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구호조치 등 부작위 위헌확인
□□호 사고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구호조치 사건
헌재 2024. 5. 30. 선고 2014헌마1189등
헌법재판소는 2024. 5. 30. 재판관 5 : 4의 의견으로, 2014. 4. 16. □□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에서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행한 구호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고 예외적인 심판청구이익도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각하]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는 예외적인 심판청구이익이 인정되며, 대한민국 정부의 위 구호조치는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하여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므로 유가족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 사건개요
○ 주식회사 ○○ 소유의 □□호는 2014. 4. 15. 21:00경 △△고등학교 학생 325명, 교사 14명, 일반인 104명, 선원 33명 등 총 476명의 인원과 짐을 실은 상태로 인천에서 제주도로 출항하였다. □□호는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에 이르러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선체가 급속히 기울면서 복원력을 상실하여 좌현으로 약 30도 전도되었으며, 결국 10:17경 108.1도까지 기운 후 10:31경 선수의 일부만 남기고 침몰하였다. 그 결과 탑승인원 476명 중 299명은 □□호에서 탈출하지 못하여 사망하고 5명은 실종되었다(이하 ‘□□호 사고’라 한다).
○ 청구인들 중 일부는 □□호 사고로 사망한 자이며(이하 ‘희생자인 청구인들’이라 한다), 나머지 청구인들은 위 사고로 사망한 자들의 유가족이다(이하 ‘유가족인 청구인들’이라 한다).
○ 청구인들은 □□호가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국민의 생명을 구호할 의무를 진 피청구인이 신속하고도 유효·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2014. 12. 31. 및 2015. 1.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2014. 4. 16. □□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에서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피청구인이 행한 구호조치(이하 ‘이 사건 구호조치’라 한다)가 국민에 대한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 결정주문
○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 법정의견 요지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형두, 재판관 정형식)
1. 권리보호이익 및 심판청구이익 인정 여부
○ □□호 사고는 2014. 4. 16. 발생하였고, □□호 사고에 관한 이 사건 구호조치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제기되기 전에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었던 경우에 해당된다.
○ 다만, 이 사건 심판청구에 있어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할 것인지 문제된다. 심판청구이익은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었더라도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공권력 행사에 대하여 위헌성이 아니라 단지 ‘위법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가사 유사한 침해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헌재 2016. 10. 27. 2014헌마626 참조).
○ □□호 사고의 경우, 피청구인의 구호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개별 기관 등이 해난사고와 관련된 법령이나 매뉴얼 등을 준수하였는지를 기초로 판단하게 된다. 즉, □□호 사고 당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수난구호법,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및 관련 매뉴얼이 시행되고 있었고, 개별 기관 등이 이러한 법령과 매뉴얼의 조치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 판단 문제라기 보다는 법령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것으로서, 위법성 문제로 귀결된다.
○ 그런데 법원은, 형사적으로 □□호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난구호법위반죄 등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고, 민사적으로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집행상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와 그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여, □□호 사고와 관련된 구호조치의 위법성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한편, □□호 사고 이후 입법자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하여 재난대응체계를 정비하고 신속한 긴급구조가 가능하도록 하여 재난 안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였다.
○ 과거 헌법재판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사건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의 내용에 대해 밝힌 바 있고(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등 참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호 참사로 인하여 곧바로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7. 3. 10. 2016헌나1 참조).
○ 결국 □□호 사고와 같은 대형 해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포괄적 의무가 있음은 종래 헌법재판소가 해명한 바 있고, 다만 구체적인 구호조치의 내용은 관련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문제로서 이미 법원을 통해 구체적인 위법성이 판단되어 그 민ㆍ형사적 책임이 인정되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이유로 예외적인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 반대의견 요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
1. 심판청구이익 인정 여부
○ 기본권 침해사유가 이미 종료되어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라도, 당해사건에 대한 본안판단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나, 그러한 침해사유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8. 5. 29. 2007헌마712 참조).
○ ㉠ □□호 사고와 같이 재해에 준하는 대형 해난사고로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이행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점, ㉡ 헌법 제10조 후문과 제34조 제6항이 재해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선언함에도 불구하고, 재해에 준하는 대형 해난사고에서 국가의 생명권 보호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결정은 없는 점, ㉢ □□호 사고에 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지만 이는 ‘관련자 개개인의 형사처벌 여부’와 ‘국가배상 인정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피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 심판청구와 서로 다른 헌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점, ㉣ 이 사건 심판청구는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지적받는 우리 사회의 해양 안전관리 실태와 구체적인 위기상황에 대응할 피청구인의 책임을 헌법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점을 고려할 때,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2.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 여부
○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때에는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따라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호는 2014. 4. 16. 08:48경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선체가 급속히 기울면서 복원력을 상실하여 좌현으로 약 30도 전도되었고, 10:31경 침몰하였다. 그 결과 탑승자 중 299명은 침몰하는 □□호에서 탈출하지 못하여 사망하고 5명은 실종되었는바, 이러한 과정에서 이 사건 구호조치가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 하지 않은 것으로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문제된다.
