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지난 2월 17일, “청년변호사, 협회에 바란다”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10년차 이하 청년변호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점과 고민을 총 12개 주제로 나누어 허심탄회하게 토로하고, 그에 대한 협회장의 답변을 듣는 소통의 자리로 마련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다뤄진 주제는 △위법한 변호사 광고 문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개선 문제 △법률수요 진작과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대책 마련 문제 △청년변호사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 △청년변호사의 실질적 변리사업무 수행 가능성 △청년변호사 광고 방안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필요성 △실무수습 제도와 신규변호사 처우 개선 문제 △청년변호사 공익활동 활성화 문제 △사내변호사 역할 확대 문제 △군형사절차상 국선변호인 제도의 개선 △공익소송에 대한 지원 필요성: 갑을 관계 소송 등이다.
이찬희 협회장은 “이날 발표된 건의사항 중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은 당장 시행하여 개선을 하겠다”면서, “의견이 나뉘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특별위원회 내지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변호사들과의 이 같은 간담회가 협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향후 정책에 적극 반영하여 청년변호사의 권익향상과 직역확대 등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하는 한편 “앞으로 청년변호사들과의 간담회를 정례화하여 청년변호사의 처우 개선, 직역확대, 법조인 양성제도 개편, 청년변호사 해외진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청년변호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 “6개월 실무수습 제도 문제, TF 개설해 개편방안 마련 예정”
법무법인 정한의 김성민 변호사는 “무분별한 광고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일부 변호사들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변호사 업무광고규정을 준수하는 청년변호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위법한 변호사업무광고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적발하여 엄정하게 대응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이 협회장은 “규정을 위반한 광고에 대한 적극적 단속을 시행하고 적발된 경우 징계를 하겠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민의 박진우 변호사는 청년변호사가 실질적으로 변리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변호사가 변리사 업무를 하려면 산업재산권법 및 자연과학 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변리사법이 2016년 7월 2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들은 법에서 정한 교육을 6개월 동안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변호사가 된 사람들은 현재 대부분 법무법인의 소속변호사 또는 개업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어, 대전시에 위치한 교육장소에서 집합교육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 점에 대해 이 협회장은 “변리사 업무를 함에 있어 교육요건 완화, 현실적인 교육 등 변호사들이 곧바로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입법 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창영 법률사무소의 이재양 변호사는 실무수습 제도와 신규변호사 처우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현행 실무수습기간이 체계적으로 실무능력을 신장시켜주지 못하고,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방향을 잡는 시간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실무수습 제도를 악용한 노동 착취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변협 연수의 경우 실무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적어 실무수습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으며, 경력 산정도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회장은 6개월 실무수습 제도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실무수습 과정을 거친 변호사들 위주로 관련 TF를 개설하여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취업률 저조, 수입 감소, 열악한 처우 등의 문제에 봉착한 청년변호사
법무법인 훈민의 민성욱 변호사는 “변호사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법률 수요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아 청년변호사들은 취업률 저조, 수입 감소, 열악한 처우 등의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기업들의 법률자문 활성화, 변호사 통한 법률서비스 필요성과 효용에 관한 대국민 홍보 강화 등 협회가 구체적인 대책을 시행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타 직역의 업무영역 침범에 대해서는 TF 설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도 말했다. 이 협회장은 “법률 수요 창출을 위해 사내변호사 채용 활성화, 청년 변호사 해외 진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대책 마련에 힘을 더욱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예율의 홍한빛 변호사는 공익소송에 대한 변협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홍 변호사는 제과업계에 만연한 갑질 행태인 가공판매 강요행위와 영업사원에 손실을 떠넘기는 손해배상소송 사례 등을 언급하며 “특히 을의 증명책임 완화 등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협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사내변호사 역할 확대에 관한 소고’라는 주제로 의견을 개진한 한화생명의 조수한 변호사는 “사내변호사의 역할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 변호사도 기획의 각 단계에서 기획자가 되거나 기획자에 조력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면서 “변협이 양적 연구 등을 통해 (사내)변호사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사내 변호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일 법률사무소의 박범일 변호사는 ‘청년변호사의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더욱 많아지고, 외국어 능력 및 해외 경험을 갖춘 변호사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변협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청년변호사들에게 다양한 연수 또는 수습의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말했다.
■ “청년변호사 유튜브 촬영과 제작 지원 적극 검토”
내일신문 기자인 안성열 변호사는 “언론을 통하면 변호사의 간접광고 효과가 발생하는데,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변호사들은 이미 유명한 변호사들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청년변호사들이 저비용으로 효과적인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변협신문에 정기적으로 청년 변호사 소개 기사 코너를 마련하거나, 저렴한 비용 또는 무료로 신문 하단 광고를 제공하거나, 청년변호사의 유튜브 촬영 및 제작을 지원하는 방송시설 등의 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협회장은 “청년변호사를 위한 유튜브 촬영과 제작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방송실 등 장소 마련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군형사절차상의 국선변호인 제도 개선’을 발표한 법무법인 승전의 최영기 변호사는 “판사, 검사, 변호인 모두 군 법무관이 수행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심지어 (이들이 전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도 한다”면서 “국방부가 국선전담변호사를 채용하여 권역별로 사건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법 등 ‘군사재판 국선전담변호사’를 도입하면 적지 않은 수의 청년 변호사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협회장 또한 군사법원의 국선변호사 문제에 대해 적극 공감하며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력하여 개선점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재단법인 동천의 정순문 변호사는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이 해마다 1천여 건이 넘는 소송구조를 지원하고 있으나, 성과가 내·외부적으로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있다”면서 “구조재단의 성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하여 변협 내부 및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기부금, 보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구조재단 신청절차 개선 및 사업영역 확대의 필요성 ▲변협 차원에서 지역의 공익 활동 가능한 변호사 발굴 ▲변협 내 프로보노 전담기구 신설 등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이 협회장은 “변협 차원의 프로보노 전담기구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 “변호사시험 합격률, 오탈자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하겠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정환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짚었다. 그는 “‘변호사 수 통제’라는 구조에 의해 전국 25개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놓고 상호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됨으로써 각 학교의 특성화 교육 및 실무교육은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은 인가 당시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가 변호사 업무를 겸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교수들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경험담을 들려주는’ 실무교육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고, 수많은 실무의 세밀한 내용을 교수들이 따라가지 못해 실무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면서 “제한적으로라도 (교수들의) ‘공익적 소송’ 참여를 허용하는 등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5회 응시제한 문제(오탈자 문제)’ 해결도 강조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로스쿨 제도의 큰 문제점은 로스쿨 입시제도”라면서 “법학적성시험(LEET)은 당일 ‘찍신’이 내려와야 대박이 나는 시험으로 인식되어 수험생들에게 신뢰를 잃었으므로 입학시험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두루의 이선민 변호사는 “‘합격자 정원제’ 대신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 및 자질을 평가하는 시험’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하는 변호사시험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 변호사는 “법조인 양성의 패러다임이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에 의한 선발’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합격률로 인해 학생들은 로스쿨 입학 전부터 변호사시험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하며, “학교 역시 수험에 유리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은 수험 기술의 연마와 도구적인 법률 지식 습득에 집중되면서, 전문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실종되고 로스쿨 도입취지는 퇴색됐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변호사 합격률 문제, 오탈자 문제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