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학원 학술연구부는 민상사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6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 9월부터 매월 각 보고서의 요지 소개를 이어서 하고 있다.
민사 연구보고서 「사정변경의 법리에 대한 연구」는 학술연구부 민사팀 김나래 연구위원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정변경의 원칙은 민법 제2조상의 신의성실원칙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일반조항은 존재하지 않고, 개별적인 조항에서 이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학설과 판례는 오래전부터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사정변경의 원칙에 대하여 부정하는 견해가 존재하지만, 다수설에 따르면, 이 원칙은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원칙의 파생원칙으로 인정함으로써 일정한 조건이 충족된 경우에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해제 내지 해지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판례는 사정변경의 원칙의 적용 요건을 엄격히 함으로써 그 적용에 있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러한 종래의 학설 및 판례의 태도를 반영하여 일정한 요건에 따라 사정변경의 원칙을 민법에 명문화하기 위한 시도가 두 차례 있었다. 2004년 민법개정안 제544조의4(사정변경과 해제·해지), 2012년 민법개정시안 제538조의2(사정변경)의 신설이었다. 이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써, 비록 최종적으로 개정되지는 못하였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사정변경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경우, 어떠한 요건으로 구성하여야 하는지, 어떠한 법률효과를 발생시켜야 하는지, 즉 계약이 변경된 사정에 따라 수정되어야 하는지 또는 해소되어야 하는지, 법률효과는 당사자의 의사표시 또는 법원에 의할 것인지 등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입법론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사정변경의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어떤 내용과 방법을 따르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하여 검토함으로써 차후에 우리 민법의 개정 과정에 있어서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보고서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일반 원칙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실제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요건과 효과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첫째, 계약 성립 당시 기초가 되었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되었을 것, 둘째, 사정의 변경을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하였고 예상할 수 없었을 것, 셋째, 사정의 변경이 당사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 아닐 것, 넷째, 계약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할 경우,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야 한다.
계약준수의 원칙은 최초의 계약의 내용대로 반드시 계약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사정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일방 당사자에게 부담을 주면서 계약의 내용에 따르게 하는 것이 계약준수의 원칙의 기본적인 취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변경된 사정에 맞게 계약의 내용을 수정하여 급부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그러한 것이 계약준수의 원칙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사정변경의 원칙의 효과로서 계약수정권과 계약해제·해지권 모두 인정해야 하며,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서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수정 청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원이 개입하여 한 번 더 계약의 내용에 대해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법원을 통하여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 내용의 불합리한 점을 수정함으로써 계약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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