○ 첫째, □□호 사고 발생 후 초기상황에 대한 정보파악과 취득에 관한 문제이다. □□호 사고가 발생한 후 초기 상황에서 각급 구조본부가 효율적인 교신체계를 확립하여 승객ㆍ승무원의 신고 등을 통하여 취득한 □□호 사고와 승객들의 대기상황 정보를 상세히 확인하고 이를 각 구조본부와 현장구조세력과 공유하였다면, 함정과 항공기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미리 인지하여 보다 적극적인 승객 구조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목포해양경찰서ㆍ서해지방해양경찰청ㆍ해양경찰청은 신고전화와 교신을 통해 □□호의 기울기와 승객 대부분이 선내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어느 한 기관도 통합적으로 정보를 관리하지 못했고, 주도적ㆍ적극적으로 다른 구조본부나 현장구조세력에 전파하지 아니하였다.
○ 둘째, 현장구조세력의 구조방식에 관한 문제이다. 신고를 받고 123정, 헬기 3대, 초계기 1대가 사고 해역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123정장은 승조원들로 하여금 □□호 선체 밖으로 빠져나오는 일부 승객들을 123정에 태우는 방식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하지만, 승객 대부분이 선내에 머물고 있다는 사정을 알았음에도 123정의 방송장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헬기와 초계기 역시 □□호 선체 밖에 나와 있던 승객만 구조하는 데 그쳤고, 항공구조사들이 □□호 선내에 진입하여 통로를 개방하거나 승객들을 선체 밖으로 유도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 셋째, 해양경찰 지휘부의 판단과 지휘에 관한 문제이다. 승조원 구조 경험이 풍부하였던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지역구조본부의 장으로서 사고현장으로 이동하여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었지만, 사고현장으로 출동하는 512호 헬기에 탑승하지 않고 3009함에 머물렀다. 또한 □□호는 6,647톤 규모의 대형 여객선이었음에 반하여 123정은 100톤 규모의 소형 경비정이었으므로, 사고규모에 비해 구조역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해양경찰 지휘부가 사고현장에 가까이 위치한 123정장을 현장지휘관으로 지정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사고 규모에 맞는 후속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못했다. 특히 목포해양경찰서ㆍ서해지방해양경찰청ㆍ해양경찰청 등 어느 지휘부도 123정장과 승조원들로 하여금 □□호 승객들에 대해 퇴선조치를 할 것을 적시에 정확하게 지시하지 않았다.
○ 넷째,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에 관한 문제이다. 대통령은 헌법상 행정부의 수반이자 최종결정권자로서 집행에 대한 최고의 지휘ㆍ감독권을 부여받는다. 대통령이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였다면 청와대 상황실로 이동하여 실시간으로 현황을 보고받고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에 맞게 국가적 역량을 동원함으로써 재난대응을 총괄ㆍ지휘ㆍ감독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호 사고 발생시부터 침몰시까지는 물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관저에 머물며 서면과 전화보고만 받았고, 17:15경 중대본을 방문하기까지 구체적인 지휘를 하지 않았다. 한편 청와대는 09:19경 □□호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해양경찰 지휘부와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통령에게 상황을 정확히 보고하여 대통령으로 하여금 사고에 대하여 총괄ㆍ지휘하도록 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비서실은 관저에 머물던 대통령에게 서면과 전화로만 보고하였고, 현장에서 구조활동 진행 중인 해양경찰이나 구조업무를 지원하는 다른 국가기관의 가용자산들을 통합적으로 조정ㆍ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 □□호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호를 불법개조하여 복원성을 약화시켰음에도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출항시킨 ‘주식회사 ○○’, 그리고 □□호 급변침으로 상황을 악화시켰음에도 승객 대피에 관한 기본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자신들만 먼저 탈출한 ‘□□호 선장 및 선원’에게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사고 당시의 맑은 날씨, 조류의 흐름과 수온,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인 선박, 바다에 뛰어든 승객 대부분이 구조된 점을 고려하면, 구조작업이 적절한 방법에 따라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인명피해를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 □□호 초기상황에 대한 정보파악과 취득에 관한 문제, ⓑ 현장구조세력의 구조방식에 관한 문제, ⓒ 해양경찰 지휘부의 판단 및 지휘에 관한 문제, ⓓ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에 관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구호조치는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하여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므로, 결국 유가족인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