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나들이/중국동포 변호사 허병국씨
[한국일보] 1991-12-21 11면 사회 916자
◎“변호체계 달리도 인권의지는 같아”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도입되면서 중국에서도 재산분쟁이 크게 늘어나 변호사들이 더욱 바빠졌다. 법률사무소에 의뢰되는 사건의 90% 이상이 민사사건이다.
한국법학원 초청으로 지난 12일 난생 처음 조국을 찾아온 중국동포 변호사 허병국씨(48)는 민사사건은 물론 국제법률분쟁 처리에 큰 관심을 갖고 우리 법조계를 둘러보았다. 산업시설과 유적지 등을 다니면서 놀랍게 발전한 조국에 가슴이 뭉클했지만 허씨의 주된 관심사는 역시 변호사들의 활동이었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율사(변호사)협회 부회장인 허씨는 조덕관 길림성율사협회장(63) 등 중국법률가 5명,장철준 연변대 법률학과 교수(60) 등 조선족법률가 2명과 함께 울산의 현대중공업 올림픽스타디움 63빌딩 등을 견학했다.
법무부 대한변협 법원을 방문해서는 양국의 변호사제도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법률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인권옹호의지가 투철한 것은 같다는 생각에서 기뻤다고 한다. 지난 19일에는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에서 열린 한중법률 세미나에 참석,「중국에 있어서의 변호사 역할」에 대해 토론도 했다.
연길시출신인 허씨는 길림대 법률학과를 졸업하고 전국 율사자격 법률시험에 합격한 뒤 연길의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개인능력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인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변호사들은 국가가 주는 봉급으로 생활하며 사건의뢰인들로부터 받는 돈중 일정액을 세금으로 낸뒤 나머지는 사무실운영비로 사용한다. 연변자치주에는 현재 20여개의 법률사무소에서 80여명의 조선족 변호사가 활동중이다.
5단계로 나눠지는 변호사 등급에서 허씨는 3급.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5년마다 1단계씩 승진한다.
허씨는 21일 한국에 올때와 마찬가지로 홍콩을 거쳐 돌아갔다. 하루빨리 조국이 통일돼 이웃처럼 드나들며 법조인 교류를 더 활성화하는 것이 허씨의 소망이다.<고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