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선거 A당 소속 후보자로 선출된 피고인이 특정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 및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을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행위에 관하여 한 허위사실공표로 보아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2025도4697 공직선거법위반 (차) 파기환송
Ⅰ. 사안의 개요
대통령선거 A당 소속 후보자로 선출된 피고인이 (1) 특혜 의혹이 확산되던 ■■동 도시개발사업 실무 책임자인 갑과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하여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 및 (2) B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해명하기 위하여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을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행위에 관하여 한 허위사실공표로 보아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위반죄로 기소한 사건임
Ⅱ. 원심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1) 갑 관련 발언 중 ① 골프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인식에 관한 발언일 뿐 행위에 관한 발언이라고 할 수 없고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는 발언 또는 허위의 발언이라고 할 수 없으며, ② 갑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은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시장 재직 때는 갑을 몰랐다’는 부분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며,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피고인이 해외출장 기간 중에 갑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만 해석할 수 없고, 발언의 허위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고, (2) B 부지 관련 발언은 그 의미가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B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하였다’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이는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 판단함
Ⅲ. 대법원 판단
1. 판단 법리
(1)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 등을 처벌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즉,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에게 유리한 허위사실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선거인들이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자료를 가지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6도8098 판결 등 참조).
(2)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도1202 판결 등 참조).
(3) 민주주의의 요체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의 표현과 활발한 토론에 있으므로,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인 선거절차에서도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정도는 그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과 사상을 허용함으로써 민주적 담론의 장에서 국민의 역할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어 발전하여 왔다. 그런데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국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의미와 그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이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하여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허위사실공표죄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을 규제하는 측면 외에도 주권자인 국민이 올바른 정보의 토대 위에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선거를 통해 흠 없이 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측면을 아울러 지닌다. 후보자의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 특히 의견과 사상의 영역에 속하는 정치적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공정한 선거를 통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선거인의 알 권리와 그에 바탕을 둔 선거권 등 선거인이 국민으로서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 요청을 고려해야 한다.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허위사실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지는 그 허위사실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하는 것도 이러한 고려의 결과이다.
(4) 어떤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보기 위해서는 먼저 그 발언의 의미를 확정해야 한다.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추론하는 데에 치중하기보다는, 발언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하여,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특정된 하나의 주제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행해진 일련의 발언 내용이 흐름상 특별한 주제 전환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연결된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공표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연결된 발언의 내용을 사후에 인위적으로 분절한 다음 각 구간의 개개 발언을 구분하여 각각의 의미를 파악하고, 다시 각각의 의미를 합치거나 재조합하여 연결된 발언 전부의 의미를 새기는 것은,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일반 선거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한 발언의 분절과 의미의 구간별 파악 및 재조합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연결된 발언 전부를 접하였던 당시를 기준으로 문제된 발언의 표현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었던 전체적인 인상과 달라지거나 동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는 문제된 표현을 접한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표현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통한 민주주의의 건전한 의사형성 원리와 조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하나의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사후적인 세분 또는 인위적인 분절을 통해 연결된 발언 전부에 대한 표현 당시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5)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26 판결 등 참조). 어떤 사실이 세부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한 것인지는, 그 사실이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5도1202 판결,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3도16586 판결 등 참조)
2. 판단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갑 관련 발언과 B 부지 관련 발언의 의미를 확정하고, 확정된 의미를 전제로 후보자가 각 발언을 통해 공표한 내용이 ‘허위의 사실’인지 ‘세부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한 것인지’, 그 허위성의 정도가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인지 등을 판단하였음.
(1) 먼저 갑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인식에 관한 발언일 뿐이라는 취지의 원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고,
(2) 갑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은
① 피고인의 골프 발언 경위, 문장의 내용과 구조, 사용된 어휘, 문맥과 전체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듣는 일반 선거인에게 ‘피고인이 갑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갑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② 이 발언은 당시 제기된 피고인과 갑 간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하여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로서 주요한 사실이지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으며,
③ 피고인이 갑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갑과 골프를 쳤던 것은 사실이므로,
골프 발언은 피고인의 ‘골프 동반의 교유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음.
(3) 다음으로 B 부지 관련 발언은
① B 부지의 4단계 용도지역 상향이 피고인이 준 특혜가 맞느냐는 취지의 하나의 주제에 관한 질의에 대하여 하나의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이므로, 그 연결된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발언의 의미를 확정하여야 하고,
② B 부지 관련 발언 전부가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국토부가 피고인이 시장으로 있던 ○○시에 혁신도시법 제43조 제6 항의 의무조항(이하 ‘이 사건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까지 하여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B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되는데,
③ 국토부는 B 부지에 관하여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하여 용도지역 변경을 요구하거나 피고인 또는 ○○시 공무원들에게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하여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B 부지 관련 발언은 피고인의 ‘용도지역 변경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음.
그리고 갑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과 B 부지 관련 발언은, 피고인의 공직 적격성에 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항에 관한 허위사실의 발언이라고 판단되므로,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음. 이와 달리 갑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B 부지 관련 발언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음
(4) 반대의견
① 갑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은 과거 6, 7년 전에 있었던 피고인의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공소사실과 달리 단지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큼에도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② B 부지 관련 발언은 전체적으로 피고인이 국회에서 과거 실행한 정책의 배경과 공과를 설명하면서 ‘피고인의 용도지역 변경 행위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국토부의 요구에 있으므로 그 정치적 책임이 국토부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언급으로서 의견 표명에 해당할 뿐 허위사실공표죄를 구성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갑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B부지 관련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