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원장은 2023년에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에서 발간한 “한미동맹에 대한 70인의 생각(ROK-U.S. Alliance 70 for 70)” 책자와, 고대언론인교우회에서 발간한 “고대언론인교우회보” 제11호(2023년 12월)에 각각 원고를 기고하였다. 이기수 원장의 기고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다음은 “한미동맹에 대한 70인의 생각(ROK-U.S. Alliance 70 for 70)”에 실린 원고이다.
두 세대를 지나 두 세기를 이어나갈 동맹
이 기 수(한국법학원 원장)
2023년은 한미동맹이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미동맹 70년의 깊은 역사를 헤아려보는 10월 마지막 밤, 며칠 전에 헬로윈을 즐기던 서울 이태원 지역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정보통신의 선진국인 대한민국답게 현장을 전하는 많은 사진과 영상이 SNS와 인터넷으로 급속히 전파되었고, 그 가운데서 제 눈을 사로잡은 건 군복을 입은 주한미군 헌병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지역을 순찰중이던 미군헌병들은 부상자들에게 CPR을 실시하고,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의 아래에는 많은 한국 네티즌들이 영원한 동맹인 미국에게 찬사와 감사를 댓글로 적고 있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70년전으로 되돌아간다면 한반도는 전쟁의 포연과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폐허의 황무지에서 근대화를 일구고 산업화를 성공시키고, 민주화에 도달하여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했습니다. 21세기 세계사에서 유일무이한 성공을 거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바로 그 성공의 기반에 한미동맹이 굳건히 자리합니다.
제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함의를 깊이 깨닫게 된 것은 10여년 전인 2011년부터 4년간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으면서였습니다. 물론 젊은 시절에 육군사관학교 교수부에서 법학과 전임강사로 근무하면서 군문에 가까이 한 적은 있지만, 평생을 강단과 연구실만 오갔기에 한미동맹이 한국 사회와 시대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인식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승만 기념사업회장을 맡으면서 이승만 대통령과 한미동맹의 탄생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1950년 공산주의 침략자들이 일요일 새벽에 남침을 시작하여 일순간에 무력으로 한반도를 대부분 장악하고, 한민족의 존재 자체가 말살될 지경이었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결의와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로 1953년 8월 8일에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을 체결시켰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애국심과 평화 의지를 아는 소수의 미국 인사들을 빼고는 미국 정계와 군부의 누구도 이 협정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가진 것도 지킬 것도 할 것도 없는 극동의 나라, 5년전 식민통치에서 벗어나고 2년전에 정부를 수립한 아시아의 소국에 미래가 있다고 누가 여기겠습니까?
그렇지만, 한미동맹은 70년전 체결 당시의 의심이 무색하게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방파제로서 동북아의 안정과 지구촌의 평화에 기여했습니다. 군사적 동맹에서 시작된 한미 협력관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부문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러한 덕분에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발전을 거듭하면서, 역동적인 선진국이자 매력 넘치는 대중문화의 원천으로 자리하였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시절도 이미 한 세대 전이 되었습니다. 전 지구촌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0위권에 드는 잘 사는 나라, 잘 노는 국민으로 여기는 시대입니다. 평생을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수로 지내왔고, 선배 세대로서 이 당연한 세상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헌신으로 이루어졌는지 자주 설명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젊은 후배 세대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70년 역사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20대일 때 70년 전이라면 봉건왕국인 조선시대가 끝나고, 대한제국이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을 시기였습니다. 제 연배의 미국 시민이 20대일 때 70년 전이라면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경제 번영을 누리던 호황기였습니다. 이만큼 젊은 세대에게 70년 전의 세상이라는 것은 너무나 멀리 상상너머에 있는 세계입니다. 그들이 70년 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도 그리 탓할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지속되는 중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러턴시 힐크레스트 공원에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가 2011년 11월에 세워졌습니다. 오각형 별모양의 기념비에는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 3만6,591명 전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미국 내 한인 동포들이 나서서 오랜 기간을 모금하였고, 한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기념비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이 기념비 앞에 서면 한국인도 미국인도 70여 년전의 전쟁을 기억하며, 그 포화속에서 사라져간 젊은 영혼을 위로할 것입니다.
한미동맹에는 두 세대의 역사와 기억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앞으로 두 세기는 더 이어갈 것입니다. 한미동맹의 우정은 굳건한 암석 위에도 새겨져야 하고, 고난의 현장에서 온정과 봉사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미동맹은 제도와 절차로서 남아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양국 국민의 마음에 따뜻하게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두 세대를 지나온 한미동맹이 두 세기를 이어갈 가장 든든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한국 미국, 미국 한국, 우리 모두 함께 갑시다.
2011년 2월에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제9대 회장에 취임한 이기수 원장과 제8대 회장인 강영훈 전 국무총리,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
이어서 “고대언론인교우회보” 제11호(2023년 12월) 커버스토리에 실린 원고이다.
커버스토리, '혼돈과 위기의 대한민국' 석학에 길을 묻다
발제 이재호 아주경제 논설고문
대한민국의 발전사는 경이의 연속이다. 전후(戰後), 신생 독립국이 한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그룹 A(아시아 아프리카)에서 B(선진국)로 변경했다. 한국이 선진국임을 공인한 것이다. 이런 격상은 UNCTAD 57년 역사에 처음이다. 요즘 한국은 K-컬처로 문화 선도국의 대열에 우뚝 섰을 뿐 아니라 초음속전투기를 수출하고 인공위성을 쏘는 나라가 됐다. 한때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고 국토분단 속에서 권위주의 통치에 신음하던 나라였기에 그 변신이 놀랍다. 정부는 안보와도 직결되는 방산을 2027년까지 세계 4강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는 2030년까지 과학기술 5대 강국이 되겠다는 국가 목표와 맞물려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갈등과 반목, 부정과 냉소, 대결과 투쟁의 긴 그림자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5년 "우리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는데 요즘 정치는 4류도 안 되는 듯하다. 정치의 요체인 조화와 균형, 관용과 절제의 미덕은 사라지고 오로지 근육질의 정치만이 난무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절망 대신 희망을, 냉소 대신 동참을, 대결 대신 타협을 얘기할 수 있을까. 타사즉아생(他死卽我生)의 4류 정치는 이제 그만 멈춰야한다. 대학총장을 지낸 세 분(성낙인 서울대 20대 총장, 정갑영 연세대 17대 총장, 이기수 고려대 17대 총장)께 그 답을 구한다.
“법치 근간한 노동 .연금 .교육개혁 못할 바 없어”
이기수 고려대 17대 총장‧(사)한국법학원 원장
건국된 지 75년이 지나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열에 서 있다. 마침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하여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고, 국가운영 기조를 보건대 윤 대통령은 헌법에 기초한 헌법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중요한 혁신 분야는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 분야이다. 내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교육 분야만 하여도 해야 할 일들이 첩첩산중이다. 황폐화된 교실을 되살리고, 망가진 교원의 인권을 수호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교과과정 개편, 인구절벽에 따른 교육체제의 혁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근간해 혁신의 기조를 정하고 이를 법치주의에 근간하여 실행하면 못할 바 없다.
그동안 사법부가 국내 정치에 휘둘리면서 많이 훼절하여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새로이 교체되면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윤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은 기적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헌법 제10조)」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그만큼 현명하다. 총선을 앞두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만을 위한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펼쳐나간다면 대한민국은 더욱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을 지켜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