출력하여 이를 보관하여 두고, 그와 같이 선별되지 않은 전자정보에 대해 구체적인 개별 파일 명세를 특정하여 상세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zip’과 같이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포괄적인 압축파일만을 기재한 후 이를 전자정보 상세목록이라고 하면서 피압수자 등에게 교부함으로써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성 없는 정보에 대한 삭제폐기반환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아니했다면, 이는 결국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된 정보 외에 범죄혐의 사실과 관련이 없어 압수의 대상이 아닌 정보까지 영장 없이 취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범죄혐의와 관련 있는 압수 정보에 대한 상세목록 작성교부 의무와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에 대한 삭제폐기반환 의무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어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이와 달리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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